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용을 기르고 용은 물을 신령하게 한다
섭공자고(葉公子高)라는 사람은 용(龍)을 좋아하였다. 허리띠 고리에 용을 그려넣고 장신구에도 용을 그리고 집안 여기저기에도 용의 문양을 새겼다. 하늘의 용이 이야기를 듣고 그 집에 내려왔다. 머리를 들창문에 대고 들여다보는데 꼬리는 대청까지 늘어져 있다. 섭공이 그것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혼백이 달아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니 섭공은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했던 것은 용을 닮은 것이었을 뿐 진짜 용은 아니었던 것이다.
‘섭공이 용을 좋아하다’(葉公好龍)라는 고사이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에 나온다. 섭공이 좋아한 것은 가짜 용이었다. 정작 진짜 용이 나타나니 두려워 달아나기 바빴다. 이런 섭공을 닮은 기업들이 있다.
기업의 용(龍)은 특허다. 특허를 정말 좋아하여 회사 곳곳의 벽면을 특허증으로 도배를 하고, 카탈로그나 제품에 특허번호들을 나열하여 새기고, 특허와 관련하여 여기저기서 상도 받는다. 그런데 정작 자기 기술을 베껴 쓰는 경쟁사를 제재하여야 할 때는 그 많은 특허들이 어느 하나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외부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변변히 내세워 대적시켜볼 만한 특허가 없다. 특허 전쟁으로 위기가 닥쳐도 그에 대응하여 효율적으로 싸울 전략을 수립하거나 수행할 역량도 없다.
좋아한다는 것은 곧 잘 아는 것이다. 용이든 특허든 그것을 좋아한다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용은 생명체이니 생로병사를 겪는다. 특허도 그렇다.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이고 길러야 하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단련시켜야 온순하면서도 강해질 수 있는지, 언제 약해지고 언제 죽는지 등을 모르고서야 어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남의 것들에도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웃이나 경쟁자들은 어떤 성질의 녀석들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위험은 어떻게 예방하여야 하며, 혹 공격을 받았을 때의 적절한 방어 방법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 두지 않으면 언제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용은 물속에 사는 상서로운 동물이니, 물을 얻어야만 신령함을 세울 수 있다(蛟龍得水 而神可立也 _ 管子 形勢篇). 용을 기르려면 깊은 물이 있어야 한다. 물을 만나지 못한 용은 한낱 지렁이에 불과하다. 특허에게도 좋은 기술이 부단히 창출되고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장식물로 쓸 특허도 갖지 못한다.
잠룡(潛龍)은 써서는 안 된다(潛龍勿用 _ 周易). 잠룡은 아직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용이기에, 힘을 더 기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발명은 잠룡과 같다. 아직 특허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발명은 숨겨져 있어야 한다. 미리 세상에 알려지면 그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힘들게 개발한 발명이 특허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아깝게 시들게 할 수는 없다.
용은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공자도 ‘용은 덕(德)을 가지되 드러나지 않는다(龍德而隱者)’고 하였다. 그 영험한 능력을 꼭 발휘하여야 할 때에만 나타난다. 그 때는 구름과 비를 만날 때다. 용은 구름과 비를 만나면 더 이상 연못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 _ 三國誌). 특허도 비바람이 일 때 등장한다. 평소 드러나지 않게 존재하다가, 특허침해 등 기업 간에 분쟁이 벌어지면 비로소 교룡처럼 일어나 그 난세의 평정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원래 유순하여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 한 자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逆鳞)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에 언급된 말이다. 특허도 그렇다. 남의 특허라 하더라도 그 권리범위를 침범하지 않는 한 그 기술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특허의 역린은 권리범위이다. 역린만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특허도 유순하다.
그리고 용은 그가 속한 물을 신령하게 만든다. 물은 그저 깊다고 해서 절로 신령스러워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용이 살고 있어야 신령스런 물이 된다(水不在深 有龍則靈 _ 劉禹錫의 陋室銘). 기업도 덩치가 크다고 해서 존경받거나 강해지지 않는다. 핵심역량을 단단히 보호하는 강력한 특허를 넉넉히 보유하여 한다. 특허는 기업의 기술력이며 시장경쟁력인 동시에 그 조직의 집단창의력이기에, 그 기업을 신령하게 만든다. 신령한 기업이 되고 싶다면 특허를 바로 알고 제대로 사랑하라. 물은 용을 기르고 용은 물을 신령하게 한다.
** 섭공호룡(葉公好龍)
섭공자고(葉公子高)라는 사람은 용(龍)을 좋아하였다. 허리띠 고리에 용을 그리고 장신구에도 용을 그려 넣고 집안 여기저기에도 용의 문양을 새겼다. 하늘의 용이 이야기를 듣고 그 집에 내려왔다. 머리를 들창문에 대고 들여다보는데 꼬리는 대청까지 늘어져 있다. 섭공이 그것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혼백이 달아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니 섭공은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했던 것은 용을 닮은 것이었을 뿐 진짜 용은 아니었던 것이다.
葉公子高好龍(섭공자고호룡) 鉤以寫龍 鑿以寫龍(구이사룡 착이사룡) 居室雕文以寫龍(거실조문이사룡) 於是天龍聞而下之(어시천룡문이하지) 窺頭於牖 施尾於堂(규두어유 시미어당) 葉公見之 棄而還走(섭공견지 기이환주) 失其魂魄 五色無主(실기혼백 오색무주) 是葉公非好龍也(시섭공비호룡야) 好夫似龍而非龍者也(호부사룡이비룡자야) _ 유향(劉向)의 신서(新序) 잡사(雜事)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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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비늘 달린 동물의 우두머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변신할 수 있고, 그 크기나 길이도 자유로이 변환가능함.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 못 깊은 곳에 은신한다.
龍:鱗蟲之長。能幽,能明,能細,能巨,能短,能長;春分而登天,秋分而潛淵。_ '說文解字'(후한後漢의 허신許愼이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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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劉禹錫)의 누실명(陋室銘)
중국 중당(中唐)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지은 자계(自戒)의 글이다.
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살아야 이름을 얻고,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아야 신령스러워지는 법이니,
이 누추한 집에는 오직 내 덕의 향기가 있을 뿐이다.
섬돌 위에는 이끼 자국이 거뭇거뭇하고,
풀빛은 주렴 사이로 푸릇푸릇 들어온다.
담소할 고고한 신비들이 있고,
보통 사람들이 들락거리지 않으니,
거문고 뜯으며 좋은 책들을 읽기 좋다.
악기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애써 읽을 관청의 서류도 없으니,
남양 땅 제갈공명의 초려요, 서촉 땅 양자운의 정자로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셨지.
'군자가 사는 곳에 어찌 누추함이 있으랴'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葛盧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_ 유우석(劉禹錫)의 누실명(陋室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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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룡은 물을 얻어야만 신령함을 세울 수 있다(蛟龍得水, 而神可立也).
산이 높고 무너지지 않으면 양을 바쳐 제사를 올리고, 연못이 깊고 마르지 않으면 옥을 바쳐 제사를 드린다. 하늘은 그 법도를 변하지 않고, 땅은 그 규칙을 바꾸지 않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교룡은 물을 얻어야 신령함을 세울 수가 있고, 범과 표범은 보이지 않기에 위엄을 누릴 수 있다. 비바람은 치우침이 없기에 원망과 노여움이 미치지 않는다. ..
山高而不崩, 則祈羊至矣. 淵深而不凅, 則沈玉極矣. 天不變其常, 地不易其則. 春夏秋冬, 不更其節, 古今一也. 蛟龍得水, 而神可立也. 虎豹得幽, 而威可載也. 風雨無鄕, 而怨怒不及也. 貴有以行令, 賤有以忘卑. 壽夭貧富, 無徒歸也. _ 管子 1卷 2篇 形勢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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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물용(潛龍勿用) _ 周易
'물에 잠겨 있는 용은 쓰지 않는다'
初九 潛龍 勿用 潛龍勿用 陽在下也
초구 잠은 쓰지 말라, 잠룡은 사용하지 말라 함은 양(陽)이 아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初九曰潛龍勿用 何謂也 子曰 龍德而隱者也 不易乎世不成乎名 遯世無悶 不見是而無悶 樂則行之 憂則違之 確乎其不可拔 潛龍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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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룡운우(蛟龍雲雨)
주유가 상소하여 이르길, "유비는 효웅의 자질이 있고 관우와 장비처럼 곰이나 범과 같은 장수가 있습니다. .. 교룡이 구름과 비를 만나면 언제까지나 연못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瑜上疏曰:『劉備以梟雄之姿,而有關羽、張飛熊虎之將,必非久屈為人用者。愚謂大計宜徙備置吳,盛為築宮室,多其美女玩好,以娛其耳目,分此二人,各置一方,使如瑜者得挾與攻戰,大事可定也。今猥割土地以資業之,聚此三人,俱在疆埸,恐蛟龍得雲雨,終非池中物也。』」 _ 《三國志》卷五十四《吳書·周瑜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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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鳞)
"용이라는 동물은 유순하여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 한 자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逆鳞)이 있는데, 그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다. 설득하려는 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만 설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夫龍之爲虫也, 柔可狎而騎也, 然其喉下有逆鳞徑尺, 若人有嬰之者則必殺人. 人主亦有逆鳞, 說者能無嬰人主之逆鳞則幾矣)." _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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