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 대왕의 재물관과 베풂 리더십
페르시아 제국은 기원전 6세기에 키루스 대왕에 의해 건설되었다. 동서로 인더스 강에서부터 유럽에까지 걸쳤고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아우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거대 제국으로서, 당시로서는 사실상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그 지배력이 미쳤다 할 수 있다. 키루스 대왕은 걸프 해 연안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 메디아, 리디아, 신바빌로니아 등 주변 강대국을 차례로 정복하여 대제국을 구축한 대업을 이루었다.
변방의 페르시아 출신인 키루스가 당대에 여러 강대국을 정복하고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두루 복종을 이끌어낸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주목하여, 그의 출신, 성품 및 자질이 어떠하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런 업적이 가능했는지를 연구하고, 그 깨달은 바를 기록하였다. 그 책이 바로 키로파에디아 즉 '키루스의 교육'이다. 이 책은 키루스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정의, 지혜, 사랑, 도덕, 절제, 공정 등 수많은 리더십 덕목들을 거론하고 있어 최고의 리더십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여러 탁월한 덕목들 중에서 '베풂의 리더십'에 대해 책의 내용에 기초하여 정리해본다.
키루스는 항상 좋은 목자가 하는 일과 좋은 왕이 하는 일은 같은 것이라 여겼다. 목자가 양들을 이롭게 쓰기 위해 양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듯이, 왕도 자신에게 속한 성들과 주민들을 이롭게 쓰고자 한다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이나 선물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였고, 제국의 왕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항상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게 하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그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그들을 인정하고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하고 동시에 그들의 명예도 높여주었다.
나라가 커지자 그의 베풂은 재물로 확장되어, 넓은 영토로부터 모여든 많은 재물들을 키루스는 대부분 친구, 신하 등에게 아낌없이 선물로 하사하였다. 키루스가 너무 헤픈 듯이 재물을 나누어주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크로이소스가 경고했다. "대왕께서는 어느 누구보다 많은 황금을 보유한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작정 나누어 주다 보면 머잖아 가난해지고 말 것입니다." 크로이소스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던 리디아의 왕이었으나, 키루스에게 정복되어 이때 그의 참모로서 보좌하고 있었다.
이에 키루스는 크로이소스에게 제안하였다. "크로이소스여, 그대 말대로 내게 들어온 황금을 모두 모아두었다면 얼마나 될 것 같소?" 이에 크로이소스가 나름대로 추정하여 매우 큰 금액을 제시하자, 키루스가 말했다. "그럼 당신의 부하를 나의 신하와 함께 내 친구들에게 보내어, 그들에게 내가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각자 내게 내어줄 수 있는 금액을 적어 봉투에 밀봉하여 그것을 가져오게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여러 친구들에게서 받아온 봉투들을 모두 모아 크로이소스가 계산하였다. 그랬더니 총 금액은 크로이소스가 예상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키루스가 말했다. "크로이소스여, 내게도 보물창고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아시겠소? 내가 재물을 모아놓았다면 나는 사람들을 고용해 지켜야 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시기와 미움을 받게 되었을 것이오. 하지만 내 친구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더니 그들은 나의 보물창고가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 훨씬 더 믿음직한 동료가 되어준 것이오."
그리고 또 말했다. "신은 사람들의 영혼에 욕심을 심어 넣어 우리를 언제나 만족을 모르는 가난뱅이로 만들었다오. 그래서 누구도 그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재물을 모아 땅에 묻거나 썩히기도 하고 무게를 달아보고 보존하고 지키느라 노심초사합니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배가 부르면 도저히 더 먹을 수 없고 숨이 막힐까봐 옷을 더 많이 입지도 못하니, 지나친 재물은 골칫거리일 뿐이지요. 그래서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재물은 내 친구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데 쓰는 겁니다."
이어서 그런 베풂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하였다. "내게 남는 재물로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그들을 부자가 되게 해주면, 그들의 호의와 신의를 얻게 되고, 나는 안전과 명성이라는 열매를 거둡니다. 안전과 명성은 아무리 많아도 썩지도 않고 해롭지도 않습니다. 명성은 크면 클수록 더 위대하고 고귀하고 가벼우며, 마음을 더욱 평온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크로이소스여, 이걸 알아야 합니다. 많은 재물을 가지고 그걸 지키며 사는 사람이 행복할까요? 만일 그렇다면,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이야말로 성 내의 모든 재산을 지키고 있으니 가장 행복한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나는 정당하게 얻은 재물을 고귀한 일에 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키루스의 재물관은 결국, 자신에게 남는 재물을 풀어 주위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그리하면 그들이 키루스의 보물창고 및 창고지기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공동 이익을 위한 강력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사람들의 시기와 미움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전과 명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결국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가히 세계를 지배할만한 제왕으로의 탁월한 지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재물관은 인도 타타그룹의 회장이었던 잠셋지 타타의 생각과도 상통한다. 그는 "돈은 분뇨와 같다.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널리 퍼뜨리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준 가르침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쓴 편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물을 남모르게 숨기는 비결은 널리 베푸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도둑이 훔쳐갈 걱정도 없고 불에 탈 걱정도 없으며, 소나 말로 실어 옮겨야할 수고도 필요 없다. 그리하면 능히 죽고 나서도 그 꽃다운 이름이 천년에 걸쳐 전할 것이니 천하에 이토록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는가. 돈이라는 것은 단단히 움켜쥐면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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