테크네를 넘어 아르케로
가히 AI 시대가 도래했다. 어디서든 대화에서 AI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았는데, 번역, 글쓰기, 데이터 정리, 코딩, 작곡, 영상 제작 등 일상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그 영향은 더 넓어지고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인류는 이전에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학생들과 젊은 세대의 질문은 갈수록 절박해진다. “무엇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아무리 공부해도 AI보다 똑똑해질 수 없지 않은가”라는 체념이 스며 있다. 많은 이가 아직도 프로그래밍, 데이터과학, AI 응용 등을 유망 진로로 권하지만, 정작 AI에 가장 인접한 능력부터 빠르게 표준화, 자동화되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커진다.
이런 젊은이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짧고도 강렬한 메시지들이 최근 잇따랐다.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가 “학생이라면 ‘수학’을 배우라”고 권하였고, 이에 응답하여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가 한 줄로 이렇게 답했다. “Physics (with math)”. 수학을 바탕으로 물리학의 원리로 세계를 이해하라는 말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도 같은 말을 했다. “지금 스무 살이라면 소프트웨어 과학보다는 물리학에 집중하겠다.” 아마 이들은 생성형 AI를 넘어 곧 ‘피지컬(Physical) AI’로 흐름이 이동할 것이기에, 현실 세계의 물리적 제약을 다루는 역량이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여겨진다.
AI의 진화는 대체로 세 개의 파도로 설명된다. 처음 ‘인지형(Perception) AI’는 카메라, 마이크 등 센서 입력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시작했다. 그 다음 ‘생성형(Generative) AI’는 언어, 이미지, 코드, 음악 등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지적 노력을 파괴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제 세 번째로 피지컬(Physical) AI의 시대가 기술의 문턱을 넘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 피지컬 AI는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외에도, 자율주행차, 드론, 제조 로봇, 물류 로봇, 수술 로봇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센서-모델-액추에이터의 연결고리로 현실의 운동, 마찰, 관성 등을 다루는 모든 지능이 여기에 관계될 것이다.
AI의 궁극적인 경지인 피지컬의 단계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이며 생활하는 실물 기계를 만들고 다루고 생활해야 하는 환경이다. 그래서 그에 필요한 학문은 동역학과 제어이론, 확률·통계,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과 같은 다양한 공학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들 공학은 모두 수학과 물리학의 기초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니 미래는 수학과 물리학이 가장 필수적인 학문이 될 것이기에, 일론 머스크 등이 이들을 배우라고 강조하는 이유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메시지에는 더 깊은 철학적 함의가 숨겨져 있다. 바로 '테크네(Techne)'와 '아르케(Arche)'의 관념에 관한 것이다. 테크네와 아르케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지식과 능력을 두 차원으로 나누어 구분해서 사유하였던 개념이다. '테크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숙련된 기량이나 기술을 가리키고, '아르케'는 세상 만물을 지탱하는 근본 원리를 뜻한다. AI는 규칙을 모방하고 반복하는 데 뛰어나지만,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AI는 테크네에 탁월하더라도 아르케는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의 원리와 법칙을 다루는 아르케 분야는 아직까지는 오로지 인류 고유의 것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은, 이미 기계의 것이 되어버렸거나 곧 그렇게 될 '테크네'를 익히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수학과 물리학과 같이 만물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아르케'를 선택하여 배우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테크네를 추구했던 사람들은 그 당대에 잠시 유능하다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되거나 잊혀져 버리겠지만, 아르케를 붙잡아 세계의 원리를 이해한 사람들만이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고 앞서 열고 나아가며 인간의 세계관을 바꿀 수 있다.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아르케는, 오히려 기계에게 그들이 가야할 새로운 길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르케는 곧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영혼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 등이 젊은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테크네의 시대에서 아르케의 시대로 전환하라!"이다. 아르케의 탐구 대상은 물리학과 수학에 한정되지 않고 생물학, 천문학 등 모든 자연과학을 포함한다. 그리고 인류가 기계와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 미래는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도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이니, 역사와 철학, 심리학 등과 같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인문학도 아르케 탐구의 중요한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 삶의 여기저기에 AI에게 맡겨야할 테크네와 인간이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 아르케가 구분될 것들이 많다. 우리 젊은이들은 그것을 엄밀히 선별하여 자신의 것으로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르케를 통해 탁월한 테크네로 무장된 AI를 만들고 교육하고 통제하게 될 것이다. AI의 목적 함수를 무엇으로 둘 것인지, 가치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책임과 위험은 어디까지 감수하고 분배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물음은 인문학적 아르케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기계는 주어진 과제를 최적화할 수 있지만, ‘무엇을’ 최적화할지는 인간의 책임이자 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의 메시지는 이렇게 정리된다. "테크네는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아르케를 지켜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보다는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배우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사고를 하라.” "미래의 혁신은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AI를 적수로 삼을 것인가 조수로 삼을 것인가."
결국 이 한마디로 귀결된다. "젊은이들이여~ 테크네를 넘어 아르케로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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