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란 무엇인가?
사치(럭셔리)라는 것은
희귀한 것, 비싼 것, 특권을 갖는 것,
손에 넣기 어려운 것이라고 우린 믿었었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을 때는 그 가치를 몰랐었지만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무나 그리워진 작은 것들이야말로
참된 사치였다는 걸 깨달았네.
사치는 건강함이고,
사치는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고,
사치는 바닷가를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이지.
사치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스크 없이 숨 쉴 수 있는 것이고,
사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것이라네.
사치는 밝은 표정이고, 미소이며, 끌어안고 입맞춤하는 것이네.
사치는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즐기는 것이고,
사랑하며 살아 있는 특권이 바로 사치라네.
이 모든 것이 사치였지만,
우리는 그것을 몰랐었네.
**
클린트 이스트우드(1930. 5. 31. 생)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시계나 팔찌에서 사치를 찾지 말고,
별장이나 요트에서 사치를 찾지 말게!
사치는 웃음과 친구들에게 있고,
사치는 얼굴에 내리는 비에 있고,
사치는 포옹과 입맞춤에 있다네.
사치를 가게에서, 선물에서, 파티나 행사에서 찾지 말게!
사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고,
사치는 존경받는 것이고,
사치는 부모님이 살아 계신 것이고,
사치는 손주들과 놀 수 있는 것이라네.
사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네."
**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바로 기적이고 사치다.
박완서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다."
<일상의 기적> _ 박완서
덜컥 겁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리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 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없구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는 등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뒤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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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막귀우무구(貴莫貴于無求), 부막부우지족(富莫富于知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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