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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

[허성원 변리사 칼럼]#88 마녀의 '사랑의 묘약'과 특허권 읽기

by 변리사 허성원 2022. 12. 1.

마녀의 '사랑의 묘약'과 특허권 읽기

 

마녀 나라에서 한 마녀가 '사랑의 묘약'을 발명하였다. 한 방울이면 어떤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사랑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 그녀는 오랜 기간 수많은 실험을 거듭하여, 두꺼비 기름, 개구리 발톱 및 모기 눈알을 섞어 공룡 뼈를 땔감으로 사나흘 간 푹 고아 묘약을 조제하는 발명을 완성한 것이다. 그 연구결과에 따라 제조 비법을 특허출원하고 특허 등록을 받았다.

마녀는 누군가가 두꺼비 기름 등 재료를 사서 몰래 묘약을 조제하여 팔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특허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두꺼비 기름, 개구리 발톱, 모기 눈알을 만들어 파는 재료 가게들을 찾아가 경고했다. “내가 '사랑의 묘약'에 대해 특허를 받았으니, 그 재료들은 나만이 사용할 수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체 팔아서는 안 된다.”

재료 가게들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와 같은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한자리에 모였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두꺼비 기름 등은 그 묘약이 발명되기 수천 년 전부터 대대로 이 마녀 나라에서 공공연히 팔고 있었던 거다. 묘약이 특허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그것들을 공개적으로 팔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냐? 이런 뜻을 마녀 나라의 변리사에게 찾아가 하소연하니, 변리사 마녀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맞습니다. 특허출원 전부터 존재했던 기술이나 물품은 특허로 인해 영업에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되지요. 특허제도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이니 그런 부당한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녀가 특허의 권리 효력을 오해한 겁니다.” 그러면서 변리사 마녀는 중요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경영자들은 특허 권리의 효력을 읽는 요령을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마녀 특허가 세 가지 성분을 섞어 공룡 뼈로 끓이는 것이라고 했죠? 그러니까 그 세 성분과 끓이는 공정이 합쳐져 비로소 권리가 되는 것이니, 그들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특허를 벗어납니다. 이건 엄격하죠. 특허의 권리범위에 기재되었다면 모든 것이 필수적인 구성요소가 됩니다. 이같이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어야만 특허침해가 되는 법리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이라 합니다.”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럼, 두 가지 재료만 섞어 팔면 특허를 벗어납니까?” 변리사 마녀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잘 이해하셨네요. 당연히 특허 침해가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도 각자의 재료만 취급하는 여러분들에게는 애당초 특허침해라는 말이 어불성설입니다.”

변리사 마녀의 명쾌한 설명에 그들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문득 모기 눈알 장수가 말했다. “근데 그 묘약이 그렇게 효과가 좋을까? 정말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을 텐데.” 그 말에 개구리 발톱 장수는 특허침해를 걱정했다. 두꺼비 기름 장수가 말했다. “그거 가능할 수도 있겠어. 우리는 재료만 묶어서 파는 거야. 공룡 뼈로 끓일 필요 없이, 그냥 ‘사랑의 묘약’ 재료 팩키지라 이름 붙이는 거지. 가격은 좀 비싸게 매겨도 될 거야. 그리고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공룡 뼈로 끓여서 쓰라고 슬쩍 일러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럼 그걸 사가지고 가서 집에서 조제하는 사람이 특허 침해를 하게 되나?” 다들 그게 궁금해졌다. 이에 그들은 발길을 돌려 다시 변리사 마녀를 찾아가 새 비즈니스모델의 위험성 등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특허 침해는 ‘업으로써’ 발명을 실시할 때에만 문제로 삼습니다. 개인적으로 혹은 연구 목적으로 특허발명을 쓰는 것은 제재를 받지 않으니 특허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재료를 모아서 파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이해한 대로 특허침해와 무관하며, 재료 묶음을 구입해서 집에서 만들어 쓰는 사람도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그 사람이 돈을 벌 욕심으로 대량으로 만들어서 업으로 제조, 판매한다면, 그건 당연히 특허침해의 책임을 져야겠지요.” 변리사 마녀는 명쾌하게 희망적인 조언을 주었다. 그들은 새 비즈니스에 대한 꿈에 부풀어 걸음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 이야기는 특허 법리를 설명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특허 권리를 읽는 법에 미숙하여 곤경에 빠지거나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는 리더들에게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허의 구성요소 중 일부만을 쓰는 데도, 침해라 오판하여 무리한 특허 공격을 하였다가 호된 되치기를 당하기도 하고, 침해가 아님에도 지레 두려워하여 쓸데없이 먼 길을 둘러가기도 하는 사례가 많다. 그들에게 이 ‘사랑의 묘약’ 특허 이야기가 ‘특허 전략의 묘약’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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