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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26 <아테나이17> 헤라클레스의 선택, 운명을 사랑하라

by 변리사 허성원 2023. 8. 18.

<아테나이17> 헤라클레스의 선택, 운명을 사랑하라

 

시련이 영웅을 만든다. 안락한 삶을 산 영웅은 없다. 오디세우스,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이아손 등 모든 영웅이 그러했다. 헤라클레스는 더욱 그러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테베의 왕녀 알크메네를 통해 낳은 인간 영웅이다. 기간테스와의 싸움에서 신들을 도울 영웅을 얻기 위해,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의 아내인 알크메네를 선택하고, 암피트리온이 여행 떠난 틈을 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동침한다. 이 때 훌륭한 영웅을 낳기 위해 밤의 길이를 3배나 늘렸다고 한다.

알크메네는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와 암피트리온의 아들 이피클레스를 쌍둥이로 낳았다. 제우스의 불륜을 알게 된 질투의 화신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탄생을 방해하기도 하고 헤라클레스의 요람에 독사를 보내기도 했지만, 여신의 질투도 영웅의 강한 운명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힘이 세어지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놀란 암피트리온은 청년으로 자란 그를 키타론 산으로 보내어 소떼를 돌보게 한다.

성인이 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번민에 빠진다. 그럴 때 헤라클레스 앞에 두 여신이 나타난다. '미덕(virtue)'과 '악덕(vice)'의 두 여신은 헤라클레스에게 각자 자신들이 제시하는 인생의 길을 따를 것을 유혹하거나 설득한다. 이 이야기가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에 기술되어 있는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다. 이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많은 화가들의 작품의 대상이 되었다. ‘미덕’과 ‘악덕’은 탁월함을 상징하는 ‘아레테’ 여신과 악덕의 ‘카키아’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탈리아 화가 폼페오 바토니의 1748년 작품에서는 ‘미덕'의 자리에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위치하고 있다. 바토니의 그림에서 악덕의 여신 카키아는 헤라클레스의 옆에 앉아 한 팔을 그의 허벅지에 얹고서 그 손에 꽃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엔 가면을 들고 있다. 그녀의 발치에는 악기와 악보가 보인다. 꽃은 찰나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가면은 거짓을, 악기와 악보는 쾌락을 상징한다. 한편 아테나 여신은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든 모습으로 헤라클레스의 앞에 서서 한 손으로는 멀리 험준한 언덕을 가리키고 있다.

악덕 즉 카키아 여신이 먼저 말했다. "헤라클레스여, 보아하니 그대는 어느 길로 인생에 다가갈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네요. 그대가 나를 친구로 삼는다면 나는 그대를 가장 즐겁고 편안한 길로 인도할 것이며, 그대는 인생의 단맛은 남김없이 다 보고 인생의 어려움은 결코 경험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미덕 혹은 아테나 여신도 말한다. "헤라클레스여, 나도 그대를 만나러 왔노라. 나는 그대의 부모를 알고, 그대가 교육받는 동안 그대의 타고난 자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오. 그래서 나는 그대를 내가 인도하는 길로 안내할 거예요. 그러면 그대는 고매한 위업들을 훌륭하게 이룩할 것이고, 나는 그대에게 혜택을 베푼 덕에 훨씬 더 존경받고 더 유명해질 거예요." 그러면서 말을 계속하였다

“그 길은 가시밭길처럼 험하고 고통스러울 거예요. 나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현혹시키지 않아요.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아름다움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어요. 따라서 당신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면 신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친구에게 선을 베풀어야 해요.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을 하여야 하지요. 그것은 땅에서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 땀 흘려 경작하여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답니다.”

아테나 여신의 말을 들은 악덕 카키아 여신이, "헤라클레스여, 이 여인이 말하는 즐거움에 이르는 길은 얼마나 험하고 먼지 아세요? 나는 편안한 지름길을 택하여 그대를 행복으로 인도할 거예요."라고 말하자, 아테나 여신은 카키아 여신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한다.

“당신 말대로 산다면, 듣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칭찬을 들을 수 없고, 보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요. 아름다운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자는 그 어느 기쁨도 누릴 수 없지요. 그런 사람을 누가 신뢰하고 누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며 누가 그를 따르겠어요? 그런 삶은 젊을 때 잠시 한가롭고 사치스럽겠지만 늙어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궁색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어요.”

두 여신의 제안을 들은 헤라클레스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떻게 하여 그리스 최고의 영웅이 되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시대의 영웅인 그대 리더들에게도 아테나와 카키아가 나타나 선택을 요구하였을 것이다. 악덕의 여신 카키아가 제시하는 쾌락의 삶인가,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인도하는 가시밭길의 삶인가. 그대 리더라면 필시 아테나의 길을 선택하였으리라. 그 선택이 곧 그대의 운명이다. 그대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

 

<헤라클레스의 선택, 폼페오 바토니> 아테나가 미덕의 여신으로 등장
<헤라가 보낸 독사를 죽이는 아기 헤라클레스>

 

 

** 천병희 역 '소크라테스 회상록'에서

한 여인(악덕)이 다가와 말했다.
"헤라클레스여, 보아하니 그대는 어느 길로 인생에 다가갈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네요. 그대가 나를 친구로 삼는다면 나는 그대를 가장 즐겁고 편안한 길로 인도할 것이며, 그대는 인생의 단맛은 남김없이 다 보고 인생의 어려움은 결코 경험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여인(미덕)이 다가와서 말했다.
"헤라클레스여, 나도 그대를 만나러 왔노라. 나는 그대의 부모를 알고, 그대가 교육받는 동안 그대의 타고난 자질을 유심히 지켜보았어요. 그래서 나는 그대가 내가 인도하는 길을 가기만 하면 그대는 고매한 위업들을 훌륭하게 이룩하고, 나는 혜택을 베푼 덕에 훨씬 더 존경받고 더 유명해질 것이라고 기대해요. .. 노력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신들은 인간에게 좋고 아름다운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아요. 신들이 자애롭기를 바란다면 신들을 섬겨야 하고, 친구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나라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그대가 미먹을 헬라스 전체가 칭송하기를 바란다면 헬라스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

악덕이 말했다.
"헤라클레스여, 이 여인이 말하는 즐거움에 이르는 길은 얼마나 험하고 먼지 아세요? 나는 편안한 지름길을 택하여 그대를 행복으로 인도할 거예요."

그러자 미덕이 말했다.
"한심한 여인이여, 너에게 무슨 좋음이 있다는 것인가? 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네가 무슨 즐거움을 안다는 것인가? 너는 즐거운 것을 바라는 욕구를 기다리지도 않고 미리 모든 것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지.이를테면 배그프기 전에 먹고, 목마르기 전에 마시며,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사를 구하고, 맛있게 마시려고 비싼 술을 사들이고, 여름에 얼음을 찾아 돌아다니고, 편안하게 자기 위해 푹신한 이부자리뿐 아니라 침상을 구입하지.네가 자고 싶은 것은 힘든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 지루하기 때문이니까. .. 너는 불사의 몸이지만 신들에게 배척당하고 훌륭한 인간들에게 멸시당해. 너는 가장 듣기 좋은 말인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가장 보기 좋은 것을 본 적이 없어. 너는 자신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누가 네 말을 믿으며, 누가 네 청을 들어주겠니?"
내 친구들에게는 애써 조리하지 않아도 먹고 마시는 일이 즐겁지. 그들은 먹고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니까. 또한 그들은 노력하지 않는 자들보다 더 단잠을 자고, 잠을 못 자도 짜증을 내지 않으며, 잠 때문에 꼭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는 일도 없지. 존경이는 연장자에게 칭찬받으면 기뻐하고, 연장자는 젊은이에게 존경받는 것을 낙으로 삼지. 또한 그들은 지난날의 업적을 회고하는 것을 즐기고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내 친구들은 나로 말미암아 신들에게 사랑받고 친구들에게 보호받고 조국에 소중한 존재가 되지. 헤라클레스여, 그대가 이 길을 가려고 노력한다면 최고의 행복을 누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