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물건 :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았음.
_ 어네스트 헤밍웨이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 6단어의 스토리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다.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친구들과 술내기를 하며 썼다고 한다.
(진위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이 짧은 문장을 보면 온갖 다양한 생각이 들 것이다.
아기에게 신기기 위해 신발을 사두었는데, 아기가 태어나 보지도 못했을까?
태어나긴 했지만 걸어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갔을까?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저 가슴이 아린다.
이와 같이 형용사나 부사와 같은 수식어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쓰는 글쓰기 방식을
'하드 보일드(Hard Boiled)' 문체라 부른다.
수식어 없이 행동의 서술만으로
독자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하는 간결하고도 강력한 글쓰기 기법이다.
이런 간결한 문체를 써보려 노력은 해보지만, 쉽지 않다.
군더더기 서술어를 버리기가 참 힘들다.
어슬픈 요리사가 양념을 많이 쓰는 법이다.
이런 '하드 보일드' 문체의 진정한 고수는 이순신 장군이다.
조선군 5천이 몰살하고 진주성이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날,
장군께서는 난중일기에 이렇게 쓰셨다('칼의 노래'에서).
"진주성이 깨졌다.
닭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남지 않았다.
나는 밤새 앉아 있었다.
아침에 바람이 불었다."
장군의 무너지는 마음을
어떤 수식어가 이보다 더 절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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