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린해(獲麟解) _ 한유(韓愈)
_ 기린이 잡힌 연유를 풀다.
기린이 영물임은 잘 알려져 있다. ‘시경’에서 읊어졌고,‘춘추’에도 씌어있고,
전해오는 기록들과 제자백가의 책에도 여기저기 나오고 있으니,
아녀자나 어린애조차도 그 상서로움을 안다.
麟之爲靈昭昭也. 詠於詩, 書於春秋, 雜出於傳記百家之書, 雖婦人小子, 皆知其爲祥也.
그러나 기린이라는 동물은 집에서 기르지 않으니 항상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모습이 유별나서, 소, 말, 개, 돼지, 승냥이, 이리, 사슴과도 닮지 않았다.
그러니 기린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린임을 알아보지 못한다.
뿔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소인 줄 알고, 갈기가 있으면 우리는 말인 줄 알고,
개, 돼지, 승냥이, 이리, 사슴은 우리는 그들이 개, 돼지, 승냥이, 이리, 사슴인 줄 알지만
오직 기린만은 알 수가 없다.
然麟之爲物, 不畜於家, 不恒有於天下. 其爲形也不類, 非若牛馬犬豕豺狼麋鹿然. 然則雖有麟, 不可知其爲麟也. 角者吾知其爲牛, 鬣者吾知其爲馬, 犬豕豺狼麋鹿, 吾知其爲犬豕豺狼麋鹿, 惟麟也不可知.
알아보지 못한다면, 마땅히 그것을 ‘상서롭지 않다’고 해도 마땅할 것이다.
不可知, 則其謂之不祥也亦宜.
그렇다 하더라도 기린이 나오면, 반드시 성인이 그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기린은 성인을 나오게 할 것이고, 그 성인은 필시 기린을 알 것이니,
기린은 결국 상서롭지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기린이 기린일 수 있는 까닭은 덕(德) 때문이지, 생김새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기린이 출현했는데 성인을 맞이할 수 없다면, 곧 ‘상서롭지 않다’고 하여도 마땅하리라.
雖然麟之出, 必有聖人在乎位, 麟爲聖人出也. 聖人者必知麟, 麟之果不爲不祥也. 又曰 麟之所以爲麟者, 以德不以形’, 若麟之出, 不待聖人, 則其謂之不祥也, 亦宜哉. _ '古文眞寶'
** 여시아해(如是我解)
한유의 이 글을 정리하면..
기린이 상서로운 동물임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생김새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누가 기린을 상서롭지 않은 동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성인이 있으면 기린이 나타날 것이고, 성인은 그 기린을 알아볼 것이니, 상서롭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
기린과 성인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니,
기린이 출현하면 성인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성인을 나타나게 한 기린은 상서롭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기린은 상서롭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마땅하다.
** 획린(獲麟, 기린을 잡다)
"노 애공 14년(기원전 481년) 봄, 대야(大野)에서 사냥을 했다. 숙손씨(叔孫氏)의 마부 서상(鉏商)이 짐승을 잡았는데 상서롭지 못한 짐승이라고 여겼다. 중니가 그것을 듣고는 “기린이다.”라고 하자 가지고 왔다.
공자가 “황하에서 괘도(卦圖)가 나오지 않고, 낙수에서 서판(書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이제 끝났나보다!”라고 했다. 안연이 죽자 공자는 “하늘이 정말 나의 명을 원하는구나!”라고 했다. 서쪽 사냥에서 잡아온 기린을 보고는 “나의 길도 이제 다 했구나!”라고 말했다." 권47. 공자세가 [卷四十七. 孔子世家]
魯哀公十四年春, 狩大野. 叔孫氏車子鉏商獲獣, 以為不祥. 仲尼視之, 曰:「麟也.」取之. 曰:「河不出図, 雒不出書, 吾已矣夫!」 顔淵死, 孔子曰:「天喪予!」及西狩見麟, 曰:「吾道窮矣!」 _ 史記 卷四十七 孔子世家
공자가 태어날 때 그의 어머니는 기린 태몽을 꾸었다. 신녀(神女)가 쟁반에 옥벽을 받쳐들고 뜰앞에는 다섯 노인이 서 있었으며 기린이 옥으로 된 책을 토하였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공자가 후에 '무관의 제왕(素王)'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춘추(春秋)'는 애공(哀公) 14년 봄에 '서쪽으로 사냥을 나가 기린을 잡다(西狩獲麟)'라는 내용으로 종료한다.
공자의 춘추 집필이 여기에서 멈춘 것이다.
기린은 곧 공자인가. 기린의 죽음으로 공자가 고토록 보고자 했던 인의(仁義)의 정치도 종말에 이르렀는가.
기린의 죽음을 전해 들은 공자는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기린이 나타나는 것은 밝은 임금의 출현을 위함인데, 그 때가 아닌 때에 나와 해꼬지를 당하니, 내 이를 마음 아파하노라."
"麟之至為明王也,出非其時而見害,吾是以傷之" _ 孔子聖跡圖 '西狩獲麟圖'
공자가 마지막으로 썼던 춘추가 획린(獲麟)으로 끝났기에,
'획린(獲麟, 기린을 잡다)'은 '절필(絶筆, 붓을 꺽다)' 혹은 임종(臨終, 명을 다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공자는 그 2년 후인 애공 16년(BC479년)에 세상을 떴다.
(春秋穀梁傳의 마지막문장)
哀,1401 十有四年, 春, 西狩獲麟. 引取之也, 狩地, 不地不狩也, 非狩而曰狩, 大獲麟, 故大其適也. 其不言來, 不外麟於中國也, 其不言有, 不使麟不恒於中國也.
한유(韓愈)는 '獲麟解(획린해)'를 통해 기린이 잡히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명하고 있다.
상서로운 기린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성인이 없다면,
그 기린은 상서로움을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해꼬지를 당하게 될 것이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한가.
** 유니콘(Unicorn)
동양의 기린은 서양의 유니콘과 상통한다.
둘 다 모두 가공의 상상 속 동물로서, 말이나 사슴과 같은 모습을 가진 일각수(一角獸)이다.
기린은 성인의 출현을 예고하는 상서로운 동물이고,
유니콘은 힘과 순결의 상징으로서 성스러운 동물이다.
다만, 기린은 뿔이 살덩어리라 남을 해치지 않는 어진 존재이지만,
유니콘은 가끔 물거나 차거나 혹은 뿔로 찌르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 기린(麒麟)이란
- "기린, 봉황, 거북, 용은 네가지 영물이라 한다.
용은 동쪽, 호(虎)는 서쪽, 봉(鳳)은 남쪽, 거북은 북쪽, 기린은 가운데를 담당한다."
"麟鳳龜龍 謂之四靈. 龍 東方也. 虎西方也. 鳳 南方也. 龜 北方也. 麟中央也" _ 예기(禮記)
- "기린은 어진 짐승으로서,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를 가지고, 뿔이 하나이다."
"仁獸也。麋身牛尾,一角." _ 說文解字 麒【卷十】【鹿部】
"노루와 같은 모습을 하고, 뿔이 하나인데 살덩어리가 씌워져 있어, 무기를 가졌지만 해를 입이지 않는다."
何注。狀如麕。一角而戴肉。設武備而不爲害。
- "기린은 어진 짐승이다. 수컷을 기(麒)라 하며 암컷은 린(麟)이라 한다.
"麒麟者 仁獸也. 牡曰麒, 牝曰麟" _ 광아(廣雅, 위(魏) 장읍(張揖)의 자전)
기린은 이리의 이마에 살덩어리 뿔이 있다. 인(仁)을 머금고 의(義)를 품으며, 소리는 종소리와 같다. 걸음걸이는 법도에 맞으니, 방향을 꺽거나 되돌아오는 동작에 절도가 있다. 즐길 때 땅을 골라서 놀며, 삼가하기는 반드시 뒤에 처한다. 살아있는 벌레를 밟지 않고, 살아있는 풀을 꺽지 않는다. 무리를 이루어 살거나 무리지어 돌아다니지 않는다. 함정에 들어가거나 그물에 걸려들지 않으며, 그 모습이 빛나고 아름답다.
𪊭𪊺 狼題肉角 含仁懷義 音中鐘呂 步行中規 折還中榘 游必擇土 翔必後處 不履生蟲 不折生草 不羣居 不旅行 不入穽陷 不羅罘𦉾 文彰彬也 _ 광아(廣雅)
- "기린은 달리는 짐승 중 하나이고, 봉황은 나는 새 중 하나이고, 태산은 언덕들 중 하나이고, 강과 바다는 고인물 중 하나이니, 모두 그들이 속한 무리가 있다. 성인도 사람 중 하나이니 역시 그가 속한 무리가 있다. 그 무리에서 나왔지만 무리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생긴 이래 공자보다 더 뛰어난 성인은 아직 없었다."
"麒麟之於走獸, 鳳凰之於飛鳥, 太山之於邱垤, 河海之於行潦, 類也. 聖人之於民, 亦類也. 出於其類, 拔乎其萃, 自生民以來, 未有盛於孔子也." _ 孟子 公孫丑(上)
당나라 때의 명 문장가.
- 세유백락 연후 유천리마(세世有伯樂 然後 有千里馬
- 퇴고(推敲)
**
The Complete List Of Unicorn Companies
TOTAL NUMBER OF UNICORN COMPANIES WORLDWIDE: 692
TOTAL CUMULATIVE VALUATION: ~$2,233B
(2021.5.21 현재)
'지적재산권보호 > 특허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성원 변리사 칼럼] #27 죽어 덕행을 이룰 것인가 살아 공명을 이룰 것인가 (0) | 2021.06.12 |
---|---|
황홀(恍惚) _ 도덕경 14장 (0) | 2021.06.11 |
사자의 몫(Lion's Share)과 특허 (0) | 2021.05.20 |
묵자(墨子)가 나눈 군자(리더)의 등급 _ 모방과 창조 (0) | 2021.05.11 |
[허성원 변리사 칼럼] #23 특허는 탁(度)이다. (0) | 2021.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