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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

by 변리사 허성원 2023. 4. 6.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

 

나는 언제나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본분을 헤아려 알지 못하고 외부의 것에 편승하여 멋대로 구는 것을 싫어하였다.
어떤 이는 권세에 기대어 자신과 같은 무리가 아닌 곳에 들려 하고, 어떤 이는 재주를 드러내어 강한 자들의 노여움을 사고, 어떤 이는 시류를 틈타 방자하게 굴다가, 마침내는 재앙에 이르게 된다.
한 손님이 사슴과 당나귀와 쥐의 세 가지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런 일들과 유사해서 '삼계(三戒)'를 지어보았다.

吾恒惡世之人不知推己之本,而乘物以逞,或依勢以干非其類,出技以怒強,竊時以肆暴,然卒迨於禍。有客談麋、驢、鼠三物,似其非,作《三戒》。

△임강지미(臨江之麋) _ 임강의 사슴

임강 땅의 사람이 사냥을 하여 큰 사슴의 새끼를 잡았다. 그것을 기르고자 집 문으로 들어오는데, 개들이 침을 흘리고 꼬리를 세워 다가왔다. 그 주인이 혼을 내어 개들을 두렵게 하였다. 이때부터 매일 사슴새끼를 안고 개들에게 다가가서 자주 보여주며,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점차 함께 놀 수 있게 하였다. 오랜 시간이 흐르자 개들은 모두 주인의 뜻을 따랐다.

사슴새끼도 점점 자라면서 자신이 사슴임을 잊고 개들이 자기의 좋은 벗인 줄 여겨, 서로 부딪히고 뒹굴며 갈수록 친해졌다. 개들은 주인이 무서워 사슴과 더불어 지내기를 매우 잘 하였지만, 가끔 입맛을 다시곤 했다. 삼년이 되었을 때, 사슴이 문밖을 나섰다. 바깥에 개들이 길에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달려가 더불어 장난을 치려 하였다.
밖의 개들은 그를 보고 기뻐하면서 거세게 달려들어 함께 죽여서 잡아먹어버렸다. 길에는 사슴의 피만 낭자하였다.

사슴은 죽을 때까지 끝내 깨닫지 못하였다.

△臨江之麋
臨江之人,畋得麋麑,畜之。入門,群犬垂涎,揚尾皆來。其人怒,怛之。自是日抱就犬,習示之,使勿動,稍使麋與之戲。積久,犬皆如人意。麋麑稍大,忘己之麋也,以為犬良我友,抵觸偃仆,益狎。犬畏主人,與之俯仰甚善,然時啖其舌。三年,麋出門外,見外犬在道甚眾,走欲與為戲。外犬見而喜且怒,共殺食之,狼籍道上。麋至死終不悟。

 

검지려(黔之驢) _ 검주의 당나귀

검주(黔州: 귀주성) 땅에는 당나귀가 없었는데, 어떤 호사가가 당나귀 한 마리를 배에 싣고 들어왔다. 그런데 데려오긴 했으나 쓸모를 몰라 산 아래에 풀어 놓았다.

호랑이가 그 당나귀를 보았다. 키가 크고 체구가 우람하여 신령스러워 보였다. 숲속에 숨어 훔쳐보다가,  슬그머니 당나귀에게 다가가보았지만, 상대가 어떤지 알아보지를 못하였다.
어느날 당나귀가 울었다. 호랑이는 크게 놀라 멀리 달아났다. 자기를  잡아 먹으려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심히 두려워하며 왔다갔다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소리에도 점점 익숙해지지자 더 가까이 앞뒤로 다가갔지만 차마 건드려보지는 못하였다.
더욱 가까이 가서 집적이며 건드려보니 당나귀는 참지 못하고 발길질을 할 뿐이었다.

이에 호랑이는 기뻐하며 헤아렸다.
'이 녀석의 기량이 이것뿐이구나.'
그리고는 뛰어올라 큰 소리를 지르며, 멱을 끊어버리고 잡아먹은 후 떠났다.

아~ 겉모습이 우람하여 덕이 있어 보이고, 소리도 웅장하여 재주가 있는 듯하였다.
제 재주를 보여주지 않았을 때는, 호랑이가 비록 용맹하다 하여도 의심과 두려움 때문에 감히 잡아먹으려 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黔之驢

黔無驢,有好事者船載以入。至則無可用,放之山下。虎見之,龐然大物也,以為神。蔽林間窺之,稍出近之,憖憖然莫相知。他日,驢一鳴,虎大駭,遠遁,以為且噬己也,甚恐。然往來視之,覺無異能者。益習其聲,又近出前後,終不敢搏。稍近益狎,蕩倚衝冒,驢不勝怒,蹄之。虎因喜,計之曰:「技止此耳!」因跳踉大闞,斷其喉,盡其肉,乃去。噫!形之龐也類有德,聲之宏也類有能。向不出其技,虎雖猛,疑畏,卒不敢取。今若是焉,悲夫!

△영모씨지서(永某氏之鼠) _ 영주 땅 모씨의 쥐

영주 땅에 사는 어떤 이는 날을 삼가하거나 금기를 꺼리는 것이 매우 심하였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쥐띠 해라고 해서, 쥐를 아꼈다. 고양이와 개를 기르지 않고 하인들에게 쥐를 잡지 못하게 하였다. 창고와 부엌에 쥐가 마음대로 하여도 그대로 두었다. 그래서 쥐들은 서로 알려주어 모두 모씨의 집으로 모여들어, 배불리 먹고 화도 당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씨 집에는 온전한 그릇이 없고 옷걸이에는 온전한 옷이 없으며 음식 대부분도 쥐들이 남긴 것이었다. 낮에도 줄을 이어 사람들과 더불어 다니고, 밤이면 몰래 갉아대고 서로 싸우며 온갖 소리로 소란스러워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싫어하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나서 모씨가 다른 고을로 이사를 갔다. 다음 사람이 와서 살았는데, 쥐들은 그 전과 같이 행동하였다. 그 주인이 말하기를 '쥐란 것은 음습하고 더러운 동물인데다, 훔치고 소란을 떠는 짓이 유독 심한 것인데,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하고는, 대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빌려와 문을 잠그고 기와를 치운 후 쥐구멍에 물을 붓고, 어린 종들의 품을 사서 그물로 쥐를 잡게 하였다. 죽은 쥐가 언덕을 이루었고, 한갓진 곳에 버렸더니 몇 달이 지나서야 그 냄새가 그쳤다.

아아! 저 쥐들은 배부름과 안전을 언제까지나 누릴 것으로 여겼으리라.

△永某氏之鼠
永有某氏者,畏日,拘忌特甚。以為己生歲直子,鼠,子神也。因愛鼠,不畜貓犬,禁僮勿擊鼠。倉廩庖廚,悉以恣鼠不問。由是鼠相告,皆來某氏,飽食而無禍。某氏室無完器,椸無完衣,飲食大率鼠之餘也。晝累累與人兼行,夜則竊齧鬥暴,其聲萬狀,不可以寢,終不厭。數歲,某氏徙居他州。後人來居,鼠為態如故。其人曰:「是陰類惡物也,盜暴尤甚,且何以至是乎哉!」假五六貓,闔門,撤瓦灌穴,購童羅捕之。殺鼠如丘,棄之隱處,臭數月乃已。嗚呼!彼以其飽食無禍為可恒也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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