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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테나이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4편 _ 공격형 방패 아이기스

by 변리사 허성원 2013. 4. 4.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4편

 
_ 공격형 방패 아이기스

 

 

아테나는 항상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들고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방패 아이기스는 아테나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다.

 

 

아이기스의 원래 주인은 아테나의 아버지 제우스였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젖어미였던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한 번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어넣는다. 방어용인 동시에 공격용인 것이다.
그래서 방어와 공격의 기능을 함께 갖춘 이지스함의 명칭이 이 아이기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이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어드(일리아스)에 따르면, 100개의 황금으로 된 술이 붙어 있다. 각 술 하나하나는 소 수백마리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호사스런 방패가 아닐 수 없다. 일리어드에서는 아테나가 이 무장을 갖추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의 딸 아테나는 구름을 부리는 제우스의 갑옷을 입은 다음에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술이 달린 아이기스를 어깨에 걸쳤다. 그것에는 제우스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상징으로서, 둘레에 공포가 새겨져 있고, 그 안에 불화, 무력, 소름 끼치는 추격이, 그리고 중앙에는 무시무시한 괴물 고르곤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일리어드를 가만히 읽어보면 아이기스는 오로지 아테나만이 보유하고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트로이의 편에서 선 아폴론이 헥토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기스’를 들고 나서기도 하고, ‘아이기스’를 입은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다니자 헥토르의 시신을 아폴론이 ‘아이기스’로 감싸 보호하였다고 한다. 아폴론 제우스의 자식인 만큼 아버지의 방패를 빌려서 사용하였을 수 있었겠지만, 아킬레우스가 가진 아이기스를 동시에 헥토르의 시신 보호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없다. 아킬레스 자신의 무구는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입고 나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헥토르 측에 빼앗겼기 때문에,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위해 출전하는 아킬레스의 어깨에 아테나가 자신의 아이기스를 직접 걸쳐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이기스는 유일한 물건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다소 유연한 가죽 재료로 만들어져 몸에도 부착가능한 매우 고급스런 방패의 일반명사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특별하다. 그 중앙에 무시무시한 메두사의 머리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두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고 흉측한 모습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다. 그리고 그를 직접 보는 사람은 돌로 변한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고르고(고르곤) 세 자매 중 하나였는데,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 아테나에 발각되어 아테나의 분노에 찬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것이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는 메두사>

그런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아이기스의 중앙에 붙인 영웅은 페르세우스이다.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왕녀 다나에의 아들이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가 낳은 자식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도록 다나에를 청동으로 만든 밀실에 가둔다. 하지만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가 황금 비로 변신하여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임신시켜 페르세우스를 낳게 하였다.
왕은 그 모자를 방주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냈고, 방주는 세리포스에 표착하여 이 섬의 왕 폴리데크테스의 보호를 
받는다. 다나에를 좋아하게 된 폴리데크테스는 청년이 된 방해꾼 페르세우스를 제거하고자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게 유도한다. 

이에 페르세우스는 영웅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테나로부터 아이기스와 함께 메두사의 머리를 담을 자루를 얻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하늘을 나는 헤르메스의 신발 등을 빌려 메두사를 찾아간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가르쳐준 대로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접근하여 메두사를 처치한다. 이때 흘린 메두사의 피에서 천마 페가소스와 황금의 검을 가진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고 한다.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는 귀환하는 길에 에티오피아에서 왕녀 안드로메다를 구해 아내로 삼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를 돌로 바뀌게 하여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었다.
또 돌아와서는 폴리데크테스에게 메두사를 보여 돌로 만들어 버리고, 여행 중에 우연히 경기대회에서 던진 원반이 빗나가 목숨을 잃은 노인이 바로 아크리시오스 왕이었기에 신탁의 예언이 실현되어 버렸다.
메두사의 목은 아이기스에 부착되어 아테나에게 바쳐졌다. 그래서 아이기스를 바라본 사람은 돌로 변하게 된다.

 

 

 <메두사의 얼굴이 부착된 아이기스를 아테나 여신에게 반환하는 페르세우스>

 

지금 이 시대에도 아테나의 아이기스는 존재한다. 게다가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허제도의 수호신인 아테나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원할 때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두 말 없이 아이기스를 발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기스는 '특허이다.

아테나는 잘 알다시피 영웅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현대의 영웅은 창의적인 기술로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는 발명가나 기업인이고, 현대의 영웅들이 그토록 갖고자 하는 아이기스는 바로 특허 포트폴리오이다.
아이기스의 공격 및 방어력은 특허권의 권능과 매우 유사하고,
특히 특허권의 금지권적인 효력은 아이기스에 새겨진 메두사의 머리를 보였을 때 상대를 돌로 만드는 작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현대의 영웅들은 스스로의 창의적 노력과 역량 및 전략에 따라 나름의 아이기스를 만들어 제출하고 그 독점적 사용을 허락받는다는 점에서 고대의 아이기스와 다른 점이 있다.

변리사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 그들의 비전과 역량 및 열정에 부합하는 최고 최적의 아이기스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변리사는 고도의 전략적인 고려를
반영하여 아이기스를 만들어 주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후예일까? 아니면 메두사의 얼굴을 가져다 붙여주는 페르세우스의 후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