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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2 천리마를 가졌는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0. 9. 12.

천리마를 가졌는가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천리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험하고도 먼 길이다. 하지만 천리마를 타면 이를 수 있다. 천리 밖의 그곳에는 부귀, 권력, 학문 등 이루고자 하는 큰 성취가 기다린다.

나무 등걸은 나무꾼이 주우면 하룻밤 땔감으로 사라지지만, 조각가를 만나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다. 조각가는 나무 등걸에 아름다움과 영생을 부여하는 천리마다. 백이와 숙제가 비록 현인이었지만 공자의 찬양을 얻고 나서야 겨우 명성을 얻었고, 공자의 제자인 안연도 공자의 인정이 있었기에 그의 학문이 빛났다. 사기 백이열전은 공자가 그들의 천리마라고 언급한다.

한고조 유방이라는 천리마를 따르던 그의 공신들을 보라. 그들의 시작은 비천하였다. 하급관리 소하, 빌어먹던 한신, 도망자 장량, 개백정 번쾌 등은 유방을 따라 봉기한 후 불과 몇 년 만에 모두 제후가 되었다. 이들처럼 창업 군주의 편에 서서 출세하는 것을 반룡부봉(攀龍附鳳) 혹은 반린부익(攀鱗附翼)이라 표현한다. 용의 비늘을 붙잡거나 봉황의 날개에 매달린다는 뜻이다.

학문이나 기술의 분야에서는 거인의 어깨(the shoulds of Giants)’에 올라탔다고도 말한다. 이 말은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한 아이작 뉴튼의 말에서 유래하였다. 선각자들이 거둔 지식은 후인들의 천리마나 거인의 어깨가 되어 수많은 새로운 학문적 성과나 기술 발명의 기반이 되었다. 특히 특허 출원된 발명은 일정 기간 후 모두 공개되어 더 우수한 발명을 위한 밑거름이 됨으로써 기술 발전을 가속화시킨다. 특허제도는 기술과 산업 발전의 천리마인 셈이다.

기업의 운명도 천리마에 달려있다. 남다른 성장을 이룬 기업을 가만히 들어보면 예외 없이 절묘한 사업기회 혹은 기가 막힌 행운이나 귀인의 조력이 있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아무래도 기술이 기업 성공의 천리마 역할을 한 경우로서, 발명 혹은 특허를 통한 성공 스토리들이다. 한편으로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도 누구를 만났는가에 따라 그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술과 기업은 서로에게 천리마의 역할을 한다. 그 사례로서 현재 세계 최고 기업이 된 애플의 성공 이야기를 들어보자.

복사기 회사인 제록스사가 1970년에 설립한 팔로알토연구소(PARC)는 레이저 프린터, 이더넷, GUI(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 등과 같은 수많은 선도적인 혁신기술을 개발하였다. 창업한지 겨우 3년을 넘긴 스티브 잡스가 1979년 말에 이곳을 방문한다. 거기서 화면에 뜬 그림과 마우스를 이용하여 명령을 입력하는 시스템 즉 GUI를 보고 잡스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모든 컴퓨터는 80년대에 DOS 환경을 기억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문자로 명령을 명령하는 CUI 환경이었다. 잡스의 천재성은 그 기술의 잠재력과 파괴력을 제대로 간파하였다. PARC에 간청하여 GUI기술과 인력을 빌려와 1984년에 매킨토시를 개발하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킨토시는 애플의 모든 히트 제품 아이팟, 아이폰 등의 핵심 유전자가 되었고, GUI는 전 세계 컴퓨팅 환경의 표준이 되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GUI를 보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도 그냥 사장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확산되기까지는 더 많은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애플의 엄청난 성장(시가총액이 우리나라 연간 GDP 초과)도 불가능했으리라. GUI는 애플에게는 결정적인 천리마였다. 한편 GUI도 스티브 잡스라는 불세출의 천리마에 올라탄 덕에, 모든 컴퓨팅 장치를 지배하여 세상 사람들이 어디서든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파리가 천리를 가는 법을 아는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있으면 갈 수 있다(蒼蠅附驥尾而致千里).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큰 꿈을 가졌다면 천리마가 꼭 필요하다. 멋진 천리마를 찾아내고 여하히 길들일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때론 누군가의 혹은 서로의 천리마가 되어도 멋있는 일이다.

자신의 천리마는 가져보았는가. 그 꼬리에라도 독하게 매달려보았는가.


*천리마리더십 칼럼 목록 

[허성원 변리사 칼럼]#1 인류의 위대한 발명, 천리마
[허성원 변리사 칼럼]#2 천리마를 가졌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3 백락을 가졌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4 백락을 만났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5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있다
[허성원 변리사 칼럼]#6 소금수레를 끄는 천리마를 보았는가
[허성원 변리사 캄럼]#7 천리마 감정법과 노마 감정법
[허성원 변리사 칼럼] #8 그림을 보고 천리마를 찾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