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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98 <아테나이5> 트로이 전쟁과 세 여신의 제안

by 변리사 허성원 2023. 2. 12.

<아테나이5> 트로이 전쟁과 세 여신의 제안

 

올림포스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영웅 아킬레우스를 낳게 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이다. 그런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 대한 복수로 연회석 한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진 황금사과를 던져놓았다. 이를 본 세 미녀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모두 자기의 것이라 우기며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결국 그 판결은 제우스의 손에 맡겨졌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제우스는 이데 산의 양치기인 파리스에게 떠넘겼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의 아들이다. 헤카베는 파리스가 태어날 때 트로이가 불타는 꿈과 함께 그 때문에 트로이가 멸망할 거라는 예언을 듣고, 아기를 이데 산에 갖다버렸지만, 어느 양치기 부부에게 구출되어 멋진 청년으로서 성장한 것이다.

세 여신이 파리스의 앞에 섰다. 황금사과를 서로 달라고 하며 각자 선물을 제안하였다. 헤라는 부과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달콤한 제안에 더 이끌려, 그녀에게 황금사과를 건네고 만다.

그리고 파리스는 트로이왕실에 왕자로 되돌아가 지내다, 형 헥토르와 함께 스파르타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만난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이미 남편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였다. 파리스와 헬레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첫눈에 서로 반하고, 헬레네는 파리스 일행을 따라 트로이의 배에 오른다.

왕비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분노하여, 미케네의 왕인 그의 형 아가멤논을 찾아간다. 형제는 헬레네의 구출과 트로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응징하기 위해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의 족장들을 소집하고 스스로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된다. 그렇게 그리스 연합군의 원정으로 트로이 전쟁은 시작되었다. 올림포스의 신들마저 편을 나누어 참여한 10년 동안의 긴 공방 끝에, 그리스의 승리 즉 트로이의 멸망으로 전쟁이 종결된다. 이 전쟁의 마지막 상황을 노래한 것이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이다.

이처럼,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던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 하고 무수한 영웅들과 백성들을 죽음과 도탄에 이르게 한 트로이 전쟁은 사과 한 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파리스의 선택에 있었다. 파리스의 인격이 좀 더 성숙되어, 아프로디테의 '미인'이 아니라, 헤라의 부와 권력 혹은 아테나의 지혜와 승리를 선택하였다면 전쟁의 양상과 트로이의 운명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미인은 겨우 얼굴 가죽 한 꺼풀이 창출하는 얕은 쾌락의 가치에 불과한 것이다. 쾌락은 한 개인에게 국한되며 극히 짧은 시간 지속될 뿐이다. 특히 그 가치는 새로이 창출된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 타인의 것이었기에, 그로부터 탈취하여야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애초부터 심대한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죄악의 선택이었다.

헤라가 제시한 부와 권력은 욕망의 가치다. 그것은 평화롭게 보편적으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부와 권력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특정 소수에게 풍요를 안겨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 편중으로 인해 탐욕과 부패 그리고 분쟁과 파멸로 귀결된다. 이는 아가멤논의 비극적인 운명이 웅변으로 말해준다. 그리스 연합군의 맹주로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전쟁을 통솔하였던 아가멤논은, 전쟁 막바지에서 자신의 교만, 오만 및 욕망으로 아킬레우스와의 갈등을 증폭시켜 그리스 연합군을 극도로 위태롭게 하였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자신은 아내에게 살해당하고 집안은 몰락하고 만다.

아테나가 제시한 것은 지혜승리였다. ‘지혜는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지적 가치이며, ‘승리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기 구성원들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는 집단의 생존 가치이다. 아프로디테나 헤라가 제시한 가치는 특정인이 짧은 기간 누릴 수 있을 뿐이며, 갈등과 파탄으로 귀결되는 것임에 반해, 아테나의 지혜와 승리는, 모든 구성원이 기꺼이 추구하여 지속적인 번영을 오랫동안 함께 누릴 수 있는 고결하고도 영광스러운 길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영웅들 즉 기업인 등 리더들 앞에 수시로 나타난다. 그들은 파리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선택을 강요한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미인과 같은 순간의 쾌락인가, 부와 권력과 같은 파멸의 탐욕인가, 지혜와 승리가 가져다주는 지속가능한 번영인가?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Jan Brueghel - The Feast of the Gods. The Wedding of Peleus and Thetis - KMSsp225 - Statens Museum for Kunst)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장에 황금사과를 던지는 불화의 여신 엘리스
파리스의 심판. (Picou, Henri Pierre - The Judgement of Paris)
파리스와 헬레나의 사랑. The Love of Helen and Paris&nbsp; by Jacques-Louis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