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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

[생각해보자] 술먹고 놀러다니다 죽었는데, 왜 온 나라가 애도해야 하냐고?

by 변리사 허성원 2023. 3. 24.

술먹고 놀러다니다 죽었는데, 왜 온 나라가 애도해야 하냐고?

 

1. '그런 복잡한 곳에 놀러가서 희한한 복장을 하고 술 마시고 몰려 다니다 지들끼리 밀고 자빠져 깔려 죽었다. 그런 애들을 왜 국가가 보상하고 전 국민이 애도하고 저 시끄러운 소리들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라고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한 모임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사람이 내뱉은 말이다.
순간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올라오는 말이 있었지만 용케 그 자리를 잘 참고 넘겼다. 

2. 그 황당한 이태원 참사 뉴스가 있던 날 아내와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 아들도 군대에 가있지 않았다면 저기 갔을 수도 있었는데.."
얼마나 가슴 서늘한 상상이었던가.
어느 누가 저런 참혹한 사고에서 자신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는가.

3. 159명(사후 사망자 포함)의 생때같은 아들딸들이 그곳에서 희생되었다.
'억울하고도 안타까운 죽음'들은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누가 그런 곳에 가라고 했나.. 그런 날 하필이면 그런 곳에 가서는.. 왜 모여 술을 마시고 돌아다녀서는..
이런 말을 할 수는 있다.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한 부모형제나 친구들이 한탄하고 푸념하며 뱉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남들은, 국가나 사회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4.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언어는 그 죽음의 원인을 죽은 사람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불운에서 찾고자 하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옳은 해답은 찾을 수 없다.
그런 접근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이미 그 당사자 개인의 불운이나 책임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5. 우리가 반드시 알아내야 하고 해결하여야 하는 것은 그런 사고가 일어나게 된 근원적인 원인이다.
그 사고와 관련해서 개별 인간이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시스템적 문제는 존재하는가,
그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사회적, 정치적, 구조적 노력이 필요한가,
그런 사고의 예방과 해결의 진정한 책임자는 누구인가,
등을 명백히 알아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생존한 사람들과 이 사회가 해야할 일이다.

6. 그런 참사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 또 그 희생자들의 불운이나 잘못으로 떠넘기는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7. 우리는 과거에 비해 인권과 인간애가 현저히 진보된 선진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황당한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혹 자칫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그 사고의 뒷수습을 조화롭고 슬기롭게 해결할 공감능력, 경제력, 포용력, 조직력 등에 부족함이 없는 성숙된 나라가 아닌가. 
그런 성숙된 나라가 사고의 원인을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의 불운으로 치부하고, 그 가슴아픈 고통을 함께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마음놓고 표현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유치하고도 야만스런 모습이다.

8. 어느 사회든 생활보호대상자, 자살자, 홈리스, 장애인, 범법 청소년, 미혼모 등 사회적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당면한 상황을 그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가 외면해버리면, 그들은 이 사회를 불편하게 하는 그저 걸리적거리는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이 존재하게 된 환경적 원인, 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원인을 깊이 살피고, 그들의 수나 그들의 어려움이 감소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국가나 사회의 책임이다. 
우리나 우리 가족 중 누구든 이런 저런 사고나 오류로 인해 불행이나 불편을 얼마든지 당할 수 있다.
주변에 그런 불우한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줄여나가야만, 우리 삶과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고 건강하기 유지할 수 있다. 

9. 그래서 우리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개인에게 물어서는 안 되고, 이 사회의 시스템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10. 그리고 '논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놀러가서 죽으면, 어울려 술마시다 죽으면, 그것이 죄가 되는가? 죽어도 싼가?
우리가 젊었던 시절,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밤낮없이 쉬지않고 일해야만 겨우 먹고살고 조금이나마 저축할 수 있던 시절에는 그런 인식들이 있었고 사회적 공감도 있었다. 

11.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놀기 위해 산다. 
젊은이들에게 왜 일하는지 물어보라. 그들은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놀기 위해 일한다고.
놀지 않고 벌기만 하는 것은,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시대는 놀기 위해 돈을 번다. 돈이 있어야 놀 수 있다.
돈을 써며 놀아야만 경제가 돌아간다. 돈을 쓰지 않는 경제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이 물건과 음식에 돈을 쓰지 않는다면 누가 물건을 만들고 누가 식당을 운영하겠는가.
놀지 않으면 삶도 없고 행복도 없다. 친구도 이성도 없고, 결혼도 출산도 없다. 결국 나라의 미래도 없다.

12. 그러니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성숙된 사회다.
놀다가 희생된 그들에게 가해진 불행을 그들의 책임이나 그들의 불운으로 떠넘기지 않고, 사회와 어른의 책임으로, 구조적인 문제로 여기고 그 고통을 줄여주고자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13. 그래서 이번 이태원 참사를 그저 159개의 불운이 어쩌다 우연히 한꺼번에 일어난 사고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159명의 가슴 아픈 하나하나의 참사가 있었고, 그 많은 참사들을 유발하고도 어슬프게 수습하고, 거기다 책임까지 회피하는 반인륜적이면서도 무책임하고 저열한 사회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두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리 단도리하지 않고는 그 젊은이들의 희생에 너무도 큰 죄를 짓는 것이다.

14. "2만명이 죽었다면, 2만명이 죽은 하나의 사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 명씩 죽은 2만개의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This is not one incident in which 20,000 people died, it is 20,000 incidents, in each of which a person died.)." 일본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스탈린은 이렇게 말했다.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명의 죽음은 통계다.(A single death is tragedy; a million deaths is statitic.)"

15. 놀러 가서 죽은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 죄없는 생때같은 아이들의 구구절절한 비극이 그냥 의미없이 이 사회의 변화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 
그 엄청난 아픔들이 우리 기억 속에 잠시 머물다, 어느날 그저 통계로서만 갈무리되어 남아 있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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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에 밀려 일어난 그런 대참사를 겪고도, 이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사람들을 몰아부쳐 빨리 이동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협을 느끼며 절박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곤하다 못해 위험한 일상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결국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희생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이동권’ 주장이야말로 ‘모든 시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이를 두고 장애인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 그들이야말로 유언비어가 아니라 실제로 ‘밀어 밀어’를 선동하는 사람들이다." _ [시선] 과속을 부추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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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스트립의 2017년 골든글로브 상 수상소감.

대단히 유명하고 존경스런 명연설이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경선 연설 중에 장애인 흉내를 낸 행위를 날카롭고 감동적으로 용감하게 지적하였다.
(2015년 11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관절구축증을 앓고 있는 뉴욕타임스 소속 기자를 조롱한 사건.)

"배우가 하는 유일한 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힘을 가진 이가 남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다른 모든 이의 삶에 퍼져 나갈 것입니다. 그건 마치 다른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승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겁니다." 

워낙 좋은 연설이라 원문을 제대로 보고 싶어 그 전문을 가져왔다.
"Thank you very much. Thank you very much. Thank you. Please sit down. Please sit down. Thank you. I love you all. You'll have to forgive me. I've lost my voice in screaming and lamentation this weekend. And I have lost my mind sometime earlier this year. So I have to read.
Thank you, Hollywood foreign press. Just to pick up on what Hugh Laurie said. You and all of us in this room, really, belong to the most vilified segments in American society right now. Think about it. Hollywood, foreigners, and the press. But who are we? And, you know, what is Hollywood anyway? It's just a bunch of people from other places.
I was born and raised and created in the public schools of New Jersey. Viola [Davis] was born in a sharecropper's cabin in South Carolina, and grew up in Central Falls, Rhode Island. Sarah Paulson was raised by a single mom in Brooklyn. Sarah Jessica Parker was one of seven or eight kids from Ohio. Amy Adams was born in Italy. Natalie Portman was born in Jerusalem. Where are their birth certificates? And the beautiful Ruth Negga was born in Ethiopia, raised in -- no, in Ireland, I do believe. And she's here nominated for playing a small town girl from Virginia. Ryan Gosling, like all the nicest people, is Canadian. And Dev Patel was born in Kenya, raised in London, is here for playing an Indian raised in Tasmania.
Hollywood is crawling with outsiders and foreigners. If you kick 'em all out, you'll have nothing to watch but football and mixed martial arts, which are not the arts. They gave me three seconds to say this. An actor's only job is to enter the lives of people who are different from us and let you feel what that feels like. And there were many, many, many powerful performances this year that did exactly that, breathtaking, passionate work.
There was one performance this year that stunned me. It sank its hooks in my heart. Not because it was good. There was nothing good about it. But it was effective and it did its job. It made its intended audience laugh and show their teeth. It was that moment when the person asking to sit in the most respected seat in our country imitated a disabled reporter, someone he outranked in privilege, power, and the capacity to fight back. It kind of broke my heart when I saw it. I still can't get it out of my head because it wasn't in a movie. It was real life.
And this instinct to humiliate, when it's modeled by someone in the public platform, by someone powerful, it filters down into everybody's life, because it kind of gives permission for other people to do the same thing. Disrespect invites disrespect. Violence incites violence. When the powerful use their position to bully others, we all lose.
This brings me to the press. We need the principled press to hold power to account, to call them on the carpet for every outrage.That's why our founders enshrined the press and its freedoms in our constitution. So I only ask the famously well-heeled Hollywood Foreign Press and all of us in our community to join me in supporting the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Because we're going to need them going forward. And they'll need us to safeguard the truth.
One more thing. Once when I was standing around on the set one day whining about something, we were going to work through supper, or the long hours or whatever, Tommy Lee Jones said to me, isn't it such a privilege, Meryl, just to be an actor. Yeah, it is. And we have to remind each other of the privilege and the responsibility of the act of empathy. We should all be very proud of the work Hollywood honors here tonight.
As my friend, the dear departed Princess Leia, said to me once, take your broken heart, make it into art.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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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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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연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낭독한 기념사에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신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윤 “우리가 변화 준비 못해 국권상실”…일 반성촉구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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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란 자의 삼일절 기념사에서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 못해 국권상실"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전형적인 친일 매국노들의 논리다. 이들은 논리는 피해자 책임 주의다. '여자가 몸가짐을 조신하지 못해 성폭행 당했다', '집단속을 허술해서 도둑을 맞았다'.. 등의 논리가 그러하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책임을 먼저 묻기 보다는 피해자 반성을 먼저 강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