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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테나이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7편 _ 헤라클레스의 선택

by 변리사 허성원 2013. 6. 4.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7편 _ 헤라클레스의 선택

 

 

아모르파티(Amor Fati)!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예외 없이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벗한다.
그들 중 가장 다양하고 가장 힘든 시련을 경험한 영웅으로서는 단연 오디세우스와 헤라클레스가 손꼽힌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오는 10년 간의 오랜 귀향과정에 부하들을 모두 잃고 온갖 고초를 겪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집에 돌아와 가족을 괴롭히는 적들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는 해피엔딩을 경험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탄생의 시점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날까지 평생에 걸쳐 고난과 박해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온 인생 자체가 시련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테베의 왕녀 알크메네를 통해 낳은 인간 영웅이다. 제우스는 기간테스와의 싸움을 앞두고 신들을 도와줄 영웅을 낳기 위해 암피트리온의 아내인 알크메네를 선택한다. 제우스는 계략을 꾸며 암피트리온이 멀리 원정을 가게 한 후,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동침한다. 이 때 훌륭한 영웅을 낳기 위해 밤의 길이를 3배나 늘렸다고 한다.
알크메네는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하나는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이고, 다른 하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들인 이피클레스이다.

 

 

<헤라가 보낸 독사를 죽이는 아기 헤라클레스>

 

제우스의 불륜을 알게 된 질투의 화신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탄생을 방해하기도 하고 헤라클레스의 요람에 독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여신의 질투는 영웅의 강한 운명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힘이 세어지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놀란 암피트리온은 청년으로 자란 그를 키타론 산으로 보내어 소떼를 돌보게 한다. 그곳에서 헤라클레스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이 때 성인이 된 헤라클레스 앞에 두 여인이 나타난다.
이 두 여인은 헤라클레스에게 각자 자신들이 제시하는 인생의 길을 따를 것을 유혹한다.
이것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에 기술되어 있는 유명한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다.
헤라클레스 앞에 나타난 두 여인은 '미덕(virtue)'과 '악덕(vice)'으로 불리기도 하고,
탁월함을 상징하는 ‘아레테 여신’과 악덕을 상징하는 ‘카키아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카리치>

 

 

<헤라클레스의 선택, Benner Michel>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많은 화가들의 작품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대체로, 쾌락의 행복을 제시하는 악덕의 여신은 풍만하고 화려하며 요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시련과 탁월함을 제시하는 미덕의 여신은 고귀하고 정숙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화가 폼페오 바토니의 1748년 작품을 보면, ‘미덕의 여신’의 자리에 아테나 여신이 위치하고 있다. 미덕의 여신으로서는 아무래도 지혜를 관장하는 아테나 여신이 제격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폼페오 바토니> 아테나가 미덕의 여신으로 등장

 

여하튼 바토니의 그림을 보면, ‘악덕’의 여신은 헤라클레스의 다리 옆에 앉아 한 팔을 헤라클레스의 허벅지에 얹고서 그 손에 꽃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엔 가면을 들고 있다. 그녀의 발치에는 악기와 악보가 보인다. 꽃은 찰나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의미하고, 가면은 거짓을, 악기와 악보는 쾌락을 상징한다. 헤라클레스의 전유물인 곤봉과 네메아 사자의 가죽은 장난기 많은 사랑의 신 에로스의 장난감이 되어 있다. ‘악덕’은 세상의 온갖 즐거움과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헤라클레스는 ‘악덕’의 제안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니다.

한편 아테나 여신은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든 모습으로 헤라클레스의 앞에 서서 한 손으로는 멀리 언덕을 가리키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가리키는 언덕은 멀고 험준하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아테나 여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길은 가시밭길처럼 험하고 고통스러울 거예요.
나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현혹시키지 않아요.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아름다움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어요. 
따라서 당신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면 신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친구에게 선을 베풀어야 해요.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을 하여야 하지요.
그것은 땅에서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
땀 흘려 경작하여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답니다.”

 

이 말을 들은 ‘악덕’은, 아테나의 제안은 너무나 멀리 돌아가는 어리석은 길이며,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니만큼 자신이 제안하는 지름길을 찾아 편하고 즐겁게 살 것을 종용한다.

아테나 여신은 ‘악덕’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한다.

 

“당신 말대로 산다면,
듣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칭찬을 들을 수 없고,
보는 기쁨 중에 가장 큰 기쁨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요.
아름다운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자는 그 어느 기쁨도 누릴 수 없지요.
그런 사람을 누가 신뢰하고 누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며 누가 그를 따르겠어요?
그런 삶은 젊을 때 잠시 한가롭고 사치스럽겠지만

늙어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궁색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두 여신의 논쟁을 지켜본 헤라클레스는 탁월함(Arete)를 추구하는 인간 영웅답게 아테나 여신의 지혜를 선택한다. 그리고 예견된 수많은 고난의 과업을 수행한다.
헤라의 저주로 광기에 빠져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이는 아픈 시련을 겪고, 그로 인해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명령하는 네메아 사자 물리치기, 머리 아홉 달린 뱀 히드라 죽이기, 황금뿔을 가진 케리네이아 사슴 생포하기 등과 같은 12개의 과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요부 옴팔레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자신을 환대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죽음(타나토스)’과 씨름하여 알케스티스를 구해주기도 한다.

 

<사자가죽을 쓰고 곤봉으로 히드라를 공격하는 헤라클레스>

 

<죽음과 씨름하며 알케스티스를 구해주는 헤라클레스>

 

이처럼 죽음과도 대적한 헤라클레스는 두 번째 부인의 질투로 독이 묻은 옷을 입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화장단에 올라 어이없이 삶을 마감하고 만다. 제우스는 그의 영혼을 하늘로 불러 신의 반열에 올려준다.

헤라클레스는 그토록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테나의 손을 잡은 그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고난은 영웅의 길이며 운명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웅의 본질은 탁월함의 추구이며, 탁월함은 고난의 극복을 통해서만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영웅들이여!
시련은 그대의 운명이다.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