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특허인가?
- 특허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큰 박씨를 주기에 그걸 심었더니 닷 섬들이나 되는 큰 박이 열렸다네.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고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면 평평하고 얕아서 도무지 뭘 담을 수도 없다네. 그래서 크기는 매우 컸지만 쓸모가 없어서 깨뜨려버렸네“라고 했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참으로 큰 것을 제대로 이용하는 데 서투르구려. (중략) 그 닷 섬들이 박을 큰 술통으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가?”
- 장자 소요유 -
모든 제도나 환경 혹은 시대 변화는 기업에게 있어 혜자의 ‘닷 섬들이 박’과 같은 것이다. 그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기업의 성장과 번영을 보장하는 축복의 선물이 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아주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재앙이 되어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특허제도도 기업에게는 익숙하게 다루기 쉽지않은 '큰 박’과 같다. 잘 활용된 특허는 흥부의 ‘박’이 될 수 있으나 잘못 활용된 박은 기업을 극도로 곤란하게 만드는 놀부의 ‘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특허가 기업의 지속 성장에 어떤 의미를 주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특허는 기업의 집단 창의력이다.
2011년 애플의 스마트폰 실적을 두고 세계의 메스컴은 거침없이 괴물이라 언급했다. 애플의 실적은 시장 점유율 9%, 매출 점유율 40%, 이익 점유율 75%.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23%를 팔아 2위를 한 삼성의 이익 점유율이 16%였으니, 애플과 삼성의 이익 점유율을 합치면 총 91%가 된다. 노키아, 림, LG 등 나머지 기업들은 약 70%의 제품을 시장에 팔고도 겨우 9%의 이익을 나눠가진 셈이다. 승자 독식의 냉혹한 비즈니스 환
경에 가슴이 서늘하다.
2012년의 실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중 애플이 70%, 삼성이 33% 차지하였다. 이들 이익을 합치면 103%. 즉 나머지 회사들은 실질적인 손실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런 극심한 이익점유율 편중의 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창의력이다. 애플의 핵심역량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는 창의적 능력이며, 삼성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발빠른 2등 전략’(Fast Follower)에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창의력도 뒤지는 데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순발력이나 타이밍이 뒤처졌기 때문에 죽도록 만들어 팔고도 변변히 이익을 챙기지도 못하고 경영상황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산업사회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효율’이었다. ‘효율의 경제’는 단위 시간 및 단위 인력 당 더 많은 제품을 더 적은 불량률로 생산하여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지식사회 내지는 창의력 시대에서는 효율이 더 이상 경쟁력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창의의 경제’ 시대이다. 남다른 발명, 새로운 제품, 감동적인 디자인, 시장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창의의 경제’는 주어진 자원을 쥐어짜서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 경제’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든다.
그럼 창의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과거에는 창의력이 개인의 재능이라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결과나 성공적인 창의적 기업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보면, 창의력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 의해 얼마든지 창출되고 향상될 수 있으며, 집단 지성을 활용할 경우 창의적 성과는 상상을 초원하여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고객사의 연구인력들을 데리고 잘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브레인스토밍 등 워크샵을 진행해보면 당사자와 경영자들도 예상치 못한 큰 성과에 깜짝 놀란다. 그것이 프로세스의 힘인 동시에 집단 지성의 잠재력이다.
이와 같이 특허 경영 영역은 기업의 핵심역량을 창출하거나 변경하는 전략일 뿐 아니라, 기업 내 직원들의 지적 창의력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인적자원 관리의 영역에도 관계한다.
특허는 한 기업이 가진 인적 자원의 집단적 창의력의 척도이다. 회사의 집단 창의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 보시라.
둘째, 특허는 기업의 강한 핵심역량이다.
어느 기업이든 나름대로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핵심역량은 기업의 존재의미나 생존력 혹은 경쟁력을 의미한다. 제조 기업의 경우에는 주로 기술적인 영역에 핵심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그 핵심기술을 특허의 모습으로 보호받는다. 특허로 무장된 핵심기술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배제력이 강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핵심기술은 시장에서 공존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약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강한 핵심역량은 타 경쟁자들에 대해 경쟁적 우위를 점하여 시장을 배타적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약한 핵심역량은 타 기업의 편승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비교적 치열한 시장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은 자신의 핵심역량이 충분히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고 배타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점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의 강한 시장지배력에 의해 휘둘리는 꼴이 될 것이다.
귀사의 핵심역량은 충분히 강한가?
셋째, 특허는 기업의 비전이다.
우표를 수집하듯 과거의 추억을 위해 특허를 보유하는 기업은 없다.
특허는 미래의 경쟁 환경을 대비한 경영 전략적 기술 자산이다.
기업이 향후 나아갈 기술이나 제품 혹은 시장 목표를 향해 잘 짜인 전략에 따라 연구 및 개발이 수행된 결과가 특허이다.그래서 특허는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경영전략과 반드시 함께 한다. 어느 기업의 미래를 알려면 현재 어떤 특허들을 취득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기술 기반 기업인데도 특허가 없는 기업은 어떤가? 당연히 비전과 경영전략이 없거나 비전이 취약한 기업일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는 소위 ‘동물원형 기업’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많다. 철창에 갇혀 사육사(발주기업)가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사는 동물과 같은 기업. 사육사가 사육을 중단하면 달리 생존이 힘든 기업이다. 이런 유의 기업들도 자신의 비전을 기술경쟁력의 확보나 동물원 탈출로 설정하였다면 그 비전의 구체적인 특허의 활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회사가 어떤 특허를 확보하고 있고 또 어떤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라. 그리고 회사의 비전 내지 경영전략과 얼마니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라.
넷째, 특허는 비즈니스전쟁에서의 공격과 방어체계이다.
특허의 본질적 기능은 내 기술을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보장받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기술을 남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여 시장에서 배타적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특허의 실질적인 존재이유이다.
이런 배타적 효력 때문에, 최근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특허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사실상 절대적이고도 매우 유효한 수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어느 한 쪽의 선제공격에 의해 전쟁이 개시되는데, 특허 전쟁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특허권자에게만 주어진다.
비즈니스전쟁에서 공격주체가 되어 상황을 리드해 갈 것인가?
아니면 특허권자의 공격을 받아 이리 막고 저리 피하면서 끌려 다닐 것인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는 않고 최소한 대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쓸 만한 대응 무기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기는 하는가?
다섯째, 특허는 기술의 땅이다.
특허는 그 자체로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권으로서, 기술의 영역, 기술의 땅을 임의로 구획하여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이다.
머릿속에서 상상 가능한 무한한 기술의 공간 내에서 새롭고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만 하면, 자유로이 말뚝을 박고 울타리를 쳐서 자신의 소유로 삼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특허제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의 땅이기는 하지만 유체재산인 현실의 토지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여 이익을 많이 남겨주는 문전옥답 같은 특허가 있는가 하면, 어쩌다 한 번씩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천수답이나 아예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전혀 이용되지 않는 특허도 수두룩하다. 또 그린벨트에 묶인 땅과 같이 규제를 받아 기약 없이 이용이 제한되는 특허도 존재하고, 지금은 활용되지 않지만 기술 트랜드의 변화로 언젠가 미래에 크게 활용될 가능성을 기다리는 특허도 있다.
그래서 특허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짜릿한 묘미는 지금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기술이지만 내가 찾아 세상에 알리기만 하면 일시에 금싸라기로 변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의 땅을 찾아 넓게 울타리를 쳐서 척하니 내 것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렇게 기술의 땅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때론 적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때론 차안이나 측간에서 가벼이 얻어낸 반짝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적은 비용으로 별 리스크 없이 기술의 땅을 내가 상상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는 데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기술의 땅이 너무도 광활하고 복잡하여 희망하는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어려워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특허자료는 기술의 보물창고이다. 온갖 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몇 백만 건의 특허 출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들을 적절히 조사하기만 하면 관심분야의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적절히 분류하고 분석하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그 관심분야의 기술들을 참조하여 지식을 넓히고 그들을 조합하고 분해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제 저 광활한 기술의 땅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욕구와 용기가 생겼는가?
이와 같이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고 집단 창의력이며 미래의 비전이다. 또한 비즈니스 전쟁에서의 공격 및 방어체계이고 기업의 중요한 재산을 구성하는 기술의 땅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업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전략은 경영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포지션에서 계획되고 관리되어야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을 쌓는 자 필히 망하고, 길을 내는 자 번창하리라!
_투르크 명장 톤유쿠크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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