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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갈등(葛藤)의 의미

by 변리사 허성원 2023. 9. 6.

<갈등(葛藤)의 의미>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를 가리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갈등(葛藤)'의 뜻은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

이 설명에서처럼, 칡이나 등나무는 모두 무언가를 감고 타고 올라가기에 저희들끼리 쉽게 엉켜버리고, 그렇게 엉키면 풀기가 무척 힘들게 되죠. 그래서 그런 상태를 갈등이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저께 제주도에 가서 '곶자왈환상숲공원'이란 곳을 관광차 들렀는데,
그곳의 숲 해설가가 실제 갈등 상황 즉 칡과 등나무가 엉켜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칠과 등나무는 모두 나무를 감고 오른다는 점에서는 공통하는데,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으며 오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하나의 나무를 함께 오르게 되면,
반드시 서로 교차하는 곳이 생기게 마련이고, 뒤에 오른 것이 앞선 것을 눌러 조여서 결국 죽이고 말게 되지요.
그래서 이 둘은 한 나무에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엎치락뒤치락 반복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갈등 상황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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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란 항상 서로 잘 어울리고 서로 보완적인 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매사가 그렇듯 강해지기 위해 아픔이 필요한 법이지.

 

진정 사랑하는 사이라면 백거이의 싯구처럼 연리지가 되어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라. 서로 가까워지고 그러다 부딪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더 큰 상처를 주며 서로를 도려내고, 그럼에도 배척하지 않고 꼭 끌어안고 또 상처를 내고.. 그렇게 부둥켜 안으며 수도 없는 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이다.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며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민음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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