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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버지24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 오늘 아버지를 모시고 어머니 산소에 가서 여러가지 꽃나무를 심었다.다음 주가 되면 어머니가 가신지 만 1년이 되기에, 아버지는 묘목을 미리 준비해두시고는 날을 잡아 우리 형제들을 불러 따르게 하셨다. 묘목은 거의 30포기 정도에 종류도 참 다양하게도 골라 오셨다. 산수유, 앵두, 석류, 대추나무, 철쭉 등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끊어지지 않게 하시고 싶으시단다.앵두나무는 벌써 몽우리가 벌어져 있으니, 내년부터 해마다 이맘 때 어머니 기일(음력 3월 초이틀)이 다가오면 앙증맞은 앵두꽃이 만개하게 될거다. 앵두꽃 옆에는 참꽃과 개나리도 함께 필테고, 몇 년 지나면 산수유도 껑충히 한몫 거들게 될 거니까, 그 땐 환상적인 꽃의 오케스트라를 연출하게 될 것 같다.그리고 이 초봄 꽃들의 향연이 .. 2018. 9. 2.
아버지의 여행 소동 아버지의 여행 소동 아버지가 혼자서 여행을 가시겠다고 한다. 동생들이 말리다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그 말을 듣고 부리나케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곧 아흔이 되실 상노인이 우찌 그리 가당찮은 생각을 하셨을까. 어딜 그렇게 가시고 싶습니꺼? - 새만금도 들러보고 청주에도 가보고, 서울에 너그 집에 가서도 며칠 있다 올란다.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더. - 안된다. 니하고 댕기믄 싸워싸서 재미엄따. 그라믄 애미하고 다니시지예. - 며느리하고 다녀도 재미엄따.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다니고 싶다. 밥은 우짜고예. - 컵라면 사먹으면 된다. 잠은요? - 여인숙에 가서 자믄 되지. 요즘 여인숙 없습니더. - 그라믄 유곽에라도 가서 잘끼다. 유곽이라는 거 없어진지 수십년도 더 됐습니더. -.. 2018. 9. 2.
똥장군 똥장군 ** 옛날 변소는 대소변을 구덩이에 그대로 가둬두었다가 양이 차면 퍼내야 하는 소위 푸세식이다. 양이 충분히 쌓이고 거름으로 쓸만큼 적절히 삭으면 푸어야 한다. 이를 '변소 친다'라고 한다. 우리집에는 나란히 두 개의 구덩이가 있었는데, 아마도 거름으로 잘 삭히기 위해 교대로 썼던 듯하다. 경상도에서 변소를 '통시'라 불렀다. '통시'는 변소나 화장실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변소'는 뒷간 전체의 공간적 개념이 강하다면, '통시'는 똥통 구덩이의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변소에 빠졌다'라는 말보다 '통시에 빠졌다'라는 말을 더 쉽게 썼으니까. 어릴 때 변소는 매우 불편한 곳이었다. '통시' 위에 평행하게 걸쳐둔 판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하는데, 애들에게는 아래의 깊고 넓은.. 2018. 8. 11.
아버지에게서 배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법 무거운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법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덕에 지게를 져야할 일이 많았다. 지게는 옛날 농가의 필수적인 수송수단이다. 오로지 사람의 어깨에 의존하여 물건을 옮겨야 한다. 힘과 경험에 따라 차이가 크긴 하지만, 쌀가마를 서너가마씩 쉽게 지거나 자기 키의 몇 배 되는 부피의 땔감을 지고 논두렁처럼 좁은 길을 태연히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좀 몸에 익으면 사람의 힘으로 짐을 옮기는 데에는 이만큼 효율적인 도구도 없을 것 같다. 지게짐을 질 때 가장 힘든 것은 세워둔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과정이다. 지게 작대기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기도 하지만 정작 무거운 짐은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 일단 일어설 수만 있다면, 웬만큼 무거워도 지게가 등에 밀착되어 있어 발걸음을 떼고 걷을 수 있다. 고등학.. 2018.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