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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신은 왜 악을 없애지 않는가? _ 에피쿠로스 역설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2. 31.

신은 왜 악을 없애지 않는가? _ 에피쿠로스 역설

(* 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악은 왜 존재하는가? 신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존재라면, 왜 이 세상에는 부조리한 악이 존재할 수 있는가? 신은 악도 창조하였는가? 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에피쿠로스의 역설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이 있다. 첫째 답은 '악은 지혜와 덕의 조건'이다. 악을 알지 못하면 선도 알 수 없고, 인내, 용기 등과 같은 인간의 덕은 악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답은 어둠이 빛의 부재인 것처럼 '악은 선의 결핍 혹은 부재'이다. 신은 악을 창조하지 않았으나 피조물이 본래 가져야 할 선함이 훼손되었을 때 악이 나타난다. 셋째 답은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자유의지가 있어야만 사랑이라는 지고의 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자유의지를 오용하여 악(죄)이 발생한다.)

서론: 신앙과 이성의 경계선, 악의 문제

종교 철학과 철학적 신학의 광활한 영토에서 '악의 문제(Problem of Evil)'만큼 유신론적 체계에 치명적인 도전을 제기하는 난제는 드물다. 이 문제는 전지(Omniscience), 전능(Omnipotence), 전선(Omnibenevolence)이라는 세 가지 속성(Tri-omni attributes)을 가진 고전적 유신론의 신이 존재한다면, 왜 세상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부조리한 악이 만연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로부터 시작하여 로마의 호교론자, 계몽주의의 회의론자, 그리고 현대 영미 분석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논의되어 왔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에피쿠로스의 역설(Epicurean Paradox)'이라 명명된 간결하고도 파괴적인 논증이 자리 잡고 있다.

에피쿠로스의 역설이 갖는 문헌학적 기원부터 시작하여, 그 논리적 구조를 해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해 온 다양한 신정론(Theodicy)과 방어 논리(Defense)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락탄티우스(Lactantius)와 셉스투스 엠피리쿠스(Sextus Empiricus)의 텍스트를 통해 역설의 원형을 복원하고,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와 라이프니츠(Leibniz)의 고전적 대응을 거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회의주의적 타격, 그리고 J.L. 매키(J.L. Mackie)와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 윌리엄 로우(William Rowe)로 이어지는 현대 철학의 정교한 논쟁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에피쿠로스 역설이 단순한 무신론적 구호가 아니라, 인간이 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지적 투쟁의 최전선임을 밝혀낸다.


1. 문헌학적 기원과 역사적 귀속 문제

'에피쿠로스의 역설'이라는 명칭은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오칭(misnomer)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대중적 담론이나 인터넷상의 토론에서는 이 역설이 기원전 3세기 헬레니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 341–270 BCE)에 의해 직접 정식화된 것으로 간주되지만, 정밀한 문헌학적 조사는 이와 다른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1.1 에피쿠로스 저작 내의 부재와 신학적 배경

현존하는 에피쿠로스의 서신이나 단편들, 그리고 루크레티우스(Lucretius)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 등 에피쿠로스 학파의 주요 텍스트 어디에서도 이 역설의 정확한 문구는 발견되지 않는다.1 에피쿠로스가 무신론자였다는 통념과 달리, 그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신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원자(atom)들 사이의 공간인 '인터문디아(intermundia)'에 거주하며 불멸의 축복과 완전한 평정심(ataraxia)을 누린다고 보았다.1

에피쿠로스 신학의 핵심은 신이 인간사에 개입하거나 관심을 갖는다는 생각 자체가 신성(divinity)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행위에 분노하거나 은혜를 베푸는 것은 결핍과 나약함의 증거이며, 완전한 신은 세상의 관리나 인간의 고통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따라서 에피쿠로스 입장에서 '악의 문제'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섭리적 신(Providential God)'이라는 스토아학파나 대중적 종교관을 비판하고, 인간이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평온을 추구하도록 돕는 도구였을 것이다.1

1.2 락탄티우스의 『신의 분노에 관하여(De Ira Dei)』: 역설의 정식화

이 역설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사중 딜레마(Quadrilemma)'의 형태로 처음 명문화된 것은 초기 기독교 호교론자 락탄티우스(Lactantius, c. 250–325 CE)의 저서 『신의 분노에 관하여(De Ira Dei)』 13장이다.2 락탄티우스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무관심한 신' 개념을 비판하고, 기독교의 '분노하는 신(Angry God)' 즉, 정의를 집행하고 악을 심판하는 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이 논증을 인용했다.

락탄티우스가 기록한 역설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Deus, inquit, aut vult tollere mala et non potest; (신은 악을 없애고자 하나 할 수 없는가?)
  2. Aut potest et non vult; (혹은 할 수 있으나 원하지 않는가?)
  3. Aut neque vult neque potest; (혹은 원하지도 않고 할 수 있지도 않은가?)
  4. Aut et vult et potest. (혹은 원하고 또한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귀결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 만약 원하지만 할 수 없다면, 그는 나약하다(imbecillis). 이는 신의 속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 만약 할 수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그는 악의적이다(invidus). 이 또한 신의 속성과 다르다.
  • 만약 원하지도 않고 할 수 있지도 않다면, 그는 악의적이고 나약하므로 신이 아니다.
  • 만약 원하고 또한 할 수 있다면(이것만이 신에게 합당한데), 그렇다면 악은 어디서 오는가(unde sunt mala)? 그리고 왜 그는 악을 없애지 않는가? 2

독일의 학자 라인홀트 글라이(Reinhold F. Glei) 등은 이 논증이 에피쿠로스 자신의 것이라기보다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에피쿠로스 학파를 비판하거나 혹은 반대로 에피쿠로스 학파가 스토아학파의 섭리론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논리를 락탄티우스가 재구성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한다.1 락탄티우스에게 이 역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칼이 아니라, "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이 이를 허용하는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기독교적 섭리를 변증해야 할 과제였다.

1.3 셉스투스 엠피리쿠스와 회의주의적 전승

락탄티우스보다 약 1세기 앞서, 고대 회의주의 철학자 셉스투스 엠피리쿠스(Sextus Empiricus)는 그의 저서 『피론주의 개요(Outlines of Pyrrhonism)』에서 유사한 논증을 전개했다.2 셉스투스는 독단주의자(Dogmatists)들이 주장하는 신의 존재와 섭리를 논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신이 모든 것을 돌본다면(takes care of everything), 세상에 악은 없어야 한다.
  • 그러나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다(독단주의자들도 인정하듯이).
  • 따라서 신은 모든 것을 돌보지 않는다.
  • 만약 신이 일부만 돌본다면, 왜 다른 것은 돌보지 않는가? 이는 신이 원치 않거나(malevolent) 혹은 **능력이 없음(weak)**을 의미한다.
  • 어느 쪽이든 신의 완전성은 훼손되며, 따라서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불경(impiety)으로 귀결된다.2

셉스투스의 논증은 에피쿠로스라는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구조적으로 락탄티우스의 인용문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이 역설이 헬레니즘 철학의 스토아-에피쿠로스-회의주의 학파 간의 논쟁 과정에서 발전된 표준적인 논쟁 도구(topos)였음을 시사한다.2 데이비드 흄은 후일 이 논증을 에피쿠로스의 이름으로 소개하며 근대 철학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1.4 역사적 텍스트 비교 분석

구분 락탄티우스 (De Ira Dei) 셉스투스 엠피리쿠스 (Outlines of Pyrrhonism) 데이비드 흄 (Dialogues Concerning Natural Religion)
출처 기독교 호교론 (4세기) 회의주의 철학 (2~3세기) 경험주의/회의주의 (18세기)
귀속 대상 에피쿠로스 (명시적) 독단주의자들에 대한 반박 (암묵적) 에피쿠로스 (명시적)
목적 에피쿠로스의 무관심한 신 비판, 신의 분노/정의 옹호 판단 중지(Epoché) 유도, 독단적 유신론 비판 자연 신학의 한계 노출, 이성적 신앙의 불가능성 논증
핵심 용어 Imbecillis (나약함), Invidus (악의/시기) Weak (약함), Malevolent (악의) Impotent (무능), Malevolent (악의)
결론의 방향 신은 악을 허용함으로써 지혜를 준다 (신정론) 신의 존재에 대한 확언은 불경하다 (회의론) 신의 도덕적 속성은 추론 불가능하다 (불가지론)

2. 논리적 악의 문제: 구조와 분석

에피쿠로스의 역설은 현대 분석 철학에서 '논리적 악의 문제(Logical Problem of Evil)'로 분류되는 논쟁의 원형이다. 이는 신의 속성과 악의 존재 사이의 논리적 모순을 주장하는 연역적 논증이다.

2.1 고전적 유신론의 세 가지 속성 (Tri-Omni Attributes)

이 역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이 다음 세 가지 속성을 동시에, 그리고 완전하게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1:

  1. 전능성 (Omnipotence): 신은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단, 논리적 모순을 행하는 것은 제외된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2. 전지성 (Omniscience): 신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사실과 가능성을 안다. 따라서 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완벽하게 인지한다.
  3. 전선성 (Omnibenevolence): 신은 도덕적으로 완전하며, 악을 미워하고 선을 지향한다. 따라서 악을 제거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2.2 역설의 형식 논리적 재구성

J.L. 매키(J.L. Mackie)와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이 역설을 다음과 같은 명제들의 집합으로 분석했다. 이 명제들이 모두 참일 수는 없다는 것이 '논리적 악의 문제'의 핵심이다.8

  • P1: 신은 전능하다 (God is omnipotent).
  • P2: 신은 전선하다 (God is wholly good).
  • P3: 악은 존재한다 (Evil exists).
  • P4 (보조 전제 1): 선한 존재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악을 제거하려 한다.
  • P5 (보조 전제 2): 전능한 존재는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추론 과정:

  1. P1과 P5에 의해, 신은 악을 제거할 능력이 있다.
  2. P2와 P4에 의해, 신은 악을 제거할 의지가 있다.
  3. 따라서 신이 존재한다면 악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4. 그러나 P3에 의해 악은 존재한다.
  5. 따라서 P1, P2를 만족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논증은 후건 부정법(Modus Tollens)의 형식을 취하며, 전제들이 참이라면 결론은 필연적으로 도출된다. 이에 대한 유신론적 대응은 주로 보조 전제들(P4, P5)을 공격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3. 고전적 신정론의 대응: 락탄티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

고대와 중세의 기독교 사상가들은 에피쿠로스의 역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을 정립하려 시도했다.

3.1 락탄티우스: 지혜와 덕의 조건으로서의 악

락탄티우스는 『신의 분노에 관하여』에서 에피쿠로스의 역설을 직접 인용한 후, 이를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그의 논점은 신이 악을 제거하지 않는 이유가 무능이나 악의가 아니라, 더 높은 목적 때문이라는 것이다.4

  • 지혜의 본질: 락탄티우스에게 지혜(Wisdom)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선을 인식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혜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먼저 악을 알지 못한다면 선을 알 수 없다(Unless we first know evil, we shall be unable to know good)".4
  • 덕(Virtue)의 형성: 덕은 악과 고난을 인내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악이 제거된 세상에서는 인내, 용기, 절제와 같은 덕목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 신의 분노와 종교: 에피쿠로스가 신에게서 분노를 제거한 것은 종교의 기초인 '두려움'을 제거한 것이다. 락탄티우스는 신의 분노가 악을 억제하고 인간을 도덕적으로 교정하는 필수적인 속성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신은 악을 허용하되, 이를 심판함으로써 정의를 세운다.4

3.2 아우구스티누스: 선의 결핍과 자유 의지

성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는 악의 문제에 대해 가장 체계적인 신학적 답변을 제시했다. 그는 마니교의 이원론(선신과 악신의 대립)을 극복하고, 유일신론 내에서 악을 설명하기 위해 신플라톤주의적 존재론을 도입했다.13

3.2.1 존재론적 접근: 악의 비실체성 (Privatio Boni)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이 독립적인 실체(substance)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이 창조한 모든 것은 선하다(창세기 1:31). 그렇다면 악은 무엇인가? 악은 **선의 결핍(Privation of Good)**이다. 마치 어둠이 빛의 부재이고, 침묵이 소리의 부재이며, 질병이 건강의 부재인 것과 같다. 따라서 신은 악을 '창조'하지 않았으며, 악은 피조물이 본래 가져야 할 선함이 훼손된 상태를 일컫는다.13 이 논리는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면 악도 창조했다"는 공격을 방어한다.

3.2.2 도덕적 접근: 자유 의지 변론 (Free Will Defense)

악의 원인은 신이 아니라 **피조물의 자유 의지(Liberum Arbitrium)**에 있다. 신은 인간과 천사를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했다. 자유 의지 자체는 선한 것이지만, 피조물이 이를 오용하여 신(최고선)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자신이나 하위의 선을 선택할 때 도덕적 악(죄)이 발생한다.13

  • 자연적 악의 설명: 아우구스티누스는 질병, 죽음, 재해와 같은 자연적 악을 원죄(Original Sin)에 대한 징벌이자 타락한 세계의 질서가 무너진 결과로 해석했다. 즉, 자연적 악은 도덕적 악의 결과값이다.13

3.2.3 심미적 접근: 우주적 조화

아우구스티누스는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악을 조망했다. 그림의 어두운 부분이 전체 그림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듯, 죄인에 대한 심판과 징벌조차도 우주의 전체적인 정의와 질서(Ordo)를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17


4. 근대 이성주의와 회의주의의 충돌: 라이프니츠와 흄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악의 문제는 이성적 신학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핵심 쟁점이 되었다.

4.1 라이프니츠: 최선의 가능 세계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독일의 철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W. Leibniz)는 1710년 『신정론(Théodicée)』에서 악의 문제를 수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 했다.18

  • 가능 세계와 신의 선택: 신의 지성 안에는 무한히 많은 '가능 세계(Possible Worlds)'의 관념이 존재한다. 신은 전지하므로 이들 중 어떤 세계가 가장 완벽한지 알며, 전선하므로 그 세계를 선택하고, 전능하므로 그 세계를 창조한다.
  • 형이상학적 악: 피조물은 본질적으로 유한하다. 신이 아닌 이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유한성(형이상학적 악)은 피조물의 존재 조건이다.
  • 최선의 정의: '최선의 세계'는 악이 전혀 없는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다양성(variety)과 질서(order)가 최대화된 세계이다. 어떤 선(예: 용기, 용서)은 악(위협, 죄)을 논리적 전제 조건으로 한다. 이러한 선들이 공존하기 위해(compossibility), 특정 악의 존재는 불가피하다.18
  • 결론: 우리가 겪는 악은 전체 우주의 최적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악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다.

4.2 데이비드 흄: 에피쿠로스의 부활과 자연 신학의 파괴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Dialogues Concerning Natural Religion)』(1779)에서 필로(Philo)라는 인물을 통해 에피쿠로스의 역설을 가장 강력한 형태로 부활시켰다. 흄은 라이프니츠식의 선험적 추론을 거부하고, 철저한 경험주의적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했다.21

  • 유비 논증의 해체: 클레안테스(Cleanthes)가 자연의 정교한 설계를 근거로 지적인 설계자(신)를 추론하려 하자, 필로는 자연에 만연한 고통과 생존 경쟁을 근거로 반박한다. "자연의 작용이 인간의 지성과 유사하다면, 자연의 도덕적 결함(악) 또한 신의 도덕적 결함을 암시하지 않는가?"
  • 네 가지 원인: 흄은 세상의 고통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설계자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피할 수 있었을 네 가지 상황(고통의 감각 능력, 엄격한 일반 법칙, 피조물의 제한된 능력, 자연의 불완전한 조정)을 지적한다.24
  • 가설적 추론: 만약 우리가 신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다면 악을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상계(악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출발하여 신의 속성을 추론하려 한다면, 우리는 결코 전능하고 전선한 신에게 도달할 수 없다. 흄은 이 세상이 "유아기적인 신의 첫 습작"이거나 "능력이 부족한 신의 실패작", 혹은 "도덕에 무관심한 신의 작품"일 가능성이 경험적으로 더 높다고 조롱했다.23
  • 에피쿠로스의 인용: 흄은 에피쿠로스의 질문들을 그대로 인용하며, "이 질문들은 여전히 답해지지 않았다"고 선언한다. 이는 이성에 기초한 자연 신학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2

5. 현대 분석 철학의 전개: 논리적 문제의 해소와 증거적 문제의 부상

20세기 중반 이후, 영미권 분석 철학계에서는 기호 논리학과 양상 논리(Modal Logic)를 도입하여 악의 문제를 정밀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5.1 J.L. 매키의 도전: 논리적 비일관성

1955년 J.L. 매키(J.L. Mackie)는 논문 「악과 전능(Evil and Omnipotence)」에서 에피쿠로스 역설을 현대적으로 재정립했다. 그는 유신론의 명제들이 "비합리적(irrational)"인 것을 넘어 "논리적으로 모순(logically inconsistent)"된다고 주장했다.8 매키는 특히 "전능한 신은 인간이 자유로우면서도 항상 선을 선택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자유 의지 변론을 공격했다.

5.2 앨빈 플랜팅가의 자유 의지 변증 (Free Will Defense)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는 1974년 『신, 자유, 그리고 악(God, Freedom, and Evil)』에서 매키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신정론(Theodicy, 악의 이유 설명)'이 아닌 '방어(Defense, 논리적 모순 없음의 증명)'라는 새로운 전략을 취했다.8

5.2.1 전능의 정의 수정

플랜팅가는 "전능하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이라도 '네모난 원'을 만들거나 '결혼한 총각'을 만들 수 없다. 이는 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말도 안 되는(nonsense) 개념이기 때문이다.11

5.2.2 자유 의지와 도덕적 악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강제로 선을 행하도록 결정된 인간"이라는 개념은 '네모난 원'과 같은 논리적 모순이다. 진정한 자유(Libertarian Free Will)는 도덕적 악을 선택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신이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피조물을 창조하려면, 악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허용해야 한다.25

5.2.3 세계간 타락 (Transworld Depravity)

플랜팅가는 양상 논리를 이용해 '세계간 타락'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신이 창조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세계들 중에서, 자유로운 피조물들이 모든 상황에서 선을 선택하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Feasible Worlds). 즉, 어떤 가능한 세계를 현실화하더라도 자유로운 피조물은 적어도 한 번은 죄를 짓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은 "도덕적 선만 있고 악은 없는 자유로운 세계"를 현실화할 수 없다. 이는 신의 전능성과 모순되지 않는다.8

이 논증은 철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유신론적 신앙과 악의 존재 사이의 논리적 모순 주장은 대부분 폐기되었다. 무신론자 윌리엄 로우조차 플랜팅가가 논리적 문제를 해결했음을 인정했다.29

5.3 증거적 악의 문제 (Evidential Problem of Evil)로의 전환

논리적 모순 증명이 실패하자, 논의는 "악의 존재가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있을 법하지 않게(improbable) 만든다"는 '증거적 악의 문제'로 이동했다.

5.3.1 윌리엄 로우의 '밤비' 논증

윌리엄 로우(William Rowe)는 1979년 논문에서 '불필요한 악(Gratuitous Evil)'의 개념을 제시했다.30 그는 숲속에서 번개로 인해 불이 나고, 그로 인해 며칠 동안 끔찍한 고통 속에 죽어가는 새끼 사슴(Fawn)의 예를 든다.

  1. 신이 존재한다면, 더 큰 선을 위해 필요하거나 더 큰 악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극심한 고통을 예방했을 것이다.
  2. 하지만 새끼 사슴의 고통은 인간의 자유 의지나 영혼의 성숙과 무관해 보이며, 어떤 선한 목적에도 기여하지 않는 '무의미한 악'처럼 보인다.
  3. 따라서, 무의미한 악이 존재하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P > ~G).31

5.3.2 회의적 유신론 (Skeptical Theism)과 윅스트라의 대응

이에 대해 스티븐 윅스트라(Stephen Wykstra)는 '회의적 유신론'을 통해 대응했다.32 그는 **CORNEA 원칙(Condition of Reasonable Epistemic Access)**을 제시했다.

  • 주장: 우리가 어떤 악의 이유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noseeum), 이유가 없다고 추론할 수 있는가? 이는 오직 "이유가 있다면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할 때만 가능하다.
  • 비유: 방 안에 코끼리가 안 보이면 없다고 할 수 있다(우리는 코끼리를 볼 능력이 있으므로). 하지만 방 안에 세균이 안 보이면 없다고 할 수 없다(우리는 세균을 볼 능력이 없으므로).
  • 적용: 전지한 신의 도덕적 이유는 인간의 제한된 인지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따라서 신의 이유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이를 근거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윅스트라는 부모와 유아의 관계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예방주사를 맞힐 때 아이는 그 고통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지만, 정당한 이유가 존재함을 설명했다.32

6. 결론 및 종합적 고찰

에피쿠로스의 역설은 지난 2천 년간 서구 지성사를 관통하며 신의 존재와 악의 현실 사이의 긴장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 시금석이었다.

  1. 역사적 재평가: 문헌학적 증거들은 이 역설이 에피쿠로스의 무신론적 선언이라기보다는, 락탄티우스와 같은 기독교 사상가들이 신의 섭리와 정의를 변증하기 위해 구성한 철학적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2. 논리적 해결과 잔존하는 과제: 앨빈 플랜팅가의 '자유 의지 변증'은 신의 전능성/전선성과 악의 존재가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음을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가능성'을 확보했을 뿐, 구체적인 악(홀로코스트, 아동 학대, 자연 재해)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실존적이고 정서적인 답변(신정론)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3. 인식론적 한계의 확인: 흄에서 로우, 윅스트라로 이어지는 논쟁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드러낸다. 회의적 유신론은 우리가 신의 뜻을 다 알 수 없다는 겸손을 요구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렇다면 우리는 신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신학적 난제를 낳는다.

결국 에피쿠로스 역설은 단순한 논리 게임이 아니라,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신과 부조리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처절한 노력의 산물이다. 악의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신앙과 이성, 고통과 희망 사이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표 1. 주요 사상가별 에피쿠로스 역설에 대한 입장 비교

사상가 시대 주요 저서 핵심 입장 악의 원인/성격
에피쿠로스 BC 3C (단편들) 신은 인간사에 무관심함 (역설의 원형 제공?) 인간의 무지와 미신
락탄티우스 AD 3-4C 신의 분노에 관하여 신의 분노와 정의는 필수적임 지혜와 덕을 위한 조건
아우구스티누스 AD 4-5C 고백록, 신국론 악은 선의 결핍 (Privatio Boni) 피조물의 자유 의지 오용
라이프니츠 1710 신정론 최선의 가능 세계 (Best of All Possible Worlds) 형이상학적 필연성, 조화
데이비드 흄 1779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 자연에서 신의 도덕성 추론 불가능 알 수 없음 (회의주의)
J.L. 매키 1955 악과 전능 유신론은 논리적 모순임 (무신론적 입장)
앨빈 플랜팅가 1974 신, 자유, 그리고 악 자유 의지 변증 (논리적 모순 없음) 자유 의지, 세계간 타락
윌리엄 로우 1979 악의 문제와 무신론 불필요한 악은 신 부재의 증거 (확률적) 무의미한 고통 (예: Fawn)

표 2. 논리적 악의 문제 vs. 증거적 악의 문제

구분 논리적 악의 문제 (Logical Problem) 증거적 악의 문제 (Evidential Problem)
대표 학자 J.L. 매키 윌리엄 로우, 폴 드레이퍼
주장의 강도 연역적 (Deductive): 신과 악은 양립 불가능하다. 귀납적 (Inductive): 악을 볼 때 신은 없을 확률이 높다.
핵심 논거 전능한 신은 악 없는 자유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아무리 봐도 불필요해 보이는 악(Gratuitous Evil)이 너무 많다.
유신론의 대응 자유 의지 변증 (플랜팅가): 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증명. 회의적 유신론 (윅스트라): 인간의 인지 한계(CORNEA) 지적.
현재 상태 학계에서 유신론의 방어 성공으로 평가됨. 여전히 활발한 논쟁 진행 중.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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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왜 악을 강제로 멈추지 않는가?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선은 '사랑'이다. 
'사랑'은 자유로운 의지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자유'는 '사랑'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오로지 순종만이 있다면 진정한 '사랑'도 있을 수 없다.

하나님이 인간의 선택을 대신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훼손하는 일이며,
결국 사랑의 필수 요소를 훼손하는 것이다.

즉 모든 '악'과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인간의 '선택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국 인간의 자유와 사랑을 파괴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다.

궁극의 윤리인 '사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순종하거나 거부할 선택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