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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55 붕정만리(鵬程萬里)

by 변리사 허성원 2021. 12. 26.

붕정만리(鵬程萬里)

 

업무상 많은 스타트업들을 접한다. 대개 컨설팅이나 멘토링을 위해서이지만 가끔 중책을 맡아 깊이 관여하기도 한다. 창업이란 새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창업에 의해 새로 태어난 은 사람과 사회에 다양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험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생존, 성장 및 지속을 추구한다. 창업자들은 사업의 밝은 면에만 주목하고, 자신이 벌인 일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 지를 잘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다.

창업은 붕()새의 구만리 여정(鵬程萬里)에 비유된다. 장자(莊子)는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북명(北冥)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은 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곤은 변하여 새가 된다.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떨쳐 일어나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명(南冥)으로 이동한다. 남명은 하늘의 연못(天池)이다.’

북쪽 바다 북명(北冥)은 춥고 어둡다. 다들 그렇게 춥고 어두운 곳에서 시작한다. ()은 한낮 물고기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하늘을 나는 붕()으로 변신한다. 그게 바로 스타트업이다. 곤의 크기는 꿈의 크기이다. 몇 천리인지 알 수 없는 그 꿈은 그대로 붕의 비전이 된다. 물고기가 하늘의 새로 변신하는 데 어찌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지느러미는 날개가 되고 아가미는 허파로 되며, 헤엄치는 능력은 공기를 가르는 날갯짓으로 되어야 한다. 변신에 실패하면 곤으로도 붕으로도 살아갈 수 없다.

붕으로 튀어오를 때는 물을 3천리나 쳐올린다. 이륙하는 힘이 약하면 도로 추락하고 말 것이니, 혼신의 힘을 다해 물을 내리쳐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도약한다. 일단 튀어 오르면 바람을 타고 9만 리는 날아오른다. 얕은 물이 큰 배를 띄울 수 없듯이, 떠받치는 바람이 충분히 두텁지 못하면 그 큰 날개를 떠받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9만 리를 올라야만 푸른 하늘을 등지고 남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 3천리 파도를 만드는 도약의 힘은 창업자의 도전 의지이고, 9만 리 바람의 두께는 스타트업의 핵심 역량이다. 그 의지와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스타트업을 붕정만리 여정에 올려놓을 수 있다.

붕이 날아가는 그 하늘은 푸를 것인가(天之蒼蒼). 하늘이 푸르고 창창한 것은 땅에서 올려다보는 자들에게나 그렇게 보일 따름이다. 하늘은 한없이 깊고 어둡고 적막하다. 내려다보면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내뿜은 아지랑이와 먼지만 보인다. 그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은 어설픈 치기로 덤벼들어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다. 그리고 붕은 언제나 바람에 거슬러 날아야 한다(大鵬逆風飛). 게을리 바람에 몸을 맡겨서는 제 길로 가지 못한다.

그걸 보고 매미와 메추라기가 비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기껏 날아올라도 느릅나무 가지에 머물고, 때로는 거기에도 이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리를 날아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근처에 마실가는 사람은 세 끼 밥을 먹고 돌아와도 배가 여전히 부르고, 백리를 가는 사람은 자기 전에 양식을 찧어두어야 하며, 천리를 가는 사람은 석 달 치 식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작은 벌레와 같은 존재가 어찌 붕의 뜻을 알겠는가. 그리고 정작 붕은 잘 알고 있는가. 자기 자신의 여정에 담긴 뜻을.

붕이 가는 곳은 밝고 따뜻한 남쪽 바다 남명이다. 하지만 붕이 남명에 도착하여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장자는 남명을 하늘의 연못’(天池)이라 하면서, 먼 곳이라 결코 이르지 못할 곳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붕의 여정에 그 끝이 없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스타트업의 운명이 그러하다. 일단 하늘에 오르면 잠시 날아보는 것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 업이기에 영원히 하늘을 날아야 할지 모른다. 땅에 내린다는 것은 아마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원추(鵷鶵)라는 새가 있다. 붕과 달리 남해에서 일어나 북해로 날아간다. 원추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리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질 않는다. 그런 엄격한 자기 관리와 절제는 원대한 목표를 가졌기에 지킬 수 있다. 스타트업은 그 절제를 먼저 배워야 한다. 고결한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사람, , 이익을 엄격히 가려 취하여야만 흔들림 없는 여정을 지속할 수 있다. 비전과 절제가 붕정만리의 참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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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은 곤(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곤은 변하여 새가 된다.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떨쳐 일어나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쪽 바다로 이동하게 된다. 남쪽 바다는 천지(天池)를 가리킨다.
제해(齊諧)는 괴이한 것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제해에서 말하길, "붕이 남쪽 바다로 이동할 때 물을 3천리나 쳐올리고 바람을 타고 9만리나 날아 올라 여섯달을 쉬지않고 날아간다."고 한다. 아지랑이와 먼지는 살아있는 것들이 숨쉬며 내뿜는 것이다. 하늘이 푸르고 푸른데 그 본래의 색이 그러할까? 그 먼곳은 다다르지 못할 곳일까? 그곳에서 내려다 보아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물을 쌓은 것이 두텁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한 잔의 물을 패인 자국에 부으면 지푸라기는 배가 되어 뜨지만 잔을 올려두면 바닥에 닿아버릴 것이다. 물이 얕은데 배가 크기 때문이다. 바람을 쌓은 것이 두텁지 못하면 그 큰 날개를 떠받치지 못한다. 그래서 9만리 정도 올라가면 바람이 그 아래에 모여 비로소 바람을 키울 수 있다 그리하여 푸른 하늘을 등지고 거침 없이 남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매미와 메추라기가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기껏 날아올라도 느릅나무 가지에 머물고, 때로는 거기에도 이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는데, 무엇때문에 구만리를 날아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근처 숲에 가는 사람은 세 끼 밤을 먹고 돌아와도 배가 여전히 부를 것이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자기 전에 양식을 찧어두어야 하고, 천리를 가는 사람은 석 달치 식량을 모아야 한다. 그 두 마리 벌레가 어찌 알겠는가.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齊諧者, 志怪者也. 諧之言曰: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 天之蒼蒼, 其正色邪? 其遠而無所至極邪? 其視下也, 亦若是則已矣.
且夫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方. 覆杯水於坳堂之上, 則芥爲之舟., 置杯焉則膠, 水淺而舟大也. 風之積也不厚, 則其負大翼也無力. 故九萬里, 則風斯在下矣, 而後乃今培風, 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 而後乃今將圖南.
蜩與學鳩笑之曰:「我決起而飛, 搶楡枋而止,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 之九萬里而南爲?」 適莽蒼者, 三飡而反, 腹猶果然., 適百里者, 宿舂糧., 適千里者, 三月聚糧. 之二蟲又何知! _ 逍遙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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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질 않는다>

혜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러갔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말했다. "장자가 온 것은 당신의 재상 자리를 뺏고자 하는 것이오." 혜자는 그 말에 놀라 온 나라를 사흘 밤낮 동안 장자를 찾아다녔다. 그를 만난 장자가 그에게 말했다. 
"남방에 원추(鵷鶵)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오. 그 새를 아시오? 그 원추는 남해에서 일어나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리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질 않지요. 그러하거늘 올빼미가 썩은 쥐를 주웠을 때 원추가 그곳을 지나가자, 고개를 들어 원추를 바라보며 뺏기지 않으려 깩 소리를 질렀다고 하오. 지금 그대는 양나라에 대한 그대 욕심 때문에 나에게 깩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오?"

惠子相梁,莊子往見之。或謂惠子曰:“莊子來,欲代子相。”于是惠子恐,搜于國中三日三夜。莊子往見之,曰:“南方有鳥,其名為鹓鶵,子知之乎?夫鹓鶵發于南海,而飛于北海;非梧桐不止,非練實不食,非醴泉不飲。于是鴟得腐鼠,鹓鶵過之,仰而視之曰:‘嚇!’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 _ 莊子 秋水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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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술러 오른다."

백범 김구 선생님 좌우명이며 고 노무현 대통령이 14대총선 부산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던 말.
장자 등에서는 이 말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 아마 백범 김구 선생께서 처음 썼을 가능성이 높다. 
 

 

** 봉황불탁속(鳳飢不啄粟)
봉황은 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

이백(李白)의 <고풍오시구수(古風五十九首)> 중에서

鳳飢不啄粟(봉기불탁속) : 봉황은 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고
所食唯琅玕(소식유랑간) : 먹는 것은 오직 낭간 열매뿐
焉能與群雞(언능여군계) : 어찌 닭의 무리와 어울려
刺蹙爭一餐(자축쟁일찬) : 부리로 쪼며 달려들어 먹이를 다투리오
朝鳴昆丘樹(조명곤구수) : 아침이면 곤륜산의 나무에서 울고
夕飲砥柱湍(석음지주단) : 저녁에는 지주산 여울물을 마신다네
歸飛海路遠(귀비해로원) : 바닷길을 멀리 날아 돌아와
獨宿天霜寒(독숙천상한) : 서리 차가운 하늘에서 홀로 잠들지
幸遇王子晉(행우왕자진) : 다행히 진나라 왕자를 만나
結交青雲端(결교청운단) : 청운의 끝에서 친구가 되었네
懷恩未得報(회은미득보) : 은혜를 품고도 아직 갚지를 못하니
感別空長嘆(감별공장탄) : 헤어짐이 아쉬워 부질없는 탄식만 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