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면 안다>
_ 김홍신
굶어 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 마름에 지쳐 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 하면 안다
그 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것이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
(2:30 ~)
**
'겪어보면 안다'
이 뻔한 말, 우리가 종종 쓰기도 하는 이 말이, 이렇게 들으니 가슴을 울린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던 것들이 있다.
차가운 골방에서 웅크리고 밤을 새던 그 때, 성냥 개피에 불을 붙여 손을 모아 그 열기로 지독한 한기를 이기려 했던 그런 날이 있었지. 차비 10원이 없어 20리 길을 종일 걸었던 날도 있었고.. 못에서 혼자서 수영하다 빠져죽을 뻔한 그때 옆 동네의 형이 손을 뻗어 나를 구해주고 간 기억도 있지..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천년만년 살 것처럼 시절을 탕진하며 살던 그 귀하디 귀한 내 청춘이 생각난다.
'겪어보면 안다'는 우선 겪고 나서 후회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일상의 귀중함을 미리 깨닫고 그들을 귀하게 여기며 아끼라는 의미를 가르친다.
하지만 그보다는 '겪어보아야 깨닫게 된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귀한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주어진 모든 것의 귀중한 가치는 그것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해질녘에 되어서야 날개를 펼치듯,
인간의 지혜는 온갖 일을 다 겪은 후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밝게 보이듯,
사랑도 행복도 모든 귀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더 소중함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비록 잃었지만, 그를 통해 우리의 지혜는 한 뼘 더 자란다.
**
<사람이니까 괜찮다>
_ 박노해
사람은 괜찮다
넘어지지 않고는
걸음마를 배울 수 없으니
사람은 괜찮다
잘못 걷지 않고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없으니
사람은 괜찮다
잃어보지 않고는
귀한 줄을 알 수 없으니
상처받고 실패하고 잘못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그래도 너와 함께라서 좋았다
사람은 괜찮다
사랑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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