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친족의 경(貴戚之卿)과 친족이 아닌 경(異姓之卿)
_ 孟子 제10편 萬章 下 만장(하) 9장, 제선왕문경(齊宣王問卿)
*
제선왕이 경(卿)에 대해 물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떤 경에 대해 물으십니까?”
왕이 말했다. “경은 다 같지 않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같지 않습니다. 왕과 친족인 경이 있고, 왕과 성이 다른 경이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친족인 경에 대해 묻겠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친족인 경은 왕에게 큰 잘못이 있으면 간하되, 거듭 간해도 왕이 듣지 않으면, 왕을 바꾸어버립니다.”
왕이 발끈하며 안색이 변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왕께서 신에게 물으셨기에 신이 감히 바르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왕이 안색을 가라앉힌 뒤, 성이 다른 경에 대하여 물었다.
맹자가 말했다. “성이 다른 경은 왕에게 잘못이 있으면 간하되, 거듭 간해도 왕이 듣지 않으면, 떠나 버립니다.”
齊宣王問卿。 孟子曰: “王何卿之問也?” 王曰: “卿不同乎?” 曰: “不同。 有貴戚之卿, 有異姓之卿。” 王曰: “請問貴戚之卿。” 曰: “君有大過則諫, 反覆之而不聽, 則易位。” 王勃然變乎色。 曰: “王勿異也。 王問臣, 臣不敢不以正對。” 王色定, 然後請問異姓之卿。 曰: “君有過則諫, 反覆之而不聽, 則去。”
*
친족인 경은 왕의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해 간하겠지만, 특히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의 큰 잘못이 있을 때에 왕이 간하는 것을 듣지 않으면, 왕을 다른 친족 중 어진 이로 바꾸려고 도모할 수 있다.
친족이 아닌 경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해 간하겠지만, 비록 왕의 작은 잘못에 대한 간언이라도 왕이 그것을 듣지 않으면, 왕을 떠나게 된다.
*
"「만장」편에 실린 대화 자체는 은퇴 후에 이루어진 것일지 몰라도, 그 담론의 프로토타입은 이미 맹자가 제나라에 머물러 있을 때에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만장」편의 제일 마지막 대화를 제선왕과의 대화로 장식함으로써 그 전체 역사철학드라마에 묘한 분위기를 싣고 있다. 맹자 또한 제나라의 경(卿)이었으며, 떠나기 전 2년 전부터, 그러니까 제선왕이 무리하게 연나라를 점령할 때부터 이미 경에 해당되는 녹을 받지 않았다(「공손추(하)」 14장).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경의 지위를 반납하고 떠났다.
‘왕이시여! 당신의 친족들은 당신을 갈아치우려고 할 것이고, 나 같은 이성의 경은 떠날 뿐이외다! 부디 당신 스스로를 돌보소서!’ 뭔가 애절 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한 감회가 서린다.
본 장의 담화구성의 강렬함은 역시 현장성에 있다. 그 대화를 감돌고 있는 기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기운을 이토록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선왕의 발끈한 핏기 서린 얼굴, 그를 진정시키는 맹자의 충정, 그곳에는 오랫동안 정든 두 우인(友人)의 치고받음이 있다. 그리고 ‘거(去), 떠난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은 이 대화야말로 『맹자』 문헌 편찬자들의 문학적 수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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