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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96 <아테나이4> 공격형 방패, 아이기스와 특허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 24.

<아테나이4> 공격형 방패, 아이기스와 특허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에 걸맞게 항상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들고 있다. 그녀의 방패는 아이기스이다. 그것은 원래 아버지 제우스의 것이었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젖어미였던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어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공격형 방패라 불린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따르면, 아이기스에는 100개의 황금으로 된 술이 붙어 있고, 술 하나하나는 소 수백 마리의 가치를 가진 미우 호사스런 물건이다. 아테나는 아이기스를 아킬레우스에 입혀 트로이의 헥토르를 죽일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자 아폴론이 나타나 헥토르의 시신을 아이기스로 감싸서 보호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를 보면 아이기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가죽 재료로 만든 고급스런 방패의 일반명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테나가 아이기스를 갖추는 장면을 일리아스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의 딸 아테나는 구름을 부리는 제우스의 갑옷을 입은 다음에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술이 달린 아이기스를 어깨에 걸쳤다. 그것에는 제우스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상징으로서, 둘레에 공포가, 그 안에 불화, 무력, 소름 끼치는 추격이, 그리고 중앙에는 무시무시한 괴물 고르곤의 머리가 새겨져 있다.”

아이기스에 부착된 머리의 주인공인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고르곤 세 자매 중 하나였다.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 아테나에게 발각되어 그 저주로,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이 뱀이 되었다. 그 얼굴은 흉측하게 변하여 그것을 본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하고 만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잘라 아이기스에 붙인 영웅은 페르세우스이다.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왕녀 다나에의 아들이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가 낳은 아들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다나에를 청동으로 만든 밀실에 가둔다. 하지만 그녀를 노린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하여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임신시켜 페르세우스를 태어나게 하였다. 왕은 모자를 방주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냈고, 방주는 세리포스에 표착하여 이 섬의 왕 폴리데크테스의 보호를 받는다. 다나에를 차지하려는 왕은 청년이 된 방해꾼 페르세우스를 제거하고자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라고 명령한다.

페르세우스는 영웅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테나로부터 아이기스와 함께 메두사의 머리를 담을 자루를 얻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하늘을 나는 헤르메스의 신발 등을 빌렸다. 메두사를 찾아간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가르쳐준 대로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접근하여 메두사를 처치한다.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의 검을 가진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고 한다.

페르세우스는 귀환 길에 에티오피아의 왕녀 안드로메다를 구해 아내로 삼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를 돌로 바뀌게 하여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었다. 그런데 여행 중 우연히 참여한 경기대회에서 던진 원반이 빗나가 한 노인의 목숨을 잃게 했는데, 그 노인이 바로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 왕이었으니, 신화의 모든 신탁이 그러하듯 그 예언도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메두사의 목은 아이기스에 부착되어 아테나에게 바쳐졌다.

우리의 이 시대에도 아테나의 아이기스가 있다. 그 수는 갈수록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건 바로 ‘특허’다. 아이기스의 공격적 방어력은 특허권의 권능과 흡사하다. 침해한 자의 행위를 멈추게 하는 특허의 금지권적인 효력은 아이기스에 새겨진 메두사의 얼굴이 상대를 돌로 만드는 작용과 특히 닮았다. 그래서 이 시대의 영웅인 기업가들은 그들의 비즈니스를 보호받기 위해 공격형 방패인 특허 아이기스를 반드시 무장하고자 한다. 그들은 창의적인 기술을 개발하였을 때 특허제도의 수호신인 아테나에게 특허 아이기스를 요구한다. 기업가들의 요구가 있으면 아테나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특허 아이기스를 발행해준다.

그런 아테나와 기업가의 충실한 조력자가 변리사이다. 변리사는 기업가들의 비전과 역량 및 열정에 부합하는 최고 최적의 특허 아이기스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완성하는 절차를 수행한다. 그래서 변리사는 아이기스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후예인 셈이다. 때로는 페르세우스처럼 아이기스에 메두사의 얼굴을 붙여 그 공격력을 강화시켜주며, 기업가를 대신하여 아이기스를 착용하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아킬레우스가 되기도 한다.

 

창과 방패를 들고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나는 아테나
메두사의 머리가 부착된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아테나의 저주를 받는 메두사>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
<메두사의 얼굴이 부착된 아이기스를 아테나 여신에게 반환하는 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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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사오르(Chrysa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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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Aegis)함은 아이기스에서 유래하였다.

이지스함은 특정 군함 이름이 아니라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군함을 말한다. 이지스시스템은 대공·대함·대잠수함전 수행을 위한 목표물 탐지·추적·전투명령·교전 등 전투행동을 일괄적으로 통합한 전투체계다. 이지스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딸에게 준 방패의 이름(Aegis)에서 나왔다. 이 방패는 어떤 창이나 칼도 뚫을 수 없는 ‘무적의 방패’다. 이지스함은 ‘바다 위 신의 방패’로 불리는, 현존 최고의 방어력을 갖춘 군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