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오셀로》
_ 타자성의 비극과 인간 본성의 심연에 관한 종합 연구 보고서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베니스의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부하 이아고의 치밀한 이간질에 속아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살해한 뒤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가정 비극이다. 이 작품은 인종적 편견과 내면의 열등감, 그리고 '초록 눈의 괴물'로 묘사되는 질투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탁월한 심리 묘사로 보여준다. 특히 인종 차별, 가스라이팅, 사회적 소외와 같은 현대적 쟁점들을 작품 속 상징 체계와 연결하여 그 보편적 가치를 조명한다. 인간 본성의 연약함과 진실의 불확실성을 통찰한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 서론: 가정 비극의 정점과 현대적 보편성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The Tragedy of Othello, the Moor of Venice)》는 국가의 운명이나 우주적 질서의 붕괴를 다루는 거시적 서사의 《햄릿》, 《맥베스》, 《리어왕》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작품은 전쟁과 정치라는 공적 배경을 두르고 있으나, 그 본질은 인간 관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사랑', '신뢰', 그리고 '질투'가 붕괴되는 과정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가정 비극(Domestic Tragedy)'의 정점이다. 1603년에서 1604년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텍스트는 4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넘어, 오늘날의 관객과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1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인종 차별, 젠더 폭력, 심리적 조작(가스라이팅), 사회적 소외, 그리고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3
본 보고서는 《오셀로》의 텍스트를 다각도로 해부하여, 작품의 창작 배경과 원천 텍스트와의 비교 분석을 시작으로, 정교하게 축조된 서사 구조, 주요 인물들의 심리적 메커니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상징체계,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비평사와 공연사의 흐름을 망라한다. 특히 주인공 오셀로의 파멸이 단순한 개인의 성격적 결함(Tragic Flaw)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이아고(Iago)라는 절대악 혹은 베니스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한 필연적 희생인지에 대한 학술적 논쟁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과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등 현대 비평 이론을 적용하여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를 분석함으로써, 셰익스피어가 17세기 무대 위에 그려낸 인간 군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 무게를 재확인하고자 한다.
2. 창작 배경 및 텍스트의 기원: 변형과 재창조
2.1 시대적 맥락과 집필 시기
학계의 문헌학적 연구와 공연 기록에 따르면, 《오셀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통치 말기인 1603년경, 혹은 제임스 1세 국왕의 즉위 직후인 1604년 사이에 집필된 것으로 비정된다.1 1604년 11월 1일 화이트홀 궁전(Whitehall Palace)에서 제임스 1세를 위해 상연된 기록은 이 작품이 당시 왕실과 대중 모두에게 주목받는 신작이었음을 시사한다.2
이 시기는 잉글랜드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종언과 제임스 1세 시대(Jacobean era)의 개막은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긴장을 동반했다. 특히 당시 런던은 지중해 무역의 확장과 함께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의 위협은 서구 기독교 사회에 실질적인 공포로 작용하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포착하여, 기독교 문명의 수호자인 베니스와 이교도적 위협이 상존하는 사이프러스(Cyprus)를 무대로 설정함으로써 문명과 야만,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극적으로 형상화했다.2
2.2 원천 텍스트: 지랄디 신티오의 《헤카토미티》와의 비교 분석
셰익스피어는 이탈리아의 작가 지랄디 신티오(Giraldi Cinthio)가 1565년에 출판한 소설집 《헤카토미티(Gli Hecatommithi)》의 세 번째 10년, 7번째 이야기인 "무어인 대장(Un Capitano Moro)"에서 작품의 기본 골격을 가져왔다.5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원작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효과와 주제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변형과 재창조를 감행한 데서 드러난다.
| 비교 항목 | 신티오의 원작 (Hecatommithi) |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 문학적 효과 및 의의 |
| 인물 명칭 | 데스데모나(Disdemona) 외에는 이름 부재 (무어인, 소위, 부관 등으로만 지칭) | 오셀로, 이아고, 카시오, 에밀리아 등으로 구체적 이름 부여 | 인물들에게 고유한 정체성과 개별성을 부여하여 전형성을 탈피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발전시킴.6 |
| 이아고의 동기 | 데스데모나를 짝사랑했으나 거절당해 복수심을 품음 | 승진 누락, 아내와의 불륜 의심, 인종적 혐오, 근원적인 악의 등 복합적 동기3 | 단순한 치정극을 넘어선 심리적, 사회적, 존재론적 차원의 갈등 구조 형성. 이아고의 악행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 제공. |
| 로데리고의 존재 | 원작에 존재하지 않음 | 이아고의 도구이자 재정적 후원자로 로데리고 창조1 | 이아고의 착취적 성격과 조작 능력을 보여주는 장치이자, 서브플롯을 통한 극적 긴장감 조성. |
| 데스데모나의 죽음 | 무어인과 소위가 공모하여 양말에 모래를 채워 때려 죽이고, 천장을 무너뜨려 사고사로 위장 | 오셀로가 침실에서 직접 목을 졸라(혹은 질식시켜) 살해함5 | 범죄의 은폐가 아닌, 오셀로 개인의 비극적 결단과 직접적인 폭력을 통해 죄책감과 파국을 극대화함. |
| 결말의 처리 | 무어인은 추방당한 후 처가 친척들에게 살해됨. 소위는 고문 끝에 죽음. | 오셀로는 진실을 깨닫고 즉시 자살. 이아고는 침묵 속에 체포되어 처벌 대기. | 주인공의 즉각적인 자기 파괴를 통해 비극적 정화(카타르시스)를 유도하고, 이아고의 생존을 통해 악의 지속성을 암시. |
| 시간적 구성 | 사건이 장기간에 걸쳐 전개됨 | 며칠 단위의 짧은 시간으로 압축6 | 숨 쉴 틈 없는 긴박감을 조성하여 오셀로가 이성적 판단을 할 여지를 제거함. |
신티오의 원작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결혼한 여성은 불행해진다"는 식의 교훈적이고 평면적인 우화였다면, 셰익스피어는 이를 인간 내면의 모순, 사회적 편견의 작동 방식, 그리고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고도의 심리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특히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사고사가 아닌 남편에 의한 직접적인 살해로 변경한 것은 이 비극을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게 하여, 사랑과 폭력이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는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낸다.1
3. 극적 구조와 서사의 심층 분석: 질서에서 혼돈으로
《오셀로》의 서사 구조는 베니스에서 사이프러스로의 공간 이동과 함께, 이성적 질서에서 광기 어린 혼돈으로의 추락을 묘사한다. 이 과정은 이아고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되며, 오셀로의 내면 세계가 붕괴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3.1 1막: 베니스의 밤과 이중적 질서
극은 베니스의 어두운 밤거리에서 시작된다. 이아고와 로데리고는 브라반티오(Brabantio)의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며 데스데모나의 도주 사실을 알린다. 여기서 이아고는 오셀로를 "검은 숫양(old black ram)", "바바리 말(Barbary horse)"과 같은 동물적이고 성적인 이미지로 비하하며,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결합을 "짐승이 등을 맞대고 있는(making the beast with two backs)" 혐오스러운 행위로 묘사한다.7 이러한 언어는 베니스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종적 편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의회 장면에서 등장한 오셀로는 이아고가 묘사한 '야만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는 침착하고 위엄 있으며, 고귀한 운문(verse)을 구사하는 장군이다. 브라반티오가 오셀로를 흑마법으로 딸을 유혹했다고 고발하지만, 오셀로는 자신의 인생 역정과 모험담, 그리고 그 이야기에 공감해 준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증언하며 혐의를 벗는다. "그녀는 내가 겪은 위험 때문에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녀가 그것을 동정했기에 그녀를 사랑했다(She loved me for the dangers I had passed, / And I loved her that she did pity them)"라는 대사는 두 사람의 사랑이 상호 이해와 연민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9 이로써 1막은 오셀로의 고귀함이 편견을 이기는 듯 보이지만, 브라반티오의 "그녀는 아비를 속였으니, 너도 속일지 모른다(She has deceived her father, and may thee)"라는 저주는 오셀로의 무의식 속에 불안의 씨앗을 남긴다.11
3.2 2막: 사이프러스로의 이동과 고립된 무대
무대는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문명 도시 베니스에서, 전쟁의 최전선이자 고립된 섬인 사이프러스로 이동한다. 극적인 폭풍우로 인해 오스만 튀르크의 함대가 괴멸되면서 외부의 물리적 위협은 사라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부의 적이 사라진 그 공간은 내부의 적, 즉 이아고가 활개 칠 수 있는 완벽한 무대가 된다.12
사이프러스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으로, 인물들이 서로에게만 집중하게 만들며 사회적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이아고의 조작이 쉽게 먹혀들게 한다. 이아고는 축제 분위기와 술을 이용하여 카시오를 소동에 휘말리게 하고, 그의 부관 직위를 박탈시킨다. 카시오가 명예를 잃고 괴로워하자,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에게 복직 청원을 부탁하라고 조언하며 '이중의 복수'를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이아고는 관객을 향한 독백을 통해 자신의 계획을 공유하며, 관객을 공범자로 만드는 극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9
3.3 3막: 유혹의 장면과 이성의 붕괴
극의 분수령이 되는 3막 3장, 소위 '유혹의 장면(Temptation Scene)'에서 이아고는 오셀로의 심리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이아고는 직접적인 비난 대신 "조심하십시오, 질투는 녹색 눈의 괴물입니다(It is the green-eyed monster)"라는 역설적인 경고를 통해 오셀로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을 자극한다.7 그는 오셀로가 가진 인종적 열등감과 나이 차이, 베니스 여성에 대한 무지 등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오셀로는 처음에는 이아고의 말을 의심하지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의 복직을 간청하는 모습과 이아고의 암시가 겹치면서 급격히 무너진다. 결정적으로 데스데모나가 실수로 떨어뜨린 손수건이 에밀리아를 거쳐 이아고의 손에 들어가고, 이것이 카시오의 방에서 발견되면서 오셀로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한다. 오셀로는 "내 영혼을 걸고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때, 혼돈이 다시 올 것이다(Chaos is come again)"라고 말하며, 사랑의 상실이 곧 자신의 우주적 질서의 붕괴임을 예고한다.14
3.4 4막: 붕괴된 자아와 폭력의 가시화
이아고의 거짓말에 완전히 잠식당한 오셀로는 언어적, 신체적으로 붕괴한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간질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는데, 이는 위엄 있는 장군에서 통제 불능의 육체로 전락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그의 언어는 유려한 운문에서 파편화되고 거친 산문으로 바뀌며, 이아고가 사용하는 저속한 동물적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기 시작한다.7
오셀로는 베니스에서 온 사절단 로도비코 앞에서 데스데모나의 뺨을 때리고 그녀를 "악마(Devil)"라고 부르며 모욕한다. 공적인 영웅으로서의 지위와 사적인 남편으로서의 인격이 모두 파괴된 이 장면은 오셀로가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드러낸다.
3.5 5막: 파국과 비극적 인식의 순간
침실 장면에서 오셀로는 잠든 데스데모나를 바라보며 "그것이 원인이다, 내 영혼아(It is the cause, my soul)"라고 뇌까린다. 그는 자신의 살인을 단순한 복수가 아닌, 부정한 여성을 처단하여 더 이상의 타락을 막는 '정의의 집행'으로 합리화하려 한다.7 데스데모나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오셀로는 그녀를 질식시켜 살해한다.
그러나 에밀리아가 등장하여 손수건에 얽힌 진실을 폭로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아고는 에밀리아를 찔러 죽이고 도주하려 하지만 붙잡히고, 오셀로는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게, 그러나 너무나 깊게 사랑했던 사람(one that loved not wisely but too well)"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최후의 연설을 남기고 자결한다.3 침대 위에는 오셀로, 데스데모나, 에밀리아 세 사람의 시신이 남겨지며, 침묵을 맹세한 이아고만이 살아남아 처벌을 기다리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4. 인물 심층 분석: 다층적 해석과 심리
4.1 오셀로(Othello): 경계인의 비극과 내면화된 열등감
오셀로는 베니스 군대의 총사령관이라는 높은 지위와 '무어인'이라는 인종적 타자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인물이다.
- 내면화된 인종주의: 포스트콜로니얼 비평가들은 오셀로의 비극이 이아고의 계략뿐만 아니라, 오셀로 스스로가 백인 사회의 인종차별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자신이 늙고, 피부가 검으며, 세련된 화술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데스데모나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너를 선택했다"는 이아고의 주장에 쉽게 동요한다.4 아니아 룸바(Ania Loomba)는 오셀로가 '명예로운 백인'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백인 사회가 규정한 '야만적 흑인'의 스테레오타입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17
- 전사와 연인의 불화: 오셀로는 전쟁터에서는 영웅이지만, 평화로운 가정 내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데는 미숙하다. 그는 사랑 또한 전쟁처럼 '정복'과 '소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하며,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증거(ocular proof)"를 요구하는 군인적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가치를 물질적 증거로 환원하려는 치명적 오류를 낳는다.12
- 자기기만(Self-dramatization): T.S. 엘리엇(T.S. Eliot)과 F.R. 리비스(F.R. Leavis)는 오셀로의 마지막 자살 연설을 두고, 그가 진정한 회개보다는 자신을 비극적 영웅으로 미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터번 쓴 튀르크인을 처단하는 베니스의 수호자"로 동일시하며, 살인자로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기보다는 극적인 자아상에 도취되어 있다는 것이다.19
4.2 이아고(Iago): 동기 없는 악의와 허무주의
이아고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악당 중 가장 불가해하고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카시오에 대한 질투(승진 누락)와 아내 에밀리아와 오셀로의 불륜 의심을 범행 동기로 내세우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그가 저지르는 악행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동기 없는 악의(Motiveless Malignity): 낭만주의 비평가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는 이아고를 "동기 없는 악의의 동기 사냥(The motive-hunting of motiveless malignity)"을 하는 존재로 정의했다. 즉, 이아고는 악행 그 자체에서 지적 쾌감과 권력욕을 느끼며, 나중에야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인다는 것이다.20
- 절대적 허무주의: 이아고는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다(I am not what I am)"라고 선언한다. 이는 성경 출애굽기에서 신이 모세에게 말한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I am that I am)"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그가 신성한 질서와 진리를 거부하는 혼돈과 허무의 화신임을 암시한다.14 그는 인간의 감정을 조롱하고, 사랑을 성욕으로, 명예를 허명으로 격하시키며 모든 가치를 해체한다.
- 예술가적 악당: 이아고는 극 안의 또 다른 연출가처럼 행동한다. 그는 상황을 조작하고 인물들을 자신의 각본대로 움직이게 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사디즘적 성향을 보인다. 그의 질투는 오셀로뿐만 아니라 카시오, 로데리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에게까지 향하는 무차별적인 파괴 본능이다.3
4.3 데스데모나(Desdemona): 전복적 주체에서 비극적 희생양으로
전통적으로 데스데모나는 순결하고 수동적인 희생자로 해석되었으나, 현대 비평은 그녀가 보여주는 주체성과 그 한계에 주목한다.
-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 극 초반의 데스데모나는 매우 능동적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소유물로 남기를 거부하고 흑인 장군과의 결혼을 선택했으며, 베니스 의회에서 자신의 사랑을 당당히 변호한다. 이는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던 '침묵'과 '순종'의 미덕을 깨트리는 혁명적인 행동이다.23
- 구조적 한계와 비극적 침묵: 그러나 사이프러스로 이동한 후, 그녀의 대담함은 오셀로의 의심과 폭력 앞에서 점차 위축된다. 그녀는 오셀로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순진하게 카시오를 변호하다가 상황을 악화시킨다. 죽음의 순간, 그녀는 "누가 당신을 죽였소?"라는 에밀리아의 질문에 "아무도 아니야, 나 자신이다(Nobody; I myself)"라고 답하며 오셀로를 감싸는데, 이는 숭고한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정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기제, 혹은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삭제당하는 여성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24
4.4 에밀리아(Emilia): 현실주의적 페미니스트와 진실의 대변자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이상주의적 사랑과 대비되는 현실적인 결혼관을 지닌 인물로, 극 후반부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페미니즘적 목소리: 4막 3장에서 에밀리아는 "남성들이 우리를 때리거나, 우리의 재산을 줄이거나, 질투에 눈이 멀어 우리를 가둔다면, 우리에게도 복수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녀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각, 시각, 미각,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며 셰익스피어 시대의 여성관을 뛰어넘는 급진적인 평등 사상을 보여준다.25
- 도덕적 성장과 희생: 그녀는 처음에는 남편 이아고에게 순종하여 손수건을 훔치지만,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는 남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거부한다. "나는 입을 다물지 않겠다(I will not charm my tongue)"는 그녀의 외침은 이아고의 거짓말을 무너뜨리는 진실의 힘이며, 그녀의 죽음은 진실을 옹호하기 위한 숭고한 순교로 승화된다.
4.5 카시오(Cassio)와 로데리고(Roderigo)
- 카시오: 젊고 잘생겼으며 매너 있는 피렌체 출신의 부관으로, 오셀로가 가지지 못한 '세련된 백인 남성'의 전형이다. 그는 오셀로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완벽한 짝패(foil)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술에 약하고 비앙카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경박함은 그 역시 결함 있는 인간임을 보여준다.27
- 로데리고: 이아고의 재정적 후원자이자 멍청한 도구이다. 그는 데스데모나를 짝사랑하는 망상에 빠져 이아고에게 이용당하다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존재는 이아고의 기생적이고 착취적인 성격을 부각시킨다.22
5. 주요 주제와 담론: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
5.1 인종과 타자성 (Race and Otherness)
《오셀로》에서 인종 문제는 단순한 피부색의 차이를 넘어, 권력과 배제,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는 핵심 기제이다.
- 베니스의 이중성: 베니스는 법치와 이성이 지배하는 문명국으로 묘사되지만, 그 이면에는 타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베니스는 오셀로의 군사적 능력을 필요로 하기에 그를 장군으로 대우하지만, 그가 베니스 귀족의 딸과 결혼하여 혈연적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 하자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다.3 이는 '유용한 타자'는 용인하되 '동등한 시민'은 거부하는 현대 다문화 사회의 모순과도 닿아 있다.
- 괴물화(Monstrosity)의 내면화: 오셀로의 비극은 그가 백인 사회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완성된다.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검은색은 더럽고, 추하며, 악하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오셀로는 결국 자신을 '데스데모나를 더럽히는 검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의 자살은 어쩌면 그가 내면화한 '괴물(자신)'을 처단하여 백인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왜곡된 시도일 수 있다.17
5.2 질투: 자가증식하는 파괴적 감정
질투는 이 극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셰익스피어는 질투를 외부의 원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 녹색 눈의 괴물: 이아고는 질투를 "먹이를 조롱하며 잡아먹는 녹색 눈의 괴물"로 정의한다. 에밀리아 역시 질투하는 사람들은 "원인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They are not jealous for the cause, / But jealous for they're jealous)"이라고 말한다.28 이는 질투가 대상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주체의 불안에서 기인하여 스스로 증식하는 감정임을 통찰한 것이다.
- 전염성: 질투는 이아고에게서 시작되어 로데리고, 오셀로, 그리고 비앙카에게까지 전염된다. 이 감정의 연쇄 반응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5.3 젠더와 여성 혐오 (Misogyny)
이 작품은 남성 인물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 오셀로와 이아고, 카시오 모두 여성을 '숭배의 대상(성녀)' 아니면 '타락한 존재(창녀)'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으로만 인식한다.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에게 천상의 존재였다가, 의심이 시작되자마자 "교활한 창녀(subtle whore)"로 전락한다. 중간 지대, 즉 '실수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여성'은 그들의 인식 체계에 존재하지 않는다.22
- 소유물로서의 여성: 브라반티오는 딸의 결혼을 "도둑맞았다"고 표현하며, 오셀로 역시 데스데모나를 자신이 쟁취한 전리품처럼 여긴다. 이러한 소유욕은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만들며, 통제 불가능해 보일 때 폭력으로 이어진다.29
5.4 평판(Reputation)과 실재
"평판"은 남성 인물들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 이아고의 조작: 이아고는 "내 이름을 훔치는 자는 나를 가난하게 만든다"며 명예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정작 자신은 거짓으로 타인의 명예를 파괴한다.
- 카시오의 절규: 직위를 잃은 카시오는 "나는 내 불멸의 부분을 잃었다, 남은 것은 짐승뿐이다"라고 절규한다.
- 오셀로의 명예: 오셀로에게 아내의 부정은 단순한 사랑의 배신을 넘어, 자신의 남성성과 장군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되는 치욕이다. 그는 살인을 통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 극은 '보여지는 나(평판)'와 '실재하는 나'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다.30
6. 상징과 이미지의 미학: 의미의 충돌과 전복
6.1 손수건 (The Handkerchief): 의미의 만화경
손수건은 극 중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품이다. 이 물건은 소유자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비극을 견인한다.15
- 상징의 변천:
- 데스데모나에게: 오셀로의 사랑, 첫 선물, 소중한 정표.
- 이아고에게: 데스데모나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조작의 도구.
- 오셀로에게: 처음에는 사랑의 증표였으나, 나중에는 데스데모나의 정절 그 자체, 그리고 불륜의 '눈에 보이는 증거(ocular proof)'로 변질됨. 침대 시트의 붉은 딸기 무늬는 처녀성의 혈흔을 상징하기도 한다.15
- 기원의 모순과 심리적 의미: 오셀로는 손수건의 유래에 대해 상충되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한다.
- 3막 4장: 이집트의 주술사가 어머니에게 준 것으로, 지니고 있으면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잃어버리면 남편이 변심하게 되는 '마법의 물건'. 이 이야기는 데스데모나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자, 오셀로가 자신의 '이교도적' 뿌리와 미신적 사고에 다시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33
- 5막 2장: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준 단순한 정표(antique token).
이러한 불일치는 오셀로가 손수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여 상황을 조작하고 있거나, 혹은 극심한 불안 속에서 기억과 현실 인식이 왜곡되고 있음을 시사한다.33
6.2 버드나무 노래 (The Willow Song): 비탄의 연대
4막 3장에서 데스데모나가 부르는 '버드나무 노래'는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는 청각적 상징이다.
- 전승된 여성의 고통: 이 노래는 데스데모나의 어머니의 하녀였던 '바바리(Barbary)'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죽어가며 불렀던 노래다. 데스데모나는 무의식적으로 이 노래를 떠올리며 자신 또한 바바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임을 예감한다. 이는 남성들의 배신과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36
- 수용과 정화: 노래의 가사는 남자를 원망하기보다 슬픔을 자연(버드나무, 시냇물)에 의탁하며 받아들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데스데모나가 죽음 앞에서 보여주는 체념과 수용, 그리고 그녀의 순결한 영혼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한다.
6.3 촛불과 빛의 이미지
5막 2장에서 오셀로가 잠든 데스데모나를 죽이기 전 촛불을 들고 하는 독백은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 생명의 불가역성: "등불을 끄고, 그 다음엔 그 불을 끄자(Put out the light, and then put out the light)." 첫 번째 불은 실제 촛불이고, 두 번째 불은 데스데모나의 생명이다. 오셀로는 촛불은 다시 켤 수 있지만, 한번 꺼진 생명의 불꽃은 "프로메테우스의 불"로도 되살릴 수 없음을 인식한다. 이는 그의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임을 강조하며, 데스데모나를 '빛'과 '순수'로, 자신의 살인을 '어둠'과 '영원한 소멸'로 대비시킨다.15
6.4 동물과 정원 이미지
- 동물: 이아고는 오셀로를 "검은 숫양", "바바리 말"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원숭이", "염소"로 비하한다. 이성이 마비될수록 인물들의 언어는 인간성을 상실하고 야수적으로 변해간다.13
- 정원: 이아고는 "우리의 몸은 정원이고, 의지는 정원사"라고 말하며, 인간이 이성(의지)으로 본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그 이성을 사용하여 타인의 정원(마음)에 독초를 심고 파괴한다.7
7. 비평사적 고찰: 시대에 따른 해석의 진화
7.1 초기 비평과 18세기: 개연성 논란
1693년 비평가 토마스 라이머(Thomas Rymer)는 《오셀로》를 혹평했다. 그는 이 작품을 "손수건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소극(bloody farce)"이라고 조롱하며, 흑인이 장군이 된다는 설정의 비현실성과 비극적 품위의 결여를 비판했다. 그는 이 작품의 교훈을 "부인들은 린넨을 잘 챙겨라" 정도로 격하시켰다.29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은 셰익스피어의 인물 묘사 능력을 칭찬하면서도, 이아고의 악행이 너무나 끔찍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7.2 19세기 낭만주의: 인물 중심의 심리 분석
낭만주의 비평가들은 작품의 구조적 결함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에 집중했다.
-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 이아고를 "동기 없는 악의"를 지닌 지적인 악마로, 오셀로를 고귀하고 결백하지만 이아고의 초인적인 술수에 넘어간 피해자로 해석했다. 그는 오셀로가 흑인이 아닌 '황갈색 피부'의 아랍계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당대의 인종적 거부감을 완화하려 했다.19
- A.C. 브래들리: 오셀로를 "가장 로맨틱한 셰익스피어의 영웅"으로 칭송했다. 그는 오셀로의 질투가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그의 순수한 신뢰와 거대한 사랑이 이아고의 악의와 충돌하며 발생한 비극이라고 보았다.13
7.3 20세기 현대 비평: 수정주의와 정치적 독해
20세기 비평은 오셀로의 책임을 다시 묻고, 텍스트 이면의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분석했다.
- T.S. 엘리엇과 F.R. 리비스: 브래들리의 '고귀한 오셀로'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리비스는 오셀로가 이아고의 유혹에 너무나 쉽고 빠르게 넘어갔다는 점을 들어, 그의 질투는 외부에서 주입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던 성격적 결함(자아도취, 무지, 야만성)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19
- 포스트콜로니얼 비평: 아니아 룸바(Ania Loomba)는 베니스의 개방성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중 시각(double vision)"을 제시했다. 베니스는 오셀로와 같은 이방인을 수용함으로써 강해지지만, 동시에 그들로 인해 정체성의 위협을 받는다. 오셀로는 백인 가부장제 사회의 인종차별적 시선과 여성 혐오를 내면화하여 스스로 파멸하는 '식민지적 주체'의 전형으로 해석된다.17
- 페미니즘 비평: 캐롤 토마스 닐리(Carol Thomas Neely) 등은 이 작품을 여성 간의 유대(데스데모나-에밀리아)와 남성들의 폭력성 사이의 대립으로 읽었다. 데스데모나의 침대와 결혼 생활이 남성들의 망상과 소유욕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분석하며, 에밀리아를 진정한 영웅으로 재평가했다.25
8. 공연의 역사: 무대 위의 인종과 재현
8.1 블랙페이스(Blackface)의 역사
오셀로 공연의 역사는 서구 사회의 인종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17세기 초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350년간, 오셀로 역은 주로 백인 배우가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페이스' 분장을 하고 연기했다.
- 에드먼드 킨(19세기): 오셀로를 아프리카 흑인이 아닌 '황갈색(tawny)' 피부의 동양적(Oriental) 인물로 묘사하여, 흑인에 대한 당대의 혐오감을 피하면서도 이국적인 매력을 강조했다.38
- 로렌스 올리비에(1964): 국립극장 공연과 영화에서 짙은 검은색 분장, 곱슬머리 가발, 과장된 흑인 억양과 걸음걸이를 사용하여 오셀로를 연기했다. 당시에는 찬사를 받았으나, 오늘날에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39
8.2 장벽을 넘어서: 흑인 배우들의 도전
- 아이라 올드리지(Ira Aldridge): 1833년,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오셀로를 연기한 최초의 흑인 배우였다. 그는 노예제 폐지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무대에 섰으며, 언론의 인종차별적 혹평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유럽 대륙 투어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었다.38
- 폴 로브슨(Paul Robeson): 1930년 런던, 1943년 브로드웨이에서 오셀로를 연기했다. 특히 1943년 미국 공연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배우가 백인 여배우(우타 하겐)와 무대 위에서 키스신을 연기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목소리는 오셀로 연기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38
8.3 현대의 다양한 실험
1980년대 이후 서구 무대에서 백인 배우가 오셀로를 연기하는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인종과 젠더를 전복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 포토 네거티브(Photo Negative): 1997년 패트릭 스튜어트(Patrick Stewart)는 워싱턴 D.C. 공연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배역을 흑인 배우로 캐스팅하고 자신은 백인 오셀로를 연기했다. 이는 오셀로가 겪는 소외감이 피부색 자체가 아니라 '다수 속의 소수'라는 권력 구조에서 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40
- 젠더 스왑(Gender Swap): 최근에는 오셀로를 레즈비언 여성으로 설정하거나(Golda Rosheuval), 이아고를 흑인으로, 오셀로를 백인으로 설정하여 인종 내의 갈등이나 젠더 권력 문제를 탐구하는 등 텍스트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40
9. 결론: 불안과 의심의 시대를 위한 비극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400년 전의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다. 이 작품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불안'과 '편견'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심리 보고서이다. 오셀로의 파멸은 그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가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증거'로 확인받아야 안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아고는 현대의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를 예견한 듯한 악당이다. 그는 사실(Fact)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편견과 공포를 자극하여 스스로 거짓을 믿게 만든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다"라는 그의 선언은 정체성의 혼란과 위선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섬뜩한 경고로 다가온다.
또한, 데스데모나와 에밀리아의 죽음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젠더 폭력과 여성 혐오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셰익스피어는 이들의 비극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평화는 타인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할 때만 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오셀로》는 인간이 타인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인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겸허한 성찰을 요구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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