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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테나이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13편 _ 멘토르 아테나

by 변리사 허성원 2014. 12. 2.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13편 _ 멘토르 아테나

 

 

아테나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수호신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모험담을 주로 다루지만, 아테나는 이들 영웅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항상 그들 곁을 지킨다. 그들이 약해질 때는 격려하고 방황할 때는 충고하고 질타하여 바른 길로 안내하고 어떤 땐 그들을 위해 제우스 등 다른 신을 설득하기도 한다. 아테나는 가끔 직접 모습을 나타내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아테나는 ‘오디세이아’의 세 번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부자와의 관계에서 아테나의 활약 중 중요한 것은 ‘멘토르’로서의 역할이다. 원래 멘토르는 오디세우스의 오랜 친구였다. 오디세우스는 출정할 때 그가 가장 신뢰하는 멘토르에게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과 집안의 가사일을 부탁하였다. 아내 페넬로페와 아직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두고 떠나는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을 것이기에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오디세우스는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넘고 집을 떠난 지 20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생사가 불명하자 그가 다스리던 이타케섬 궁전에는 아름다운 페넬로페와 결혼하겠다는 수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궁전에 분탕질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탕진하면서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를 괴롭혔다.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차일피일 구혼자 선택을 미루었다. 급기야는 시아버지의 수의 짜기를 시작했으니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빌미를 댄다. 이것이 잘 알려진 ‘페넬로페의 베짜기’ 이야기이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이 보는 낮에는 열심히 베를 짜고 밤이 되면 낮에 짠 베를 풀었다. 그러나 이 꼼수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하녀 중 하나가 그 비밀을 구혼자들에게 발설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직 나이가 어려 경험이 없고 그 무도한 자들을 제압할 용기와 힘을 갖지 못하였기에, 그저 울분을 토하며 분루를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페넬로페의 구혼자들, 1912, 존 윌리엄스 워터하우스 작

 

이때 아테나는 멘토르(혹은 멘티스)의 모습으로 텔레마코스의 앞에 나타난다. 멘토르 아테나는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생존을 알려주고,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이에 용기를 얻은 텔레마코스는 멘토르로 변신한 아테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 이야기를 소설로 다룬 것이 프랑스의 페늘롱(Fenelon)이 쓴 ‘텔레마코스의 모험’(1699년 발간)이다. 호머의 ‘오디세이아’는 텔레마코스의 여행을 비교적 짧고 가볍게 처리하였지만, 페늘롱는 ‘텔레마코스의 모험’에서 텔레마코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 여린 청년이 스승 멘토르와 함께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텔레마코스 일행은 필로스와 스파르타를 방문하고 항해를 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여 칼립소의 섬에 다다른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7년씩이나 붙잡아두고 불사의 권능을 부여해주겠다는 등으로 유혹하며 구애하였으나 끝내 분루를 삼켜야 했던 여신이다. 당시 아테나는 제우스의 마음을 움직여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었다. 새로이 나타난 텔레마코스를 본 칼립소는 다시 정열이 끓어올라 그를 잡아두고자 오디세우스에게 했던 것과 같이 유혹하였으나, 멘토르의 모습을 한 아테나의 조언으로 무산된다. 그런데 텔레마코스가 정작 사랑하게 된 상대는 칼립소의 님프 중 하나인 에우카리스였다. 그러나 텔레마코스에게는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사명이 있다. 멘토르는 그 연애를 떼어내는 동시에 칼립소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 텔레마코스를 바다에 떨어뜨린 후 자신도 뛰어들어 바다 기슭의 배로 헤엄쳐 가서 탈출에 성공한다.

 

폴리페모스의 동굴 안에 갇힌 오디세우스, 17세기 야콥 요르단스 작, 푸슈킨 미술관

 

텔레마코스 일행은 살랑트 등에서 모험을 더 거친 후 이타케로 되돌아와 먼저 도착해서 거지로 변장하여 있는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아버지를 도와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왕국을 되찾음으로써 해피앤딩을 맞는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 작, 1563

 

 

여기서, 아테나가 변신한 ‘멘토르’라는 이름은 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멘토링’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조언자, 상담자, 후원자를 의미하며, ‘멘토링’은 그러한 ‘멘토’의 활동을 가리킨다.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진정한 ‘멘토’는 아테나였던 것이다.

 

‘멘토’ 아테나는 ‘멘티’ 텔레마코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수많은 가르침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텔레마코스에게 여행을 떠나게 한 것이다. 텔레마코스가 절망적인 현실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에게 여행을 종용하고 그 여행에 동반한다. 여행은 그에게 온갖 고난과 시련을 부여할 것이고 그럼에도 아버지를 찾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멘토’는 과감히 현실을 떨치고 나가도록 유도하고 ‘멘티’는 지혜롭게 그 조언을 받아들여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한다.

 

 여행일까? ‘멘토’ 아테나는 영웅의 수호신이다. 영웅에게 필요한 덕목은 강인한 육체와 불굴의 용기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이다. 패배주의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던 텔레마코스는 그러한 영웅의 덕목을 아무 것도 갖추질 못하였다. 이런 텔레마코스를 단시간에 영웅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멘토 아테나는 말한다. 영웅이 되고 싶은가? 힘든 여행에 도전하라!

 

영웅을 만들고 싶은가? 고난과 시련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