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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제노비스 신드롬 _ 방관자 효과

by 변리사 허성원 2024. 6. 4.

제노비스 신드롬 _ 방관자 효과

 

근 20년 쯤 전의 일이다.
너댓살 된 아들을 데리고 검은 모래로 유명한 여수의 만성리 해수욕장으로 놀러갔다.
인근의 민박에서 숙박을 하며 해수욕장에 들렀다.
해수욕장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물가에서 아들과 가볍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바다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튜브 하나를 여자애 둘이 타고 있는데.. 
튜브가 바다 쪽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애들이 물가로 나오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튜브는 더 밀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한 아이가 튜브를 놓쳤다.
무척이나 위급한 상황이었다.
내가 뛰어들고 싶어도 헤엄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 가까운 곳으로 바닷가를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수영에 능한 누군가나 안전요원이 듣고 달려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튜브를 빌려준 곳의 점원도 자기들의 튜브가 떠내려 가는 데도 멀건히 바라보기만 했다.
공포스러웠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토록 공포스러운 줄 평생 처음 느꼈다.

아내는 바다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치며 따라왔다.
뛰어가다 보니 밧줄이 보인다. 
어떤 용도인지 몰라도 한쪽 끝이 모래 사장이 묻혀있고 바다쪽으로 이어져 있다.
밧줄을 잡고 물속에 들어갔다.
밧줄을 잡고 들어가는 동안 두려웠다.
필시 물이 깊어질 텐데, 애들 가까이까지 갈 수는 있을까. 너무 깊어지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애들은 죽을 수도 있다. 지금 한 애는 거의 사경인 듯하다.

다행히 상당히 멀리까지 나갔는데도 그리 급격히 깊어지지 않았다.
애들 가까이까지 갔을 때에야 내 키보다 조금 더 깊었고, 헤엄 실력이 없어도 튜브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겨우 튜브를 잡아끌고서 애들에게 튜브를 잡게 한 다음 천천히 끌고 나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조금 더 지체되어 튜브가 더 또내려갔다면, 무척 곤란했을 것이다.

바깥으로 데려나오니 애들은 탈진하여 쓰러졌다.
한 할머니가 거의 혼이 나간 듯한이 달려와서 애들을 거두고는 울음을 터뜨리신다. 
그제서야 안전요원들의 대장인 듯한 양반이 나타나서, 나를 치하하고는..
어디 가서 이 사고를 말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겸연쩍게 한다.
내가 애들과 가족을 챙기느라 즉답을 하지 않으니 한참 붙어 있다 그러겠다는 내 대답을 듣고서야 떠난다.

그 애들은 중학생들이라고 했다.
지금도 잘 살고 있겠지. 지금쯤 30세 중반은 되었겠다.

사람들의 무관심

 

**
<
영화 `목격자`와 제노비스 신드롬>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을 때 "나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심리가 작동하며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희석되는 "방관자 효과"가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훌륭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37명의 퀸스 시민들은 무자비한 살인마가 큐가든스에서 한 여성을 미행하고 세 번에 걸쳐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중 경찰에게 살인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격받은 여성이 숨진 뒤에야 오직 한 명이 경찰에 전화를 걸었을 뿐이다."

1964327일자 뉴욕타임스에는 길거리에서 강도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캐서린 제노비스의 비극과 이를 지켜본 주민들의 무책임을 지적한 마틴 갠스버그 기자의 기사가 실렸다. 이 사건의 취재를 갠스버그 기자에게 할당한 아베 로젠탈 편집자는 갠스버그가 애초 보고한 38명을 실수로 37명으로 누락시켜 신문에 실었다.

그로부터 52년 후인 2016년 뉴욕타임스는 당시 기사가 잘못 되었다는 정정보도를 냈다. 52년 만에 뉴욕타임스가 밝힌 팩트는 이렇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37명이 아닌 12명이었고, 이들 중 살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2명은 모두 연인 혹은 술 취한 이들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 중 2명이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고, 그중 한 명은 밖으로 나가 죽어가는 제노비스의 얼굴을 팔로 감싸안고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베 로젠탈은 뉴욕타임스에서 무려 56년을 근무한 베테랑 기자다. 그는 베트남전, 펜타곤 페이퍼, 워터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취재하거나 혹은 편집자로 일하며 취재기자들을 지휘했다. 1960년에는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제노비스 신드롬"으로 유명해진 이 사건에서 더 많이 거론된다.

1964년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사회와 학계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38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으면서 아무도 타인의 비극에 무관심할 수 있는지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비브 라텐과 뉴욕대의 존 달리는 정말로 "방관자 효과"가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는 방에서 한 학생이 갑자기 간질 발작을 일으킬 때 실험 참가자들이 도와줄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 방에 한 사람만 있을 때 그가 도와줄 확률은 85%였던 반면, 5명이 있을 때는 고작 31%에 불과했다. ,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을 때 "나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심리가 작동하며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희석되는 "방관자 효과"가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https://www.mk.co.kr/news/culture/8455043

 

영화 `목격자`와 제노비스 신드롬 - 매일경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훌륭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37명의 퀸스 시민들은 무자비한 살인마가 큐가든스에서 한 여성을 미행하고 세 번에 걸쳐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www.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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