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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탄핵을 끝내고..

by 변리사 허성원 2024. 12. 15.

탄핵을 끝내고..

 

드디어 끝났다.
지난 열흘 넘는 기간은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은근한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잠도 설치고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 끝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줄 안다.
끝의 시작인지 시작의 끝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내란 수사, 거기다 대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여하튼 오늘은 다시 태어난 첫날이다.
격정적이었던 어제를 되새겨본다.

1. 그들에게 그나마 12명의 의인이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소신을 가진 그들이 있었기에 다행히 탄핵은 의결되었다.

당리보다는 옳음을 선택한 그들 앞의 정치 행로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바른 뜻은 길고 높게 이어질 것이니, 그들의 장도를 응원한다.

탄핵 앞의 그 당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최소한 30명 정도의 이탈자는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역시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임을 다시 확인했다.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내란죄가 국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엄중한 범죄인지에 대해 인식이 없는 집단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오직 그들 눈앞의 사익과 당리당략뿐임을 스스로 온 국민들에게 선언한 셈이다.

탄핵이 가결된 후,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이나 반대하는 국민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말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호랑이도 토끼를 먹이로서 사랑한다. 도둑도 남의 물건을 사랑한다.

정말 이 나라를 사랑한다면 이 나라 사람들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도록 환경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의 안녕을 위협하는 존재를 제거하는 데 소극적인 인간들이 감히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나.

'사랑'은 '마음'이며, 그 '마음'이란 것은 그 표현 '방법'에 따라 다른 것이다.
방법이 다르면 사랑도 다르다. 

 

2. 우리의 성숙된 시민 정신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계엄은 극도의 폭압적 정치행위이다.
이런 엄청난 폭력에 대처하는 우리 국민의 성숙된 시민 정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폭동이나유혈사태는 물론 작은 무력 충돌도 없었다.

시민들은 국민은 촛불, 응원봉, 신호봉 등을 들고 나와 춤과 노래로 축제를 즐기듯 시위에 참여했다.
어느 외국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라가 어두우면,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한국 시민들”

그뿐만이 아니다.
선결제라는 희한한 방식으로 기부가 쇄도하였다.
여의도의 탄핵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커피숍, 김밥집, 식당 등에 비용을 선결제해 두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해 둔 것이다.

원래 시위 지역은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큰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선결제 기부로 인해 그 지역은 대단한 특수를 누렸다. 기부가 너무 많이 몰려 주문에 모두 응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고 한다.


3. 천운이었다.

지난 여름 김민석 의원이 계엄의 징조가 있다는 말을 했을 때 다들 웃고 넘겼다.
청와대를 비롯한 언론도 괴담이라며 그를 비난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그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큰소리 치면서도 은밀히 준비해왔던 것이다.

한밤중에 계엄이 선포되었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갔고, 
국회의장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담을 넘어서라도 집결했다.
시민이 계엄군을 막고 의원들은 신속히 표결을 했다.
그렇게 두 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시켰다.

그런 신속한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계엄군들이 생각없이 명령에 따라 무모하게 밀어붙였더라면..
상상만 해도 그 결과가 금찍하다.
44년 전의 518이 다시 재현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열흘만에.. 이처럼 평화롭게 계엄해제와 탄핵까지 빠르게 마무리된 것은 천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다. 그저 운이라 할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이 이미 518 등에서 충분히 학습하여 백신을 맞아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에 한번 더 강력한 백신을 맞았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이번 탄핵은 분명히 이 시대의 산 사람들이 518의 죽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다.

4. 탄핵사유가 인플레이션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벌써 세 번째다.
그 전에 노무현, 박근혜의 탄핵이 있었다.

그런데 탄핵사유의 무게가 급격히 무거워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그 사유가 경미하였다.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투표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는 정도의 말만으로 탄핵을 당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순진한 탄핵사유였다.

박근혜는 최순실에게 국정 운영의 권한을 넘겨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윤석열은 그 선개 개입이 노무현의 탄핵사유에 비해 아마 수 십배 더 많이 저질렀고, 그 아내의 국정 관여의 정도는 최순실에 비할 바가 못된다.
결정적으로 그는 군대를 동원했다. 계엄으로 온 나라를 무력 접수하려 하였다.
이 얼마나 엄청난 짓인가.

이런 인플레이션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의식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고도의 성숙도를 자랑하는데,
권력자의 의식과 그를 추종하는 자들의 인식은 시정 왈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입증되었다. 

 

5. 작은 고비 하나를 하나를 넘겼다.

더 크고 험한 고개를 몇 겹이고 더 넘어야 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국난극복이 취미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슬기롭고 자랑스런 민족임을 확인한다. 

(* 이상 어제 24년 12월 14일 있었던 윤석열의 탄핵 의결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정리해보았다.)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이들이 도로를 따라 이룬 모습이 '王'자를 그리고 있다. 결국 시민이 진정한 왕이다.
선결제 기부 현황을 애븡로 만들어 공유한다. 대단한 민족이다.

 

권성동 국힘당 원내대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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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현안.
최장 180일의 헌재 심리 기간.
- 노무현은 63일, 박근혜는 92일 걸렸다.
- 문형배(헌법재판소 소장)와 이미선(헌법재판관)의 임기가 4월18일까지라 그 전에 결정이 나올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다.
- 한겨레는 “내년 2월 안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두환 군사반란 사건 재판에서 확립된 원칙.
-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 윤석열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권한”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인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변호사)은 “탄핵 심판은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따지는 것이라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 김선택(고려대 교수)은 “윤석열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이유로 대국민 담화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편다면 오히려 윤석열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근혜 탄핵 때는 탄핵 소추 사유가 13개였는데 사인의 국정 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여부만으로도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 윤석열도 내란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 없이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고 결론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 윤석열이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한 말이다.
-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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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도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네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최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15일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찬성한 한 대표와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정질서, 국민에 대한 배신자"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탄핵안이 통과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는 한동훈 대표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배신자라며 맹비난했다"며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여러분의 충성의 대상은 누구냐. 대한민국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이 충성의 대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최고위원은 "국가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배신이라고 주장하는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정질서, 국민에 대한 배신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정말 모르냐. 두렵지 않냐"며 이 같이 썼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며 "여러분에겐 이러는 미국 역시 배신자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비상계엄에 대한 진실이 모두 드러나면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무엇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고 배신이었는지가 가려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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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김종혁, ‘한동훈 배신자’ 비난에 “국가가 아닌 대통령이 충성 대상이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최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15일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찬성한 한 대표와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이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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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건은 토론의 영역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뭐가 틀렸는지 따져보자는 사람은, 한두 단계 논리만 거치면 국민을 사살하는 것도 합리화할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계엄은 해제됐고, 한 명의 희생도 없었으니 “해프닝(홍준표 대구시장)”인가. 5·18의 분노에서 시작해 6·10항쟁으로 이어진 그 경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 기억이 국민을 국회로 달려가게 했고, 오늘의 피를 막았다.
그러니 필요한 건 기억이다. “1년 뒤엔 다 찍어주더라”(윤상현 의원), “대통령 담화 곱씹자”(나경원 의원)며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정치인은, 국회에 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보낸 내란죄 현행범을 부패·권력형 비리(국정농단,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와 등치하는 궤변을 토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정치인이 무섭다. 탄핵을 반대한 이가 권력을 잡으면, 또 계엄을 계획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피에 대한 문제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 첫 장면에, 44년 전 광주시민들이 들고 행진하는 현수막 글귀가 보인다. ‘독재없는 민주의 땅.’ 그때의 요구 사항은 지금과 놀랍도록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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