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리안 리버설(Mongolian Reversal)
'몽골리안 리버설(Mongolian Reversal)'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그대로 번역하자면 '몽고 반전'('몽고반점'이 아닙니다. ㅎ) 혹은 '몽고인의 뒤집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 뜻은 이렇습니다.
"흐름과 기세가 사실상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가,
결정적인 계기가 나타나 상황이 다른쪽에게 유리하도록 급반전되는 상황."
이 말은 어제(2024.09.30) 종료한 2024년 프레지던트 컵 경기에서 미국 골퍼 사히스 티갈라(Sahith Theegala)가 한 말입니다.
당시 티갈라는 자신의 경기가 끝난 후, "매치 플레이는 참 재미있는 게임입니다"라고 말하고는, "항상 몽골리안들이 있기에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요"라고 하며, '몽골리안'이란 말을 언급했습니다.
이 다소 생소한 용어로 인해 인종 비하가 아닌가 하고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상황을 먼저 살펴보죠.
첫날 미국 팀은 국제 팀을 상대로 5-0으로 완벽히 승리했습니다.
그렇게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경기 내용은 굉장히 치열했습니다. 한 경기가 3&2으로 승리하였을 뿐이고, 세 경기는 겨우 1홀 차로 끝났습니다.
1홀 차로 끝난 경기 중 하나가 콜린 모리카를 상대로 한 사히스 티갈라의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힘들게 이긴 후, 티갈라는 '몽골리안' 즉 '몽골리안 리버설'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죠.
다음 날 티갈라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한 말을 두고 웃었다는 소리를 듣고, 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종이나 국가를 가리키려는 것이 아니라, '몽골리안 리버설'을 말한 겁니다. 이 말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처음 들은 것은 오래 전에 프레드 커플스가 TV에서 말하는 것이었어요. 상대방이 홀에 가까이 붙여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당신이 아주 먼 거리의 퍼팅이나 칩샷을 성공시켜 버리고, 상대는 오히려 짧은 퍼팅을 놓치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이처럼 상대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흐름이 바뀌어 우리가 승리하게 되는 상황을 뜻합니다. '몽골리안 리버설'에 대해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발 저를 손절하지 말아주세요."
그 날 미국 팀은 여러 차례 그런 절묘한 '몽골리안 리버설(Mongolian Reversal)'의 순간들을 만들어내며 국제 팀의 기세를 꺾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몽골리안 리버설(Mongolian Reversal)'이라는 표현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니다.
"골프의 매치플레이 등에서, 한쪽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긴 퍼팅이나 칩샷 혹은 벙커샷의 성공으로 갑자기 흐름이 바뀌어 다른쪽이 승리하게 되는 상황 "
이렇게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비즈니스 등에서 두루 쓸 수 있겠습니다.
"흐름과 기세가 사실상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가,
결정적인 계기가 나타나 상황이 다른쪽에게 유리하도록 급반전되는 상황."
*
'몽골리안 리버설'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밝혀진 바가 없다.
프레드 커플스가 썼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누가 왜 썼는지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다만 필라델피아 지역을 중심으로 골퍼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아마 몽고가 세계를 정복할 때, 유럽인들이 느낀 몽고인들의 극적이고도 예상치 못한 전략으로부터 유래된 개념일 가능성이 높다. 쉽게 이길 수있을 것으로 낙관한 상황에서 몽고 병력의 집요하고도 기이한 전술에 의해 상황이 반전된 경험에 기초하였을 수 있겠다.
*
언어는 생명이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말이 생겨나지만 곧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번 생겨난 언어가 생명을 갖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용해주는 누군가가 점점 늘어나야겠지요.
"당신의 아무리 아끼는 말(단어)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없다면 그 말 쓰기를 포기하라.(If you never hear anybody using your pet word, give it up.)"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입니다.
'몽골리안 리버설'이라는 말이 비록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프레드 커플스가 이미 썼고, 사히스 티갈라가 그 바통을 이어 받으면서 메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니, 그 말은 이제 생명을 얻은 듯합니다.
골프의 매치 플레이나 스킨스 게임에서 가끔 그럴 듯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만, 비즈니스나 리더십과 관련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인용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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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ing on Thursday, Theegala stated: "I heard them (media & players) laughing when I said that. I realize I didn't say the full phrase. Not race intended or country intended, but Mongolian reversal, I don't even know how it originated. The first time I heard it was actually Fred Couples, a long time ago when I was watching TV. I guess it's just when your opponents are in a better place than you on the hole and you do something cool like make a long putt. It looks like your opponents were going to win the hole when you hit the approach shot in, but you make the long putt and they miss the short putt, and all of a sudden looking like you're losing the hole to winning the hole. Thank you for asking to clarify that. Mongolian reversal, yes. Don't cancel me,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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