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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포럼 세미나 강의

[잡학잡식] 천번째 옥수수 _ 오쇼 라즈니시

by 변리사 허성원 2022. 3. 20.

천 번째 옥수수 _ 오쇼 라즈니시

 

작은 닭 한 마리가 아무 세상 걱정 없이 닭장 속에 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닭은 두려워 달아났다.
되돌아와서 보니 사람은 가고 없는데 닭장 앞에 옥수수가 놓여있었다.
닭은 고민하면서 과학적인 호기심도 생겼다.
이 옥수수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런데 그 다음날 또 그 사람이 나타났고, 닭은 달아났다 다시 돌아왔다.
사람은 가버렸지만 또 옥수수가 놓여있었다.
그 사람과 옥수수 사이에 필시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자라면 그렇게 섣불리 이론으로 결말을 내어서는 안 된다.
닭은 그 일이 매일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닭의 작은 마음속에서,
그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옥수수가 생긴다는 인과관계에 따른 이론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닭이 그동안 지켜본 것은 무려 999번이나 되었다.
이제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나타날 때 옥수수도 나타났다.
그 사람은 원인이고, 그 옥수수는 결과였다.

999번이면 충분히 확인한 것이다. 닭은 이제 필연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닭은 충분히 기다렸고 실험했고 지켜보았고 관찰했었다.
그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예외란 있을 수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법칙임에 틀림이 없다.

닭은 그 사람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천 번째로 그 사람이 나타났다.

닭은 그의 친절함에 감사를 표하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닭의 모가지는 비틀어졌다.

삶은 이와 다르지 않다.
삶에 인과관계라는 건 없다.
어떤 일이 999번 일어났다 하더라도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
천 번째가 예외일지 어찌 알겠나.

이것을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이제 과학의 영역에서 불확실성의 철학이 대두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하이젠베르그(Heisenberg) 이후 과학은 예전처럼 확실하지 못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확실성이란 단지 확실함에 가까운 뿐 절대적인 확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999번째까지는 괜찮다가 바로 그 다음에 예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조차도 흔들리고 있다.
아니, 과학은 흔들려야 한다.
과학 역시 삶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과학적인 인과관계로 좁혀질 수 없다.
삶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로 있다.

 

챗GPT가 그려준 그림.

*
It happened once: a small chicken was sitting in the henhouse, absolutely Buddha-like, not a single worry in the world. Then suddenly appeared a man. She became afraid; she ran away. When she came back the man had gone but there was some corn just before the henhouse. She started brooding, thinking. A scientific curiosity came to her mind. From where had this corn come?

Then again the next day the man appeared. She again ran away, came back. The man had gone, but again the corn was there. Certainly there was some relationship between the man and the corn. But it was too early for a scientific thinker to come to a conclusion. She didn't want to commit to a theory so soon, in such a haste. So she waited -- she must have been really a scientist. She waited and waited and waited and every day it happened.

Then by and by the theory became materialized in her small mind that there was a cause-and-effect relationship: whenever the man appeared the corn appeared. Nine hundred and ninety-nine times she watched. Now it was absolutely certain -- there was a cause-effect relationship. When the man appeared, the corn appeared. The man was the cause, the corn was the effect.

Nine hundred and ninety-nine times was enough. She concluded now that there was a necessary relationship. And enough she had waited and experimented, watched and observed -- now she could say that without exception it happened. So it must be a law. She was very happy and waited for the man. He appeared for the thousandth time.

The chicken went to the man to thank him for his kindness -- and had her head wrung.

Life is like that. It has no cause-effect relationship. Even if something appears for nine hundred ninety-nine times don't conclude; the thousandth time may be the exception.

And this is not only a story. Now in scientific circles a philosophy of uncertainty is arising and gaining hold. After Heisenberg, science is not as certain as it used to be before. Now they say everything is uncertain, and certainty is just approximately certain -- not absolutely certain. Nine hundred and ninety-nine times, okay -- but then comes the exception. Even science is shaken. It has to be shaken because it also deals with life. Life cannot be reduced to a scientific cause-and-effect relationship. Life remains myst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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