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메모광 _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할일 목록(To do List)
Kim Jeongho _ 페이스북 260102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1490년 할 일 목록
잘 알려진 대로 이 '르네상스 맨'은 메모광이었다. 생전의 다 빈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생각 메모, 각종 스케치가 빼곡한 노트를 50여 권 썼다고 하는데 2~3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중 17권(분류 방법에 따라 28권으로 보기도 함)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것만 해도 4~6천 페이지나 된다.
이와 별도로 휴대용 노트도 몇 개 남아있다. 휴대용 노트는 허리띠에 차고 다니다가 "무언가 눈에 띄면"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하는 데 썼다.
다 빈치는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록하고, 사색하는 것이 유용하다"라고 메모를 남겼다. 항상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다 빈치의 메모 중에는 할 일 목록(To do list)도 있다. 우리 같으면 당일에 처리해야 할 업무를 잊지 않으려고, 장 보러 갈 때 뭘 빠뜨리지 않으려고 할 일 목록을 만들 것이다. 다 빈치의 할 일 목록도 우리와 비슷했는지 살펴보자.
1490년대 초(다 빈치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던 시기)에 작성한 할 일 목록이 남아있다.
미국의 어느 역사학자가 원문을 번역했는데 내용이 흥미롭다. (*첨부 이미지는 다 빈치의 할 일 목록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것, 그림도 원문대로 묘사)
- [계산하기] 밀라노와 그 교외 지역의 크기(치수).
- [찾기] 코르두시오로 가는 길에 있는 문구점에서 구할 수 있는, 밀라노와 그곳의 성당들에 대해 다룬 책.
- [알아내기] 코르테 베키오(공작 궁전의 안뜰)의 치수.
- [알아내기] 카스텔로(공작 궁전 본관)의 치수.
- 산술의 대가에게 삼각형을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법(구적법)을 보여달라고 하기.
- 메서 파지오(파비아의 의학 및 법학 교수)에게 비례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하기.
- 브레라의 수도사(밀라노 베네딕토회 수도원)에게 『데 폰데리버스(De Ponderibus, 역학에 관한 중세 서적)』를 보여달라고 하기.
- [이야기하기] 포격수 잔니노와 페라라의 탑이 총구(loopholes) 없이 성벽이 쌓인 방식에 관하여 (다빈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아무도 모름).
- 베네데토 포티나리(피렌체 상인)에게 플랑드르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얼음 위를 다니는지(스케이트 등을 의미) 물어보기.
- 밀라노 그려보기.
- 마에스트로 안토니오에게 낮이나 밤에 요새에 박격포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물어보기.
- [조사하기] 마스트로 잔네토의 석궁.
- 수력학 전문가를 찾아 롬바르디아 방식으로 수문, 운하, 물레방아를 수리하는 법을 설명해 달라고 하기.
- [문의하기] 마에스트로 조반니 프란체세가 약속했던 태양의 치수(측정값)에 대해.
- 파비아 도서관에 있는 수학을 다룬 비톨로네(광학에 관한 책을 쓴 중세 저자)의 책을 구하기.
다 빈치의 할 일 목록에 있는 것은 대부분 전문가로부터 뭔가를 직접 배우고 대화를 나누거나, 관련 분야의 책을 찾아서 읽겠다는 내용이다. (할 일 목록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언제까지 하려던 계획인지 궁금해진다. 1주, 길어야 1달 안에 하려던 계획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의 관심 분야다. 수학, 물리학, 천문학, 건축학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관심 가질 수 있냐는 말이다.
관심사가 다방면에 미치는 것은 다 빈치 같은 천재에게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정 분야에 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끈질긴 호기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어느 시점까지는 그런 상상력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다 잃어버렸다. 한 분야만 들입다 파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을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한 분야에서 학위를 받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전문가로 대접받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틀에서 벗어나 나의 주의를 끄는 모든 것에 다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상상력과 호기심이 충만했던 지난날의 나를 부활시켜 보자. 누가 아는가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 빈치를 만나게 될지.
https://www.openculture.com/2025/09/leonardo-da-vincis-to-do-list-from-1490.html#google_vignette
Leonardo Da Vinci’s To-Do List from 1490: The Plan of a Renaissance Man
Most people’s to-do lists are, almost by definition, pretty dull, filled with those quotidian little tasks that tend to slip out of our minds. Pick up the laundry. Get that thing for the kid. Buy milk, canned yams and kumquats at the local market.
www.open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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