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길을 수 없다. _ 장자

by 변리사 허성원 2019. 7. 31.

 

주머니가 작으면 큰 물건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길을 수 없다.

 

褚小者不可以懷大(저소자불가이회대)

綆短者不可以汲深(경단자불가이급심)
_ 장자(莊子) 지락(至樂)편

 

 

안연(顔淵)이 동쪽의 제(齊)나라로 가려하자, 공자는 걱정스런 얼굴을 하였다. 이에 자공(子貢)이 자리에서 내려와 물었다. 

"제자가 감히 여쭙습니다. 안회(안연)가 동쪽의 제나라로 가려하는데, 선생께서 걱정하시는 듯한데 어떤 까닭이 있으신가요?"

 

공자가 답하였다.
"좋은 질문이다. 옛날 관자(管子)가 한 말씀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물건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길을 수 없다.'(
褚小者不可以懷大,綆短者不可以汲深)


이 말은, 인간의 명(命)은 정해진 바가 있고(
命有所成), 형(形)도 그에 어울리는 바가 있는 법(形有所適)이어서, 누가 덜어내거나 더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안회가 제나라 왕에게 요(堯). 순(舜), 황제(黃帝)의 도를 말하고, 거기다가 수인(燧人)씨, 신농(神農)씨의 말까지 보태게 되면, 제나라 왕은 속으로 스스로에게서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나 얻지 못할 것이며, 얻지 못하면 의혹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의혹을 가지면 안회를 죽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顔淵東之齊,孔子有憂色,子貢下席而問曰:小子敢問,回東之齊,夫子有憂色,何邪?

孔子曰: 善哉汝問! 昔者管子有言,丘甚善之,曰: 褚小者不可以懷大,綆短者不可以汲深. 夫若是者,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夫不可損益. 吾恐回與齊侯言堯舜黃帝之道,而重以燧人神農之言. 彼將內求於己而不得,不得則惑,人惑則死 _ 장자(莊子) 지락(至樂)편>

 

2017년 경주 월지 옆 동궁터 유적에서 발굴 뒤 공개된 3호 우물의 내부 모습.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36147.html#csidx58789f937e0cba88bd164b87add2d82 

 

 

**
이 고사는 가르침이나 베품은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의 그릇을 맞게 행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도리어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깨우치는 말이다. 
경단급심(綆短汲深)이나 급심경단(汲深綆短)으로 혹은 그냥 경단(綆短, 두레박줄이 짧다)으로 줄여서 인용되기도 한다.

 

 

**
공자의 말씀은 이렇게 이어진다.

"또 너는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느냐? 옛날 바다 새가 노나라 가까이에 머물자, 노나라 왕은 이를 잡아들여 궁전에 모셔놓고, 구소(九韶, 순임금의 궁중 음악)를 연주하여 즐겁게 해주고, 태뢰(太牢, 나라 제사에 쓰는 고기)를 갖추어 대접하였다. 그러나 새는 어지러워하며 근심에 차 슬퍼하였다.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 한 잔 마시지 않더니 사흘만에 죽어버렸다. 
이는 자신이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며,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다는 것은, 마땅히 깊은 숲에 둥지를 틀게 하여, 땅에서 노닐고 강과 호수에서 떠다니며 미꾸라니지 피라미를 잡아먹고 무리를 따라다니다 머물고, 스스로 자유로이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새는 사람의 말조차 듣기 싫어하는데, 어찌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들리려 하였는가. 함지(
咸池, 요임금 때의 음악)나 구소(九韶)의 음악을 동정(洞庭)의 들판에서 연주를 한다면, 새는 그것을 듣고 날아가버릴 것이고 짐승은 듣고 달아날 것이며 물고기는 듣고 물속으로 들어가버릴 것이다. 사람들만이 그것을 듣고자 둘러싸고서 구경할 것이다. 물고기는 물속에 있어야 살지만 사람은 물속에 있으면 죽는다. 그러니 물고기와 사람이 서로 다르듯이, 좋아하고 싫어함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인들은 사람의 능력을 한 가지로 보지 않고 각자의 일을 동일하게 보지 않았다. 명분은 실질에 맞추어야 하고(名止於實), 옳음은 타당함을 갖추어야 한다(義設於適). 이를 일컬어 조리에 막힘이 없어야 복을 지닐 수 있다(條達而福持)고 하는 것이다."

<且女獨不聞邪?昔者海鳥止於魯郊,魯侯御而觴之於廟,奏九韶以為樂,具太牢以為善。鳥乃眩視憂悲,不敢食一臠,不敢飲一杯,三日而死。此以己養養鳥也,非以鳥養養鳥也。夫以鳥養養鳥者,宜栖之深林,遊之壇陸,浮之江湖,食之鰍鰷,隨行列而止,委蛇而處。彼唯人言之惡聞,奚以夫譊譊為乎!咸池、九韶之樂,張之洞庭之野,鳥聞之而飛,獸聞之而走,魚聞之而下入,人卒聞之,相與還而觀之。魚處水而生,人處水而死,故必相與異,其好惡故異也。故先聖不一其能,不同其事。名止於實,義設於適,是之謂條達而福持>

 

 

**

편장막급(鞭長莫及 : 채찍이 짧아 미치지 못함)이라는 고사가 있다.

 

초장왕()의 침략을 받은 송(宋)나라는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어 도움을 요청하였다. 진경공()은 그 요청에 응하려 하였는데, 대부 백종()이 말리며 말하였다. 

"옛말에 이르기를 '말채찍의 길이는 말의 배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하늘이 초나라를 돕고 있으니 싸워서는 안 됩니다. 비록 진나라가 강하다고는 하나 하늘을 거스를 수야 있겠습니까." _ 

이 편장막급(鞭長莫及)이라는 고사성어는 역량이 미치지 못하거나 역량이 있다 하더라도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대처를 회피하여야 할 상황을 비유하는데 사용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