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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허성원 변리사 칼럼]#212 아틀라스 로봇은 차를 사지 않는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6. 1. 23.

아틀라스 로봇은 차를 사지 않는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다. 인간과 흡사한 두 다리 보행과 기민한 동작을 갖춘 아틀라스는 인간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모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불가능한 동작까지 해낼 수 있어, 조만간  생산 현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피지컬 AI 시대로의 도약"이라 명명하며, 2028년까지 로봇 3만 대를 양산해서 우선은 미국 조지아 공장의 물류 현장에 투입하고, 점차 복잡한 조립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부분적으로 도입한 기업들도 있지만, 아틀라스 정도의 정교함이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이 가능함은 물론, 금세 인간의 능력과 생산성을 넘어설 것으로 여겨진다. 경영진이 로봇 투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기업 경영상 지극히 당연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그들에게 이 변화는 고용 감소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의미하기에,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허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쏟아진 세계의 갈채가 울산에서는 싸늘한 찬바람으로 바뀌어 있는 상황을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이 장면은 마치 19세기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일어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의 21세기 버전을 보는 듯하다. 러다이트 운동은 1811~1817년 영국 산업혁명 초기, 자동직기와 방적기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숙련된 직물공들이 기계를 파괴하며 항의했던 집단 저항 운동이다. 200년이 지난 오늘날 노조의 투쟁 구호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노조의 저항은 일견 시대를 역행하는 기술 반대론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갈등 속에서 우리가 처하게 될 불가피한 미래의 혼란이 감지된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이고 불편한 딜레마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로봇 도입은 기업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합리적 선택'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는 급감하고 인건비는 치솟는 반면, 현장의 사고 위험은 상존한다. 게다가 테슬라 등 경쟁사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고,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까지 거세지고 있으니, 제조 원가를 절감하여야 하는 과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연간 유지비 1,400만 원에 불과한 로봇 한 대가 연봉 1억 원이 넘는 노동자 3명의 몫을 24시간 불평 없이 해낸다면, 어느 경영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기업 합리성'이라는 미시적 차원의 '옳음'이 거시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순간, 치명적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에게 당장의 참이라는 것이 사회 전체 혹은 해당 기업의 미래에도 여전히 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사라지면 소비자도 사라진다"는 명제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미국 자동차 노조 지도자 월터 루터와 헨리 포드 2세의 일화는 이 점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포드 2세가 자동화 기계로 가득 찬 공장을 자랑하며 "위원장, 이 로봇들에게 어떻게 노조 회비를 걷을 셈이오?"라고 묻자, 루터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회장님은 이 로봇들에게 어떻게 차를 파실 셈입니까?"

이 질문은 2026년 현재, 섬뜩한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노동자가 곧 자본주의라는 거목을 지탱하는 뿌리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할수록 사회 전체의 '가처분 소득'은 불가피하게 줄어든다. 로봇은 월급을 받지 않고, 세금을 내지 않으며, 무엇보다 현대차가 만든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이 효율을 추구하여 '노동자 없는 공장'을 완성하는 순간, 그 물건을 사줄 '구매력 있는 중산층'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결국 기업 자신의 수익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를 '과소소비 공황(Underconsumption Crisis)'으로 몰아넣는 자살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기업은 생존 경쟁 때문에 로봇 도입을 멈출 수 없고, 노조 입장에서도 무작정 문을 걸어 잠그고 로봇을 부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기술 진보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둑을 쌓아서는 그 파도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오히려 파도를 즐기는 서핑을 하거나 그 파도를 넘어설 배를 띄울 준비를 해야 한다. 진보와 저항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위한 대책을 찾는 협상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이슈는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난제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과격한 변화이기에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연초 여러 대담에서 대단히 낙관적인 미래를 예측했다.

그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로봇이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AI 의사가 진료한다면, 의식주와 의료비용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해지거나 무료가 된다. 인류는 에너지와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무한한 풍요를 누릴 것이며, 로봇이 창출한 막대한 부를 통해 '보편적 기본 소득(UBI)'을 넘어선 '보편적 고소득(UHI)'이 보장될 것이라는 논리다. 국가가 로봇 생산성에 세금을 부과해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빈곤 없는 유토피아가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장밋빛 미래 예측을 그저 믿고 안심할 수 없다. 오히려 불안감이 앞선다. 기본 소득이 시행되기까지 수많은 논의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설사 그렇게 하여 물질적 생존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로봇이 인간보다 일도, 예술도, 심지어 생각까지 잘하게 된다면 인간은 "나는 왜 사는가?"라는 실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머스크 역시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도전 의식을 잃고 무기력하게 쾌락만 좇는 '소파 감자(Couch Potato)'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물질적 풍요'나 '소파 감자'는 아직 먼 미래의 얘기다. 당장은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 그럼에도 로봇세나 AI세는 물론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가 없다. 당장이라도 로봇 등과 같은 기술의 쓰나미에 떠밀려 일자리를 잃게 될 수많은 노동자의 삶은 어찌할 것인가.

지금 로봇 도입에 대한 노조의 저항은 다가올 고통스러운 갈등과 혼란의 전조 증상에 불과하다. 기업이 '효율'이라는 가속페달만 밟으면 '소비 절벽'이라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위험이 있고, 노조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라는 브레이크만 잡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어 일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의 갈등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고 재촉하는 거대한 경적 소리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로봇과 AI 도입 과정의 전환기에 노동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고, 로봇 등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삶을 재정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런 모든 논의에는 당연히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관한 철학적, 윤리적 고민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를 막을 수도, 마냥 끌려갈 수도 없다는 점이다.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뒤처지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진실이 있다. '아틀라스 로봇이 아무리 유능해도 결코 차를 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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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Ford II: Walter, how are you going to get those robots to pay your union dues?
Walter Reuther: Henry, how are you going to get them to buy your cars?

https://quoteinvestigator.com/2011/11/16/robots-buy-c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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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291868

 

‘러다이트 운동 일어나나?’...현대차 노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합의 없이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두고 현대차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강

www.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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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na.co.kr/view/AKR20260124033100003

 

이젠 양산 싸움…아틀라스, 車공급망 힘입어 원가 3만달러 사활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양산 단계에서 총력전에 돌입한다.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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