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추계화(蜺墮雞化, 푸른 뱀이 대들보에서 떨어지고 암탉이 수탉으로 변하다)
나관중 삼국지 초입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 궁전 모퉁이에서 느닷없이 세찬 바람이 일어나면서 커다랗고 푸른 뱀 한 마리가 스르르 대들보에서 떨어져 의자에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 지진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큰 파도에 휩쓸려가고.. 암탉이 수탉으로 변하고..
이에 황제가 조서를 내려 신하들에게 재앙과 이변이 일어난 까닭을 물으니, 의랑 채옹이 상소하여 말했다.
'뱀이 떨어지고 암탉이 수탉으로 변한 것은 여자와 환관들이 정사에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 조정은 날로 글러져갔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도적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거기다 '태평요술'을 익힌 장각이 이끄는 황건적이 발호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나라가 망할 때의 상황이 그러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때와 유사한 현상이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닌지 몰라.
큰 지진은 아직 없지만, 여자냐 남자냐 시비, 이태원과 오송 지하도 참사, 정사에 관여하는 여자와 환관, 역술인 등등.. 그리고 빈대 소동은 푸른 뱀 추락에 갖다 붙여 볼 수도 있겠고..
하도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한심하니 이런 거까지 꿰맞춰 보는 짓을 다 하고 있네.. ㅠㅠ..
(* '예蜺'는 원리 '무지개'를 뜻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보아 '뱀'으로 번역한 판본에 따름.)
** 옮겨옴
建寧二年四月望日,帝禦溫德殿。方升座,殿角狂風驟起。只見一條大青蛇,從梁上飛將下來,蟠於椅上。帝驚倒,左右急救入宮,百官俱奔避。須臾,蛇不見了。忽然大雷大雨,加以冰雹,落到半夜方止,壞卻房屋無數。建寧四年二月,洛陽地震;又海水泛溢,沿海居民,盡被大浪卷入海中。光和元年,雌雞化雄。六月朔,黑氣十餘丈,飛入溫雄殿中。秋七月,有虹現於玉堂;五原山岸,盡皆崩裂。種種不祥,非止一端。
건녕 2년 4월 보름에 황제께서 온덕전에 납시어 막 어좌에 오르시는데, 대궐 모퉁이에서 광풍이 갑자기 일어났는데, 한 마리 큰 푸른 뱀이 나타나 대들보 위로부터 떨어져 날아 내려와서 의자 위에 또아리를 틀었다. 황제께서 놀라 쓰러지고 좌우 시위들이 급히 (황제를) 구하여 궁으로 들어가고 백관이 모두 달아나 피하였다. 잠깐 뒤에 뱀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우레가 치고 큰 비가 내렸다가 얼음과 우박이 떨어져 한밤중이 돼서야 그쳤는데, 집들이 무수히 부숴졌다. 건녕 4년 2월에 낙양(당시 후한의 도읍)에 지진이 있었고, 또 바다에 해일이 있어 바닷가에 사는 백성들이 모두 큰 파도를 만나 바다로 쓸려 들어갔다. 광화 원년에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으며, 6월 초하루에 십여 길이나 되는 검은 기운이 온웅전 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가을 (음력) 7월에 옥당(궁전)에 무지개가 나타났으며, (내몽고의) 오원산 언덕이 (지진으로) 무너지니, 여러 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이 한두 가지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帝下詔問群臣以災異之由,議郎蔡邕上疏,以爲蜺墮雞化,乃婦寺幹政之所致,言頗切直。帝覽奏歎息,因起更衣。曹節在後竊視,悉宣告左右;遂以他事陷邕於罪,放歸田裏。後張讓、趙忠、封諝、段珪、曹節、侯覽、蹇碩、程曠、夏惲、郭勝十人朋比爲奸,號爲“十常侍”。帝尊信張讓,呼爲“阿父”。朝政日非,以致天下人心思亂,盜賊蜂起。
황제께서 조칙을 내려 여러 신하들에게 이상한 재앙의 까닭을 물으니, 의랑 벼슬의 채옹이 상소하여 아뢰기를,
“뱀이 떨어지고 닭이 변하는 것은 외척과 환관이 정사에 간여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여 말이 자못 간절하고 솔직하거늘, 황제께서 상주문을 보고 탄식하며 일어나 옷을 바꾸어 입었다. 조절이 뒤에서 엿보고 있다가 부하들에게 두루 알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른 일로 채옹을 죄에 빠트려서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로 돌아가게 내쫓았다. 뒤에 장양 조충 봉서 단규 조절 후람 건석 정광 하운 곽승의 열 명 동아리가 간신이 되었는데 이름하여 십상시라고 했다. 황제가 장양을 믿어서 ‘아버지’라고 불렀다. 조정은 날로 글러져 갔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도적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時巨鹿郡有兄弟三人,一名張角,一名張寶,一名張梁。那張角本是個不第秀才,因入山采藥,遇一老人,碧眼童顏,手執藜杖,喚角至一洞中,以天書三卷授之,曰:“此名《太平要術》,汝得之,當代天宣化,普救世人;若萌異心,必獲惡報。”角拜問姓名。老人曰:“吾乃南華老仙也。”言訖,化陣清風而去。角得此書,曉夜攻習,能呼風喚雨,號爲“太平道人”。
그때 거록군에 삼형제가 있었는데, 맏이가 장각이고 둘째가 장보이며 막내가 장량이었다. 저 장각은 본시 과거에 낙방하여 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다가 어떤 노인을 만났는데, 노인은 푸른 눈에 동안이었고 손에 청려장을 짚고 있었다. 그 노인이 장각을 불러 한 동굴 속에 데리고 들어가서 천서 세 권을 주면서 말하기를,
“이 책은 <태평요술>이다. 네가 이 책을 터득하면 마땅히 하늘을 대신하여 조화를 펴고, 두루 세상 사람들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른 마음이 싹튼다면 반드시 나쁜 보답을 받을 것이다.”
라고 했다. 장각이 (노인의) 성명을 물으니, 노인은 말하기를,
“나는 남화노선이다.”
라고 하고, 말이 끝나자 한 줄기 맑은 바람으로 바뀌어 사라졌다. 장각이 이 책을 얻어 밤낮으로 익혀서 능히 비와 바람을 부를 수가 있었고, 호를 태평도인이라고 하였다.
中平元年正月內,疫氣流行,張角散施符水,爲人治病,自稱“大賢良師”。角有徒弟五百餘人,雲遊四方,皆能書符念咒。次後徒 衆日多,角乃立三十六方,大方萬餘人,小方六七千,各立渠帥,稱爲將軍;訛言:“蒼天已死,黃天當立;歲在甲子,天下大吉。”令人各以白土,書“甲子”二字於家中大門上。青、幽、徐、冀、荊、揚、兗、豫八州之人,家家侍奉大賢良師張角名字。
중평 원년 정월에 전염병이 유행하니 장각이 부적과 물을 두루 베풀어서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였다. 그리하여 스스로 ‘대현량사(큰 어질고 좋은 스승)’라고 했다. 장각의 제자가 5백여 명이었고, 구름같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모두 부적을 써주고 주문을 외웠다. 차차로 그 후에 무리들이 날로 많아지니, 장각은 마침내 삼십육방을 세웠는데 대방은 만여 명이고 소방은 6,7천 명이었다. 각 방마다 거수(우두머리)를 세우고 거짓말을 퍼트리기를,
“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고, 누런 하늘이 마땅히 설 것이다. 갑자년이 되면 천하가 크게 좋아질 것이다.”
라 하고, 사람을 시켜서 각각 백토로 갑자 두 글자를 집 대문 위에 쓰게 하였다. 청주, 유주, 서주, 기주, 형주, 양주, 곤주, 예주 여덟 고을의 사람들이 집집마다 대현량사 장각의 이름을 받들어 모셨다.
https://blog.naver.com/1517plan/2232309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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