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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81 오~ 솔론! 솔론! 솔론!

by 변리사 허성원 2024. 11. 2.

오~ 솔론! 솔론! 솔론!

 

크로이소스는 불길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화형장의 장작더미 위에서 세 차례나 솔론의 이름을 외쳤다.

크로이소스(Croesus, BC595~BC547?)는 기원전 6세기 경 리디아의 왕으로서, 그에 관한 기록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등에 등장한다. 그가 통치한 리디아는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에 해당하는 아나톨리아 즉 소아시아의 광대한 영역을 차지한 강대국이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는 그가 아폴론의 신전 델포이에 시주한 막대한 양의 보물과 그리스의 현인 솔론에게 자랑하며 보여준 보물창고에 대해 언급하여 그가 얼마나 대단한 부를 가졌는지 가늠하게 한다. 그런 막대한 부와 강력한 권력을 가진 그가 화형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 절박한 현장에서 크로이소스가 그토록 애타게 부른 솔론은 그리스의 정치가이며 현인이다. 솔론(Solon, BC638~BC558?)은 아테네의 정치를 개혁하는 법률을 제정한 뒤, 아테네 시민들에게서 그 법률을 10년 동안 지킨다는 서약을 받아놓고, 그 법률을 스스로 폐기해야만 하는 처지에 처하지 않기 위해 10년 동안의 예정으로 외국 여행길에 올랐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이집트를 거쳐 당시 번성한 나라인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를 방문한 솔론에게,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보물창고를 구경시켜 주고 나서 이렇게 물었다.

"아테네의 손님이여, 그대에 관한 소문은 이 나라에도 우뢰처럼 들리고 있소. 그대가 현자라는 것은 물론, 지식을 구하기 위해 널리 세상을 유람하고 있다는 것도 들었소. 그래서 그대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오. 그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난 일이 있소?"

크로이소스는 번성한 그의 나라와 보물창고를 본 솔론이 당연히 자신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지목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솔론은 그 기대를 저버리고 아테네의 텔로스라는 인물을 꼽았다. 의외의 대답에 놀란 크로이소스가 그 이유를 묻자 솔론이 대답했다. "텔로스는 번영한 나라에서 태어나 훌륭하고 좋은 아이들을 두었습니다. 그 아이들 또한 모두에게서도 좋은 아이들이 태어나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의 임종도 훌륭했습니다. 이웃나라와의 전쟁에 참전하여 적에게 승리하고 장렬히 전사하였기에, 아테네는 그의 명예를 크게 기렸습니다."

실망한 크로이소스는 그럼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적어도 두 번째로라도 지목되기를 기대했지만, 솔론은 또 실망을 주었다.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아마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일 것입니다. 체력이 뛰어났던 그들은 헤라 여신의 제례에 어머니를 우마차로 모시고 가려 했으나 마침 소가 없었지요. 시간에 쫒긴 두 청년은 그들 스스로 소 대신 멍에를 쓰고 수레를 끌며 달렸는데, 신전에 도착한 형제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죽음인가요. 신은 이 사례로 인간에게 있어 삶보다 더 고귀한 죽음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솔론이 이와 같이 기대에 어긋난 답을 하자, 크로이소스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아테네의 손님이여, 그대는 나를 그 서민들만도 못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소. 나의 이 행복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란 말이오?" 이에 솔론이 답했다.

"왕이시여, 인간의 운명이란 알 수 없습니다. 신은 질투심이 많고 인간을 곤경에 빠트리기를 좋아하기에, 인간은 긴 세월을 살면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아야 하고 겪고 싶지 않는 일도 겪어야 하지요. 인간의 일생 동안 어느 하루라도 똑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인간의 삶은 온통 우연투성이입니다. 지금 왕께서 막대한 부를 누리고 많은 백성을 통치하시지만, 내일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왕께서 생애를 마치실 때를 확인하기까지는 행복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재물이 많으면서도 불행한 사람도 많고, 재산은 없어도 좋은 운을 만난 사람 또한 많습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욕망을 충족하거나 큰 재난을 견디는 데 유리할 뿐입니다. 반면에 운이 좋은 사람은 욕망의 충족이나 재난의 회피는 힘들더라도, 그 좋은 운으로 불운을 예방할 수 있지요. 몸에 결함이 없고, 병을 모르고,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고, 자식 복이 있고, 모습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거기다가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왕께서 정말 바라는 인물 즉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론은 마무리지어 말했다.

"그러니 인간은 그가 죽을 때까지 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지언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개인으로서 완전히 자족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으니 가능한 한 부족한 것이 적은 상태로 살다가, 마지막에 보람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고 하여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그것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그 결말을 끝까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에 의해 울타리 너머로 행복을 잠깐 보았으나,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누리는 복을 가벼이 여기고 모든 일의 결말을 보아야 한다는 솔론의 말이 크로이소스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솔론을 귀하게 대접하지 않았고 솔론은 그렇게 리디아를 떠났다.

그 후 크로이소스에게는 마치 솔론이 예견한 것처럼 불운이 차례로 찾아왔다. 먼저 가장 아끼던 아들이 사냥 중의 사고로 죽는 비극이 있었다. 그리고 리디아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망하였다. 측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감행하였다가, 리디아의 마지막 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키루스 대왕의 지시에 의해 화형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화형장의 장작더미 위에서 크로이소스는 문득 솔론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영감에 찬 말인가! 이 생각이 떠오르자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던 크로이소스는 깊은 한숨을 쉬며 슬픈 목소리로 세 차례나 솔론의 이름을 불러댔던 것이다.

크로이소스의 외침 소리를 들은 키루스 대왕은 솔론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이며 왜 그토록 애타게 부르는지가 궁금했다. 그것을 물으니 크로이소스가 대답했다. "그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왕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인물입니다.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천만금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솔론이 해준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크로이소스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는 키루스는 크로이소스를 풀어주게 하고, 그가 배운 지혜를 더 들을 수 있도록 측근에 데리고 다녔다. 그리하여 솔론의 가르침은 크로이소스를 통해 페르시아라는 거대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에게 전해졌다. 키루스의 절제, 베풂 및 포용의 가치관과 철학은 적잖이 솔론에게 빚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솔론의 이 말을 항상 되새겼을 것이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솔론에게 보물을 자랑하는 크로이소스. Croesus showing his treasures to Solon.  Frans Francken the Younger , 17th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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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소스 _ 헤로도토스의 <역사> 중에서

크로이소스 _ 헤로도토스의 중에서(* 헤로도토스의 중에서 리디아의 마지막 왕이며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크로이소스와 관련된 부분만을 발췌 혹은 요약하였다.) ** 크로이소스의 선조 기

athena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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