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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천리마(千里馬)와 백락(伯樂)

by 변리사 허성원 2026. 1. 15.

천리마(千里馬)와 백락(伯樂)

_ 리더십과 인재론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 천리마와 백락의 고사는 인재의 잠재력과 이를 알아보는 리더의 안목이 상호 의존적임을 시사한다. 한유가 리더의 무지를 비판했다면, 조선의 정도전과 박지원은 능동적 선택과 실용주의를 통해 이 담론을 주체적으로 확장했다. 현대 경영에서 이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 경영이나 팀 쿡의 시스템 관리처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구체적 전략으로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인재는 타인의 인정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실력을 증명하여 기회를 만드는 '셀프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서문

천리마 담론은 표면적으로는 '말(馬)'에 관한 이야기이나, 심층적으로는 '가치의 발견', '인재의 운용',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개인의 실존'을 다루는 거대한 메타포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부터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 조선의 혁명가 정도전과 실학자 박지원, 그리고 21세기의 스티브 잡스와 히딩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변주되는 이 테마는 청중들에게 강력한 지적 자극과 실천적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본 보고서는 각 챕터별로 강의의 핵심 모듈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철학적 원전의 해석과 현대 경영학적 사례를 교차 검증함으로써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맞추었다.


제1부. 천리마와 백락의 현상학: 존재와 인식의 상관관계

1.1 천리마 담론의 기원과 원형적 의미

동양 고전에서 말(馬)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국가의 국방력, 통신 수단, 그리고 국력을 상징하는 전략 자산이었다. 특히 하루에 천 리(약 400km)를 달린다는 '천리마'는 물리적인 속도를 넘어,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비범한 역량을 지닌 '영웅'이나 '호걸'을 상징하는 문화적 원형(Archetype)으로 자리 잡았다.1

천리마 이야기의 핵심은 '존재(Being)'와 '인식(Recognition)'의 긴장 관계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존재라 하더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존재인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면 그 능력은 잠재태(Potentiality)로 남거나 소멸하고 만다. 여기서 백락은 단순한 말 감정가가 아니라,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Insight)을 지닌 스승, 리더, 혹은 이상적인 군주를 의미한다.2

역사적으로 백락의 본명은 손양(孫陽)으로, 주(周)나라 사람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백락'이라는 이름이 원래 천상계에서 천마(天馬)를 관장하는 별자리(성수)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이다. 손양이 말의 관상(상마, 相馬)을 보는 능력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사람들이 그를 별의 이름인 백락으로 존칭하여 부르게 된 것이다.3 이는 인재를 알아보는 행위가 지상의 기술적 차원을 넘어, 하늘의 이치와 맞닿아 있는 고도의 정신적 활동임을 시사한다.

1.2 《전국책(戰國策)》과 백락일고(伯樂一顧): 가치 평가의 경제학

유향(劉向)이 엮은 《전국책》에 등장하는 '백락일고(伯樂一顧)' 일화는 가치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승인되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경제학적 텍스트다. 이 이야기는 현대의 브랜드 마케팅이나 신용 평가 이론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한 말 장수가 훌륭한 준마(駿馬)를 시장에 내놓았으나, 3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중은 말의 외형적 가치를 판단할 기준이나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말 장수는 당대 최고의 감정가인 백락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한다. "제 말이 아무리 훌륭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선생님께서 한 번만 오셔서 말을 감정해주신다면 그 사례를 톡톡히 하겠습니다."

백락은 시장에 나가 말의 주위를 돌며 꼼꼼히 살피고(감정), 떠나면서 아쉬운 듯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일고, 一顧). 이 일련의 퍼포먼스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신호(Signal)로 작용했다. 천하의 백락이 저토록 관심을 보이는 말이라면 분명 천하의 명마일 것이라는 확신이 대중에게 심어진 것이다. 그 결과, 말의 가격은 순식간에 10배로 폭등하였다.3

이 일화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강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내재 가치와 시장 가치의 괴리: 말의 물리적 능력(내재 가치)은 백락이 오기 전이나 후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백락의 '인증'이 개입되기 전까지 그 가치는 시장에서 '0'에 수렴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재의 실력만큼이나 그 실력을 증명해 줄 '평판'이나 '권위 있는 추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2. 신용의 전이(Transfer of Trust): 대중은 말을 신뢰한 것이 아니라 백락을 신뢰했다. 백락이 가진 사회적 신용 자본이 말에게로 전이되면서 가치의 폭등이 일어난 것이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볼 때, 리더는 자신의 신용을 걸고 부하 직원의 잠재력을 보증해 주는 존재여야 함을 시사한다.
  3. 안목의 권력: 백락의 시선(Gaze)은 곧 권력이다. 그가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승인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는 리더가 가진 평가 권한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동반하는지를 역설한다.

1.3 기복염거(驥服鹽車): 부조리에 대한 통탄과 공감

《전국책》의 또 다른 고사성어인 '기복염거'는 천리마(기, 驥)가 소금 수레(염거, 鹽車)를 끈다는 뜻으로, 시대를 잘못 만나거나 어리석은 군주 밑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는 현자(賢者)의 고통을 비유한다.3

백락이 태행산(太行山)의 가파른 고개를 넘다가, 소금 수레를 힘겹게 끌고 있는 말을 발견했다. 그 말은 비쩍 마르고 털이 빠져 볼품없었으며,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백락은 그 말이 천하를 주유해야 할 천리마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백락은 수레에서 내려 말에게 다아가 자신의 베옷을 벗어 덮어주며 통곡했다. 그러자 말 역시 백락을 알아보고 고개를 들어 크게 울었는데, 그 소리가 마치 금석(金石)을 울리는 듯했다.3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리더십의 본질인 '공감(Empathy)'과 '알아줌(Recognition)'의 힘을 보여준다.

  • 상황적 부조리의 인식: 백락의 눈물은 인재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통탄이다. 천리마에게 소금 수레를 끌게 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자원의 낭비이다.
  • 교감의 치유력: 말이 크게 운 것은 육체적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지기(知己)를 만난 감격 때문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라는 말처럼, 리더의 따뜻한 위로와 인정은 인재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달릴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제2부. 한유(韓愈)의 《잡설(雜說)》: 시스템 부재에 대한 고발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그의 저서 《잡설》 중 제4수 <마설(馬說)>에서 천리마와 백락의 관계를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확장하여 논하였다. 이 텍스트는 인재 등용의 난맥상을 비판하는 불후의 명문으로, 리더십 강의에서 반드시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할 텍스트다.5

2.1 존재론적 우선순위의 역설

한유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글을 시작한다.

"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

(세상에 백락이 있고 나서야 천리마가 있는 법이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3

이 문장은 생물학적 순서와 사회학적 순서를 뒤집는다. 물리적으로는 말이 먼저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백락)이 선행되어야 천리마라는 개념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 인재의 공급 vs 선별의 공급: 한유는 천리마(인재)는 어느 시대에나 항상 존재한다고 보았다(常有). 문제는 그들을 알아보는 백락(현명한 리더, 인사 시스템)은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不常有). 이는 조직의 문제가 인재 부족이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십의 결핍에 있음을 명확히 지적한다.4
  • 잠재성과 현실성: 백락이 없는 천리마는 현실태가 되지 못한다. 이는 리더의 역할이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구성원의 잠재성을 현실의 성과로 전환시키는 촉매자(Catalyst)여야 함을 의미한다.

2.2 관리의 실패와 인재의 사장(死藏)

한유는 백락을 만나지 못한 천리마의 비참한 최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故雖有名馬, 祇辱於奴隸人之手, 騈死於槽櫪之閒, 不以千里稱也."

(그러므로 비록 명마가 있다 해도, 다만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고, 마구간에서 보통 말들과 나란히 죽어가며, 천리마라 불리지 못한다.) 5

여기서 '노예(奴隸人)'는 안목 없는 하급 관리나 무능한 상사를 상징한다. 그들은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일반 말과 똑같이 취급한다.

  • 자원의 잘못된 배분: 한유는 천리마가 한 끼에 곡식 한 섬을 먹어야 힘을 쓴다고 지적한다(一食或盡粟一石). 그러나 주인이 이를 모르고 보통 말처럼 먹이니, 천리마는 배가 부르지 않아 힘을 쓸 수 없고 재능을 드러내지 못한다(食不飽, 力不足, 才美不外見).6
  • 평준화의 폭력: "보통 말과 같아지려 해도 될 수 없다(且欲與常馬等, 不可得)"는 구절은 탁월한 인재를 평균적인 틀에 가두려는 조직의 획일화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보여준다. 천리마에게 일반 말의 기준을 적용하면, 천리마는 열등한 말로 전락한다. 이는 현대 기업에서 핵심 인재(Key Talent)에게 차별화된 보상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기계적 평등만을 강조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예견한다.

2.3 리더의 무지와 책임 전가

<마설>의 결론부는 무능한 리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策之不以其道... 執策而臨之, 曰: '天下無良馬.' 嗚呼! 其眞無馬耶? 其眞不識馬耶?"

(채찍질을 해도 도리에 맞지 않게 하고... 채찍을 들고 다가와서 말하기를 '천하에 좋은 말이 없다'고 한다. 아! 정말로 말이 없는 것인가? 사실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5

  • 소통의 부재: "울어도 그 뜻을 알아주지 못한다(鳴之不能通其意)"는 리더와 팔로워 간의 소통 단절을 의미한다. 인재가 고충을 토로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도, 무능한 리더는 이를 소음으로 치부한다.
  • 자기 성찰의 결여: 리더는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자신의 리더십(채찍질하는 방법, 먹이는 방법)을 돌아보기보다는, "요즘 친구들은 끈기가 없다", "쓸 만한 사람이 없다"며 인재 탓을 한다. 한유는 이것이 리더의 무지(不識)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확히 한다.

표 1. 한유의 《마설》에 나타난 리더십 실패 유형 분석

원문 구절 리더십 실패 유형 현대적 경영 의미
祇辱於奴隸人之手 (노예의 손에 모욕당함)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역량에 맞지 않는 단순 반복 업무 부여, 자율성 침해
食不飽 力不足 (먹이가 부족해 힘이 없음) 보상 및 지원 부족 충분한 자원(예산, 인력)과 보상 없이 고성과 요구
策之不以其道 (도리에 맞지 않는 채찍질) 동기 부여 실패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관리, 잘못된 KPI 설정
鳴之不能通其意 (울어도 뜻을 모름) 불통(不通) 상향적 피드백 무시, 구성원의 니즈 파악 실패
天下無良馬 (천하에 좋은 말이 없다)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 경영 실패의 원인을 인재 부족으로 돌리는 책임 회피

제3부. 한국 역사 속의 천리마: 혁명과 실학의 변주

천리마와 백락의 모티프는 중국을 넘어 한국의 지성사에서도 중요한 화두였다. 특히 난세의 혁명가들과 실학자들은 이 비유를 더욱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변주하였다.

3.1 삼봉(三峯) 정도전: 스스로 천리마가 되어 백락을 선택하다

고려 말의 격동기에 정도전은 천리마와 백락의 관계를 수동적 기다림에서 능동적 선택으로 전환시킨 인물이다.

3.1.1 기복염거의 세월과 혁명의 결단

정도전은 고려 말 권문세족의 발호와 불교의 타락 속에서 자신의 경륜을 펼치지 못하고 10여 년간 유배와 유랑 생활을 겪었다. 이는 문자 그대로 '소금 수레를 끄는 천리마'의 시기였다.8 그러나 그는 마구간에서 죽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성리학적 이상 국가)을 실현해 줄 힘을 가진 백락을 찾아 나섰다.

3.1.2 백락을 선택한 천리마

정도전이 함주 막사로 이성계를 찾아간 사건은 한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천리마와 백락의 조우'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정연한 군대를 보고 "이 군대로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라며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비전을 암시했다.8

일반적으로 백락이 말을 고르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경우 천리마(정도전)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실행할 수 있는 백락(이성계)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검증했다. 이는 현대적 의미에서 인재가 회사를 선택하고, 창업가가 투자자를 선택하는 능동적 커리어 전략의 효시라 할 수 있다.

3.1.3 시스템으로서의 백락 구축: 《삼봉집(三峯集)》

조선 개국 후 정도전은 자신이 겪었던 인재 등용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는 《삼봉집》, 《조선경국전》 등을 통해 재상 중심의 정치 체제와 과거제 정비를 주장했다.9

"백 필의 천리마를 얻는 것이 한 사람의 백락을 얻는 것만 못하다(得百騏驥 不若得一伯樂)"라는 구절은 그의 인재론을 압축한다.3 그는 개별 인재의 발탁보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재상(백락)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 백년대계의 핵심임을 간파했다. 그가 꿈꾼 조선은 천리마들이 소금 수레를 끌지 않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나라였다.

3.2 연암(燕巖) 박지원과 《열하일기(熱河日記)》: 실사구시의 안목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통해 당시 지배층의 경직된 사고를 비판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백락의 참된 안목'을 강조했다.

3.2.1 허울을 벗긴 상마법(相馬法)

당시 조선의 사대부들은 명분론에 사로잡혀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오랑캐의 것'이라며 애써 외면했다. 박지원은 이를 비판하며 "법을 본받아 창작할 수 있다면 오랑캐라 할지라도 스승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태도를 견지했다.10

이는 말의 털 색깔이나 외형(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말의 근육과 달리는 능력(실질)을 꿰뚫어 보는 백락의 상마법과 일맥상통한다. 박지원에게 진정한 천리마는 고루한 이념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기술과 문물이었다.

3.2.2 말(馬)을 통한 풍자와 성찰

《열하일기》에는 말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박지원은 압록강을 건너 열하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말들의 고초를 생생하게 기록했다.10 때로는 말의 입을 빌려 인간 사회의 위선을 풍자하기도 했다.12 그가 본 청나라의 벽돌집, 수레 제도 등은 조선이라는 '마구간'에 갇혀 있던 천리마들이 마땅히 달려야 할 넓은 세상(시장, 통상)이었다. 박지원은 조선의 인재들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천리마처럼 넓은 대륙으로 나아가기를 갈망했던 '시대의 백락'이었다.


제4부. 현대 리더십과 천리마: 글로벌 경영 현장의 적용

고전 속의 천리마 담론은 현대의 글로벌 기업 경영과 스포츠 현장에서 더욱 정교한 리더십 이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의 '백락'들은 어떻게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가?

4.1 이건희의 "천재 경영론": 현대판 백락의 선언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은 백락의 인재론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대표적인 경영자다.

4.1.1 1명의 천재와 10만 명의 먹거리

이건희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천재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유명한 '천재 경영론'을 설파했다.13 이는 한유가 말한 "천리마는 한 번에 곡식 한 섬을 먹는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일반적인 인재(보통 말)와 구별되는 압도적 역량을 가진 슈퍼 인재(천리마)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기업 전체의 생존을 결정한다는 엘리트 인재론이다.

4.1.2 파격적 보상과 S급 인재 확보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장보다 2~3배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인재를 스카우트해 오라"고 지시했다.13 이는 천리마에게 그에 걸맞은 대우(곡식)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핵심 인재 확보를 CEO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규정하고 인사 평가에 반영했다.14

4.1.3 의인불용 용인물의(疑人不用 用人勿疑)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내려온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원칙은 백락이 천리마를 알아보고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과정과 일치한다.15 이는 인재에게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토대가 된다.

4.2 애플(Apple)의 두 백락: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애플의 사례는 백락의 유형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케이스 스터디다.

4.2.1 스티브 잡스: 비전형(Visionary) 백락

스티브 잡스는 그 자신이 천리마이자 동시에 가혹한 백락이었다. 그는 타협하지 않는 심미안으로 인재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인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만드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때로 독선적이었으며, 이는 "백락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었다.

4.2.2 팀 쿡: 관리형(Managerial) 백락

잡스 사후, 많은 이들이 "애플의 혁신은 끝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팀 쿡은 잡스와는 전혀 다른 리더십으로 애플을 이끌었다. 그는 공급망 관리(SCM)의 대가로서, 조직 내의 다양한 천리마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16

팀 쿡은 카리스마로 군림하기보다 조력자(Facilitator)로서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주로(Track)를 정비했다. 그 결과 애플의 시가총액은 잡스 시절보다 훨씬 더 커졌다. 이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잡스)"과 "천리마가 달릴 수 있는 길을 닦는 능력(쿡)"이 상호보완적임을 보여준다.18

표 2.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리더십 비교 (백락의 관점)

구분 스티브 잡스 (Steve Jobs) 팀 쿡 (Tim Cook)
백락 유형 직관적 천재형 (Visionary) 시스템 관리형 (Architect)
인재 관리 영감 부여, 극한의 압박, 발탁 인사 안정적 프로세스, 협업 강조, 포용성
핵심 역량 제품 혁신 (Product Innovation) 공급망 관리 (Operations), 생태계 확장
성과 창출 0에서 1을 창조 (Zero to One) 1을 100으로 확장 (Scaling Up)
비유 천리마를 직접 조련하는 명인 천리마가 달릴 경기장을 짓는 건축가

4.3 스포츠 리더십: 히딩크와 박지성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선수의 사례는 '백락일고'의 현대적, 실증적 사례로서 리더십 강의에서 빠질 수 없는 에피소드다.

  • 편견 없는 시선: 당시 박지성은 왜소한 체격과 평발, 그리고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배경 때문에 한국 축구계의 주류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소금 수레 끄는 말'의 처지였다. 그러나 히딩크는 학연, 지연, 외형적 조건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기록'과 '움직임'만으로 선수를 평가했다. 그는 박지성의 탁월한 심폐지구력과 공간 지각 능력을 간파했다.19
  • 심리적 레버리지: 히딩크는 부상으로 위축된 박지성에게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 너는 정신력이 훌륭한 선수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한마디는 박지성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천리마의 본능을 깨웠다. 리더의 신뢰가 선수의 자존감을 높이고(Self-Efficacy), 이것이 퍼포먼스의 향상으로 이어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의 전형이다.19

제5부. 삶의 지혜: 21세기, 스스로 백락이 되어라 (Self-Leadership)

고전 시대에는 천리마가 백락을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했다면, 초연결 사회인 21세기에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의 핵심이다.

5.1 기다림에서 증명으로: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

한유는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고 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나의 재능(천리마)은 존재하지만, 나를 알아줄 상사나 멘토(백락)는 없을 수도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따라서 현대인은 타인의 인정을 기다리며 소금 수레를 끌고 있을 시간이 없다. 스스로 자신의 백락이 되어야 한다.20

  • 포트폴리오와 퍼스널 브랜딩: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가시화하여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백락일고의 유도). 블로그, 유튜브, 링크드인 등 현대의 플랫폼은 스스로 울음소리를 내어(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다.21
  • 적극적인 구애: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갔듯,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리더를 찾아 적극적으로 이직하거나 파트너십을 제안해야 한다.

5.2 소금 수레의 시간: 회복탄력성(Resilience)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소금 수레'를 끄는 시기를 겪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 고난의 재정의: 기복염거의 시기를 '실패'가 아닌 '근육을 단련하는 기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끄는 고통을 견디는 것은 훗날 천 리를 달릴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 좌절하여 스스로를 비하하면 영영 마구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20
  • 내공의 축적: 탕무(Tangmu)는 저서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에게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통을 감수하고 묵묵히 실력을 쌓는 과정(Deliberate Practice)이 있어야 백락이 나타났을 때 즉시 달릴 수 있다.20

5.3 자기 객관화와 메타인지

한유는 "보통 말과 같아지려 해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천리마가 보통 말 흉내를 내면 오히려 무능해 보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차별화 전략: 자신이 남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나의 '천리'는 어느 분야인지 파악하는 자기 통찰(Self-Awareness)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이 공부 천리마일 필요는 없다. 예술, 기술, 소통 등 각자의 영역에서 천리마가 되면 된다.7
  • 곡식 한 섬의 요구: 자신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환경과 지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조직에 요구하거나 그런 환경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강의 로드맵 및 핵심 요약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여, 강의자가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메시지와 로드맵을 제안한다.

강의 모듈 제안 (총 90분~120분 분량)

  1. Opening (10분): 당신은 천리마인가?
  • 질문: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를 100% 인정받고 있습니까?"
  • 도입: 천리마와 백락의 정의. 백락일고 일화를 통한 '가치 발견'의 중요성 환기.
  1. Module 1 (30분): 고전의 지혜 - 시스템과 리더십
  • 내용: 한유의 《마설》 독해. "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가?"
  • 토론: 우리 조직은 천리마를 굶기고 있지 않은가? (리더십 실패 유형 진단)
  1. Module 2 (30분): 역사의 교훈 - 혁신과 실용
  • 내용: 정도전의 주체적 선택과 박지원의 실사구시 안목.
  • 인사이트: 백락을 기다리지 말고, 백락을 선택하라. 편견 없는 안목이 혁신을 만든다.
  1. Module 3 (30분): 현대적 적용 - 경영과 자기계발
  • 내용: 이건희의 천재 경영, 히딩크의 매직, 그리고 팀 쿡의 시스템.
  • 액션 플랜: '스스로 백락이 되는 법'. 기복염거의 시간을 견디는 회복탄력성.
  1. Closing (10분): 서로의 백락이 되어주라
  • 결론: 천리마는 혼자 달릴 수 없다. 우리가 서로의 잠재력을 알아봐 주는 백락이 될 때, 조직과 사회는 비로소 천 리를 갈 수 있다.

최종 제언

천리마 이야기는 단순히 "나를 알아달라"는 인재의 투정이 아니다. 그것은 **① 잠재력을 알아보는 혜안(Insight), ② 그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자원을 지원하는 시스템(Support), ③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는 인내(Resilience)**의 삼박자가 맞을 때 위대한 성취가 이루어진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다.

이 강의를 통해 청중들은 리더로서 부하 직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이며, 팔로워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백 필의 천리마를 얻는 것보다 한 명의 백락을 얻는 것이 더 귀하다"는 정도전의 말처럼,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백락이 되어주는 '상호 인정'과 '신뢰'의 문화임을 강조하며 본 보고서를 마친다.


[참고 문헌 및 출처 표기]

본 보고서의 모든 내용은 제공된 연구 자료(Snippet)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주요 인용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천리마, 백락 유래 및 전국책: 2
  • 한유 잡설(마설): 5
  • 정도전 및 삼봉집: 3
  • 박지원 및 열하일기: 10
  • 이건희 인재 경영: 13
  • 애플(잡스, 팀 쿡) 리더십: 16
  • 히딩크 및 박지성: 19
  • 현대적 자기계발 및 삶의 지혜: 20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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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내일의 나를 고생시키지 않을 인생 습관 | 탕무 | 북플라자 - 예스24,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8079802
  21. 생각연습 #19 -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 //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 조언 / 명언 / 다짐 / 확언 / 믿음 / 자기계발 / 실행 / 목표 / 결심 / 인생 - YouTube,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JAyReIv3w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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