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프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빌리프'
팔란티어의 CEO인 알렉스 카프(Alex Karp)의 저서 '기술공화국 선언(The Technological Republic)'이 최근 출간되어, 많은 지식인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기술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30년의 풍요가 우리를 어떻게 나약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문명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철학적인 시선으로 파헤친다.
알렉스 카프가 공동 설립한 팔란티어는 국방, 정보기관, 대기업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서 의사결정을 돕는 것을 핵심 비즈니스로 하고 있다. 그런 회사를 경영하는 알렉스 카프는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이단아적인 인물을 꼽힌다. 그는 헝클어진 헤어스타일과 자유분방한 의상도 독특하지만, 기술자가 아닌,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을 깊이 공부한 사회이론 박사 출신이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면서도, 서구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팔란티어의 비즈니스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그의 독창적인 통찰은 무시할 수 없다.
알렉스 카프는 우리가 '승자의 착오(The Winner's Fallacy)'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냉전 승리 이후, 전쟁은 영원히 사라졌고 기술은 그저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즐겁게 해주면 그만이라는 달콤한 착각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한 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두 가지 핵심 가치, '하드 파워(Hard Power)'와 '소프트 빌리프(Soft Belief)'에 대해 이해하기로 한다. 이하는 AI를 이용하여 자료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경박한 쾌락주의의 '도파민 경제학' 시대, 길을 잃은 기술
한때 인류의 기술은 거대한 꿈을 꾸었다. 실리콘밸리의 태동기,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인텔은 국가 안보라는 사명감 위에서 성장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전쟁을 끝내고, 아폴로 계획으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던 시절,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국가를 구하고 인류의 지평을 넓힌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명석한 두뇌들은 어디에 있을까? 카프는 이를 두고 '경박한 쾌락주의(Light Hedonism)'의 시대라고 꼬집는다. MIT와 스탠포드를 나온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고작 하는 일이란, 사용자의 시선을 1초라도 더 붙잡아 둘 광고 알고리즘을 짜거나, 사진을 예쁘게 꾸며주는 필터 앱을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도파민 경제학'에 갇힌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도파민을 공급받으며 즐거워하지만, 정작 현실 세계의 진짜 문제들, 에너지 자립, 국방력 강화, 제조업의 효율성 혁신은 외면해 왔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깊은 기술(Deep Tech)'이 아니라, 찰나의 즐거움을 주는 '소비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카프는 묻습니다. "우리가 앱을 켜고 웃고 즐기는 사이, 문명의 기반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하드 파워의 새로운 현실
물론 기술은 여전히 강력하다. 다만 그 양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탱크의 장갑 두께나 미사일의 숫자가 힘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그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승패를 결정한다.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은 춤추는 영상을 골라내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적의 보급로를 파악하거나 미사일 징후를 탐지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증명한 서늘한 예고편이었다. 수많은 드론과 위성, 센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누가 더 빨리 보고(See), 이해하고(Understand), 행동하느냐(Act)가 거대한 탱크 부대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로 재정의했듯, 이제 국가의 안보와 기업의 경쟁력도 '지능의 속도'에 달려 있다.
이것이 카프가 말하는 '소프트웨어가 규정(Software-Defined)하는' 세상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데이터를 통해 안개를 걷어내고 명확한 길을 찾아내는 능력, 그것이 21세기의 진정한 '하드 파워(Hard Power)'이다.
하드 파워를 완성하는 마음의 근육, '소프트 빌리프’
하지만 알렉스 카프의 메시지가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는 압도적인 기술력 즉 하드 파워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기술을 움직이는 주체에게 확고한 신념, 즉 '소프트 빌리프(Soft Belief)' 즉 연성 신념이 없다면 그 모든 기술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프트 빌리프'란 무엇일까? '소프트 빌리프'는 "우리가 왜 이 기술을 개발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답이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가 전체주의나 독재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마음의 근육을 의미한다.
최근 서구 사회는 '가치 중립'이나 '도덕적 상대주의'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곤 했다. 카프는 이러한 '도덕적 허무주의'가 기술적 열세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영혼이 없는 기술은 위험하며, 신념이 없는 국가는 나약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우리 회사가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영혼'을 모든 조직원들이 깊이 공유할 때, 그 조직은 위기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리더가 짊어져야 할 두 가지 무게
알렉스 카프의 '기술공화국 선언'은 결국 이 시대를 이끄는 리더들에게 보내는 긴급한 소환장이다. 당신의 조직은 지금 도파민을 좇는 '쾌락의 기술'에 안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본질의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가?
리더의 책무는 명확하다. 하나는 다가오는 폭풍을 견뎌낼 압도적인 기술적 역량(하드 파워)을 구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이 그 기술을 통해 어떤 가치를 지켜내야 하는지 확신하게 만드는 단단한 신념(소프트 빌리프)을 심어주는 일이다.
기술은 선택일 수 있어도, 생존은 선택이 아니다. 이제 배달 앱을 켜는 손가락을 멈추고 자문해 보라. "나는 나의 조직을 그저 돈을 버는 기계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파고를 넘는 '가치 있는 요새'로 만들 것인가?" 그 답이 기술 공화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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