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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68 특허통수권⑪ 특허의 공유, 신중히 선택하라

by 변리사 허성원 2024. 6. 29.

특허통수권⑪   특허의 공유, 신중히 선택하라

 

'장미의 전쟁'이라는 영화가 있다. 1990년에 개봉한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터너 주연의 블랙 코메디로서, 지독한 부부싸움의 비극적 결말에 관한 이야기이다. 올리버와 바바라는 경매장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다. 아이들이 다 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여러 갈등 요인들이 불거져 마찰이 늘기 시작한다. 성격과 취향의 차이로 인한 사소한 다툼이 점차 엽기적인 수준으로 심각히 커져 갔다. 결국 이혼에 합의했지만 중대한 걸림돌이 있었다. 그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바바라는 자신의 손때가 묻은 집에 애착이 있어, 위자료를 한 푼도 받지 않을 테니 집만 넘겨달라고 한다. 그러나 올리버는 자존심 때문에 집은 절대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올리버는 아직 바바라에게 미련이 남아있어 그나마 집이라는 존재가 그들의 관계회복을 위한 마지막 연결고리로 여겼던 듯하다. 집을 두고 벌어진 싸움은 파괴적으로 치달아, 둘은 샹들리에에 매달려 함께 추락하면서 죽음으로 종말을 맞는다. 

이들 부부를 공멸시킨 직접적인 모티브는 집의 소유권이다. 여러 갈등 원인들에서 부부싸움이 시작되었겠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집에 대한 집착으로 응집되어 파국을 가져왔다. 집과 같은 세상의 모든 '가치'는, 누군가에겐 그저 경제적인 의미만 있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것을 보유한 사람의 애착, 추억, 자존심, 생존, 사랑 등과 같은 정서적 가치와 결부되어 있다. 그것이 어느 한 사람의 것이라면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그 처분권이 오로지 그에게 귀속되니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공동으로 소유한 것이라면 문제가 간단할 수 없다. '장미의 전쟁'도 집의 공동 소유가 가져온 비극이다.

특허도 재산권의 일종이기에 항상 공동 소유의 이슈가 일어날 수 있다. 공동으로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거나, 특허 출원 중에 혹은 특허 보유 중에 그 일부를 양도하면, 공유 특허가 발생한다. 그런데 특허는 형체 없는 무체재산권이라는 고유의 특수성 때문에 부동산이나 동산과 같은 유형의 재산권들과는 크게 다른 독특한 법적 제한이 많다. 이로 인해 공유 특허에서는 예상치 못한 큰 불편이나 갈등이 종종 생겨난다. 그러기에 경영자들은 특허의 공유 개념과 그 한계나 제약 등에 대해 반드시 제대로 이해를 해둘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중소기업 A사는 중견기업 B사에 부품을 제조하여 납품하다가, 제조기술적으로 큰 개선을 이룬 발명을 창안하게 되어, 이에 대해 특허를 취득하였다.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된 B사는 A사에게 특허의 공유를 요구하였고, 을의 지위에 있던 A사는 갑의 요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여 특허의 지분 절반을 넘겨주어, 그 특허는 A사와 B사의 공동 소유가 되었다. 얼마 지난 후, A사는 B사가 C사를 통해 해당 부품을 납품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황당하고도 억울한 입장이 된 A사는 어떤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특허권이 공유이면, 각 공유자는 그 특허발명을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다. 지분이 많든 적든 차별이 없다. A사와 B사는 공유 특허권자이니 각자 발명의 직접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B사가 제3자인 C사에게 제조하도록 한 것은 괜찮을까? 법은 타 공유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공유 특허를 제3자에게 라이센싱 혹은 실시권을 허여하려면, 반드시 모든 공유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타 공유자의 동의는 특허권 혹은 그 공유 지분을 이전하거나 양도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특허의 공유는 민법상의 합유(合有)에 가깝다. 이처럼 특허는 부동산 등 유체 재산에서는 볼 수 없는 엄격한 제약이 있기에, B사의 동의 없는 실시허락은 위법일 수 있다.

그런데 타 공유권자의 동의 없이도, 공유권자가 단독으로 제3자에게 실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그것은 제3자가 그 공유권자의 '기관'으로서 역할하는 경우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만 제3자가 발명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그 공유권자 자신의 실시 행위로 인정된다는 말이다. C사가 제조한 제품을 전량 B사에 납품한다면, B사는 A의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C사에 제조 의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A사에게는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특허권의 지분까지 할애해 주었는데, 이제는 그 납품마저 끊기게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유 특허권의 법리에서만 보면 B사의 행위는 하자가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을 둘러보면 B사가 갑의 지위를 남용하여 A사의 특허 지분을 부당히 탈취하였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C사에게서 납품 받는 행위는 상거래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한다. 거래 관계에 있는 당사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해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A사는 이 점을 강력히 어필하여, 자신의 권익을 상당 부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슴 서늘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공유권자들이 특허발명을 각자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다면, 그들의 실시 규모나 이익에 필경 차이가 있을 것이다. 투자 여력의 격차나 업무 성격이 다를 수 있으며, 때론 특허를 전혀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익이 많이 취한 쪽이 다른 공유권자에게 나름의 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원칙적으로 그런 의무는 없다. 공유권자 간의 실시 이익의 차별에 대한 보상은 필요없다. 냉정하게 제 능력껏 공유 발명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면 된다. 다만 사전에 계약 등으로 합의를 해둘 수는 있다. 대학 등이 기업과 공동으로 특허를 취득한 경우에는, 대체로 기업이 얻은 이익의 일부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계약에 명시하고 있다.

이상 설명한 바와 같이 특허를 공유할 때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는 서로 다른 주체가 하나의 핵심역량을 함께 소유하는 것이니, 결혼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뜻이 맞으면 함께 공동의 성공을 추구하여 멋진 협력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지만, 뜻이 서로 어긋나면 이혼해야할 부부처럼 어떤 적보다도 위험하다. 영화에서도 '우아한 이혼처럼 모순된 말은 없다'고 했듯이, 특허 공유권자 간의 분쟁이 신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지극히 모순된 말이다. 기억하라, 가장 좋은 친구가 가장 나쁜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올리버(마이클 더글러스 분)와 바바라(캐슬린 터너 분)는 첫 눈에 반해 결혼한다. 올리버는 동료 개빈(대니 드비토 분)과 함께 장래가 촉망되는 야심만만한 변호사 초년생이고, 바바라는 건강한 육체의 매우 능동적인 여인이다. 세월이 흘러 이들 사이에 아들 조쉬, 딸 콜로린도 생기고 자동차, 집 등을 이루고 살 때 가지는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꾸린다. 그러나 일단 경제적 물질적 안정을 이루자 사소한 것으로부터 의견충돌이 잦아진다. 대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자존심만 내세우는 둘 사이에 불신의 틈이 벌어진다. 올리버의 입원 소동으로 바바라는 드디어 이혼을 요구하고 집 소유권을 놓고 양보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이들은 게빈의 중재로 이혼 상태지만 한 지붕 아래 기거하기로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학 진학을 하고, 가정부도 떠나자 둘만 남은 집안에서 본격적인 생사의 전쟁이 벌어지는데... from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