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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디오티마의 '사랑의 사다리'(The ladder of love) _ 플라톤의 『향연』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0. 26.

디오티마의 '사랑의 사다리' (The ladder of love) _ 플라톤의 『향연』

 

I. 서론: 향연(Symposium)에서의 에로스 담론과 디오티마의 위상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Symposium)은 고대 아테네의 한 연회에서 에로스(사랑)를 주제로 참가자들이 차례로 찬사를 바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1 이 다양한 연설들은 에로스에 대한 인간적, 사회적, 신화적 해석을 제공하며, 소크라테스의 차례에 이르러 비로소 플라톤 철학의 핵심적인 형이상학적 교의로 승화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 만티네이아의 여사제 디오티마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에로스에 대한 최고 담론, 즉 '사랑의 사다리' 이론을 제시한다.2

A. 소크라테스의 연설과 디오티마의 역할: 대화의 맥락과 철학적 의의

소크라테스가 직접 에로스를 찬양하는 대신 디오티마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를 넘어 철학적, 인식론적 필연성을 내포한다. 초기 연설가 아가톤은 에로스를 가장 아름답고 완전하며 모든 덕성의 근원인 신으로 묘사했다.3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문답법을 통해 만약 에로스가 아름다움을 욕망한다면, 그는 아름다움을 이미 소유한 신일 수 없으며, 반드시 아름다움이 결여된 상태에 있어야 함을 논증한다. 이로써 에로스는 신이 아닌 중간적 존재로 재정의된다.

디오티마의 등장은 이러한 재정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신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에로스에 대한 이론이 신적인 내용(즉, 절대적 미의 형상에 대한 직관)을 포함하고 있을 때 직접 자신의 견해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2 따라서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예언자적 권위를 가진 디오티마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평범한 인간인 소크라테스라는 화자로서의 불편함 없이 플라톤 내지 소크라테스의 에로스 이론—궁극적으로는 형상 이론으로 이어지는—을 설파할 수 있게 된다.2 디오티마의 이론은 기존의 인간적 욕망 차원에 머물렀던 에로스 개념을 초월적 진리로 끌어올리는 서사적, 인식론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II. 에로스의 본질: 신과 인간의 중간자 (The Essence of Eros: The Mediator Between God and Man)

디오티마의 이론에 따르면, 에로스는 신(神)도 아니고 인간(人間)도 아닌, 결핍(Deficiency)과 충만(Resource) 사이를 잇는 중간적 존재, 즉 다이몬(Daimon, 다이몬)이다.3 이 중간자적 성격은 에로스의 기원을 설명하는 신화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A. 에로스 신화의 재해석: 페니아(결핍)와 포로스(풍요)의 자식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탄생 축연에서 페니아(Penia, 곤궁 또는 가난)와 포로스(Poros, 기지 또는 풍요) 사이에 태어났다고 설명된다.5 어머니 페니아를 닮아 에로스는 항상 결핍된 상태에 있으며,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존재이다. 반면 아버지 포로스를 닮아 그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원을 찾아내고 계책을 짜는 기지가 충만하다. 이러한 이중적 기원은 에로스를 정적인 상태가 아닌 동적인 상태, 즉 역동적인 긴장(dynamic tension) 속에 놓이게 한다.

에로스의 이러한 존재론적 지위는 인간의 상태와 직결된다. 인간은 완전히 지혜롭지도 완전히 무지하지도 않은 중간적 존재이며 7, 에로스와 마찬가지로 결핍을 느끼기에 지혜(sophia)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학(philosophia)은 지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추구하는 행위가 되며, 이는 곧 에로스가 영속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 된다. 이 역동적인 추구의 과정이야말로 철학자에게 요구되는 근원적인 상태이다.4

B. 에로스의 궁극적 목적: 좋은 것(선)을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불멸성의 추구

디오티마는 에로스의 본질적인 목적을 단순한 성적 접근을 넘어 "좋은 것(선, Agathón)과 행복에 대한 모든 욕망을 통칭하는 말"로 정의한다.2 인간은 단순히 좋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것이 자신에게 늘 영원히 있기를 욕망한다.2

이러한 영원한 소유를 향한 욕망은 필연적으로 **불멸성(Immortality)**의 추구로 이어진다.7 에로스는 신과 인간 사이의 다이몬으로서, 근본적으로 유한하고 필멸적인 인간이 무한하고 신적인 영역(즉, 형상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형이상학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 사랑의 사다리는 바로 이 불멸성을 획득하기 위한 체계적인 상승 경로인 것이다.

III. 에로스의 작용: 아름다움 속에서의 출산과 재생산

에로스의 궁극적인 일은 '아름다운 것 속에서의 출산(출산의 욕망)'으로 규정된다.2 이 출산 행위는 불멸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노력이자, 에로스의 구체적인 발현 방식이다.

A. 아름다움과 조화의 필요성: 출산의 선행 조건

디오티마는 출산, 즉 창조적 행위는 '추한 것 안에서는 낳을 수가 없고, 아름다운 것 안에서만 할 수 있다'고 명확히 선언한다.2 추한 것은 신적인 것과 부조화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조화하기 때문에 2, 에로스를 통해 무언가를 산출하고자 하는 영혼은 반드시 아름다움이라는 환경 속에서 그 행위를 실현해야 한다. 이는 곧 에로스적 행위가 단순히 쾌락적 욕망을 넘어서 윤리적, 미학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함을 의미하며, 오직 선(善)과 조화하는 영역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산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8

B. 두 종류의 출산: 육체와 영혼에서의 출산

디오티마는 파우사니아스가 범속의 에로스와 천상의 에로스를 구분했던 것처럼, 불멸성을 추구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형태의 출산을 구별한다.2

  1. 육체적 출산 (Physical Procreation): 육체적으로 임신한 자들이 육체적 사랑을 지향하며, 자식의 출산을 통해 불멸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2 필멸적인 존재는 신적인 존재처럼 모든 면에서 늘 같은 상태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늙어가고 사라지는 대신 원래 모습과 닮은 새로운 것을 남겨 놓음으로써 보존된다. 이는 재생산이라는 방식으로 가사적인 것(mortal things)이 보존되는 메커니즘이다.2
  2. 정신적 출산 (Spiritual Procreation): 정신적으로 임신한 자들이 지향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분별 (phronēsis)이나 덕(arete), 지식, 법률 등 영혼의 산물을 뒤에 남긴다.2 영혼의 임신은 보다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조한다.

C. 불멸성 추구의 비교와 승화

정신적 출산은 육체적 출산보다 우월한 불멸성 추구 방식으로 간주된다. 육체적 출산이 단지 일시적인 생물학적 연속성을 제공하는 반면, 지식, 덕, 그리고 아름다운 법과 같은 정신적 산물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영속적으로 존재하며, 불멸적인 형상의 영역에 더 가깝게 참여한다.8 따라서 정신적 출산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형태의 불멸성이다. 이처럼 에로스는 인간의 욕망을 생물학적 재생산의 수준에서 철학적 진리의 창출로 승화시키는 동력원이 된다.

다음 표는 육체적 불멸성과 정신적 불멸성의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Table II.1: 육체적 불멸성 대 정신적 불멸성

특성 육체적 출산 (Physical) 정신적 출산 (Spiritual) 지향점
대상 자식의 출산, 생명의 재생산 덕 (Phronēsis), 지식, 법률 2 가사적인 것의 보존
속성 감각적, 유한적, 일시적 비감각적, 보편적, 영원한 가치 불멸성의 추구 2
결과 육체적/생물학적 연속성 철학적 진리, 윤리적/사회적 성장 3  

 

IV. 사랑의 사다리(Scala Amoris)의 단계적 상승 구조

사랑의 사다리는 에로스적 열망을 육체의 미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형상(Tò Kalón)으로 이끌어가는 영혼의 체계적인 교육 과정, 즉 최고 비의(Megalos Mystagogia)이다. 이 과정은 개별적이고 감각적인 대상으로부터 시작하여 보편적이고 이성적인 원리로 나아가는 인식론적 이행을 요구한다.

A. 제1단계: 한 육체의 아름다움 (The Beauty of a Single Body)

사랑의 사다리는 특정하고 개별적인 육체에 대한 매력에서 시작된다. 이는 에로스적 행위의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발현이다.2 고대 아테네 사회에서 성인 남자(애자)와 미소년(피애자)을 결합시키는 구애 관습은 이 초기 관계에 미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행동 방식과 전략을 규정했다.9 애자는 열정을 보이되 조절해야 하며, 피애자는 너무 쉽게 굴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그러나 디오티마의 관점에서 이 단계는 단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B. 제2단계: 모든 육체의 아름다움 (The Beauty in All Bodies)

두 번째 단계는 개별적인 육체적 매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모든 아름다운 육체들이 **동종(同種, homogenous)**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추상화의 첫 번째 행위를 요구한다.2 특정 육체의 아름다움이 다른 육체와 근본적으로 같은 유형임을 깨닫는 순간, 이전에 중요했던 개별 대상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감각적 경험을 보편적 개념으로 일반화하는 지적 도약이다.

C. 제3단계: 아름다운 영혼 (The Beauty of the Soul)

이 단계는 사다리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론적 이행을 의미한다. 여기서 구도자(애자)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일시적이고 하찮은 반면, 영혼의 아름다움—즉, 훌륭한 품성, 분별(phronēsis), 덕—이 훨씬 더 가치 있음을 깨닫는다.2 이 깨달음은 사랑의 목적을 육체적 향유에서 정신적 교감과 영혼의 출산으로 전환시킨다. 구도자는 이제 단순히 육체적인 쾌락이 아닌, 상대방의 영혼이 지닌 덕을 끌어내고 지혜를 낳도록 돕는 교육적, 영적인 멘토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10

D. 제4단계: 관습, 법, 제도의 아름다움 (The Beauty of Laws and Customs)

영혼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되면, 구도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미덕들이 사회 전체의 제도와 법, 관습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유지되는지를 관찰하게 된다.11 이는 윤리적 아름다움을 개인의 범주에서 사회적 범주로 확대하는 집단적 일반화이다. 정의롭고 조화로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법과 관습 자체가 영혼의 아름다움을 반영하며, 지켜져야 할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함을 깨닫는다.

E. 제5단계: 지식과 학문의 아름다움 (The Beauty of Knowledge and Sciences)

사회적 규범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구도자는 이러한 법과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인 원리와 추상적 지식 자체에 매료된다.10 이 단계에서는 특정한 윤리적 행위나 사회 구조를 넘어, 철학적 원리, 과학, 수학 등 순수한 인식론적 진리의 세계로 관심이 옮겨간다. 이는 감각적, 실천적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순수한 이성적 로고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단계이다.

V. 최고 비의(Highest Mystery): 아름다움 자체의 형상에 대한 직관

사랑의 사다리의 최종 단계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종합하고 초월하여, **아름다움 자체의 형상(Tò Kalón)**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다. 디오티마는 이를 가장 고귀하고 신성한 '최고 비의'라고 부른다.

A. 제6단계: 아름다움 자체의 형상에 대한 직관 (Theoria)

구도자가 최종 단계에 도달했을 때 마주하는 아름다움의 형상은 이전에 경험했던 모든 개별적인 아름다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아름다움은 얼굴이나 손, 육체에 속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나타나지 않으며, 동물이나 땅, 하늘 등 현상계의 어떤 대상에도 존재하지 않는다.11 이는 순수하고, 절대적이며, 영원불변한 실재이다.

B. 형상의 본질적 특성: 영원함, 비변화성, 초월성

미의 형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적인 특성을 지닌다:

  1. 초월성 (Transcendence): 형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다른 모든 개별적인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211a-b).11
  2. 영원불변성 (Eternity and Immutability): 형상은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항상 하나의 형태를 유지한다.11
  3. 보편적 참여 (Universal Participation): 동시에 이 바로 그 아름다움은 다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것을 공유하는 원천이다.11

이 형상에 대한 직관(Theoria, 관조)은 구도자의 에로스적 열망을 완성시키는 행위이다. 이 관조를 통해 구도자는 진정한 덕과 지식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3

Table V.1: 디오티마의 사랑의 사다리 (Scala Amoris) 단계별 분석

단계 (Stage) 사랑의 대상 (Object of Love) 본질적 특성 (Essential Characteristic) 철학적 이행 (Philosophical Transition) 근거
1 하나의 아름다운 육체 개별적, 감각적, 유한적 단순한 감각적 경험 2
2 모든 아름다운 육체 보편적 감각적 유형 개별성에서 보편적 유형으로 추상화 (동종 인식) 2
3 아름다운 영혼 비감각적, 도덕적, 인격적 육체적 집착에서 정신적 가치로 전환 2
4 아름다운 제도와 법 집단적, 사회적, 규범적 개인적 관계에서 사회적 구조로 확대 11
5 아름다운 학문과 지식 인식론적, 추상적 원리 구체적 실천에서 보편적 원리로의 이행 10
6 아름다움 자체의 형상 영원불변, 초월적, 절대적 (Tò Kalón) 감각계 초월 및 절대적 미의 직관 11

 

VI. 철학적 함의와 현대적 해석

디오티마의 사랑의 사다리는 플라톤의 형상 이론과 윤리론을 결합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을 제공하며, 인간의 욕망을 가장 고귀한 철학적 탐구로 전환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A. 초월성 대 내재성의 변증법: 형상과 현상계의 관계

사랑의 사다리 이론을 해석할 때 흔히 발생하는 오해는 낮은 단계의 아름다움을 경멸하거나 무관심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극단적인 초월주의적 관점이다.11 그러나 플라톤 철학에서 미의 형상은 초월적으로 '그 자체로' 존재함과 동시에, 현상계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 형상을 '공유'함으로써 존재한다.11

사다리의 상승은 하위 단계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 단계들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형상에 불완전하게 참여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12 따라서 구도자는 단순히 감각적 대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속에서 영원한 미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보편적 진리로 확장하여 궁극적인 원천에 도달하는 것이다. 사다리는 진리를 더 잘 보는 방법을 가르치지, 단순히 다른 곳을 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B. 사다리 이론의 윤리적 가치: 육체적 사랑의 승화와 교육적 사명

사랑의 사다리는 에로스적 관계의 윤리적 가치를 재정의한다. 초기 단계의 사랑(주로 육체적 매력에 기반)은 더 높은 단계의 정신적 사랑, 즉 영혼을 성장시키는 교육적인 헌신과 의지로 승화되어야 한다.10 그리스의 전통적인 구애 관습에서 요구되었던 도덕적 가치 부여는 사다리 이론을 통해 단순한 사회적 형식에서 철학적 의무로 격상된다. 진정한 사랑은 이기적인 욕망을 넘어 애인(사랑하는 이)을 지혜와 덕으로 인도하는 이타적인 헌신을 포함하며, 그 결과로 참된 덕을 함께 산출한다.2

C. 사다리의 실천적 적용 가능성과 비판

일부 비판론자들은 형상 자체를 사랑하는 행위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고립되고 우울한 삶, 혹은 현실 도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12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는 단점이 있지만,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기능할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적 관점에서, 절대적인 미의 형상에 대한 직관은 고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실천을 위한 토대이다. 형상을 관조함으로써 얻는 참된 덕과 지식은 정치, 예술,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인 실천을 위한 흔들리지 않는 보편적 기준을 제공한다.12 따라서 형상에 대한 이해는 불완전한 현실 세계(정치, 법률, 사회 구조)에 정의와 질서를 부여하고, 가장 아름다운 결과(참된 덕)를 길러낼 수 있는 필수적인 윤리적 능력을 부여한다.3 관조는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큰 선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것이다.

VII. 결론: 디오티마의 에로스 이론이 플라톤 철학에 미친 영향

디오티마의 '사랑의 사다리' 이론은 『향연』을 관통하는 에로스 담론의 정점이자, 플라톤 철학 전반에 걸쳐 가장 명시적인 인식론적 상승 로드맵을 제공한다.

첫째, 에로스는 변덕스러운 신에서 벗어나 신과 인간의 중간자로서 형이상학적 운동의 원리로 확립되었다. 에로스는 인간의 영원한 결핍과 풍요를 향한 끊임없는 갈망을 상징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적 삶으로 이어진다.

둘째, 사다리는 플라톤의 형상 이론에 접근하는 실질적인 경로를 구체화한다. 구도자의 영혼은 감각적인 개별자로부터 출발하여 점진적인 추상화와 일반화를 거쳐 마침내 시공간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미의 형상을 직관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지적 성장이 어떻게 유한한 경험을 초월하여 영원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플라토닉 러브'는 단순한 비성적인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의 영혼에 참된 덕을 출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도로 구조화된 지적, 영적 멘토링으로 재정의된다. 디오티마의 이론은 육체적 매력을 윤리적 승화의 발판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 전체를 선과 아름다움의 영원한 영역으로 인도하는 윤리적 명령으로서의 사랑을 제시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에로스의 개념이 도달한 가장 심오하고 영향력 있는 해석으로 평가된다.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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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향연 - 미학 - 요한이네 철학여행 - Daum 카페, accessed October 26, 2025, https://m.cafe.daum.net/johannroula/Eswf/67
  4. accessed October 26, 2025, https://modeoflife.tistory.com/249#:~:text=%EB%94%94%EC%98%A4%ED%8B%B0%EB%A7%88%EB%8A%94%20%EC%97%90%EB%A1%9C%EC%8A%A4%EB%A5%BC%20%EB%8B%A8%EC%88%9C%ED%95%9C,(%EB%8B%A4%EC%9D%B4%EB%AA%AC%2C%20Diamon)%EC%9E%85%EB%8B%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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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플라톤의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이었을까? : r/askphilosophy - Reddit, accessed October 26, 2025, https://www.reddit.com/r/askphilosophy/comments/rm8afa/were_platos_ideas_of_love_and_beauty_practical/?t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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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플라토닉 러브'에 대해 몰랐던 3가지 놀라운 진실>

우리는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성적인 관계가 배제된 순수한 우정,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친구 사이를 생각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개념의 창시자인 플라톤이 원래 의도했던 생각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그의 저서 『향연』에서 여사제 디오티마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플라토닉 러브'의 본모습은 훨씬 더 역동적이고, 야심 차며, 우리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놀라운 여정이다. 그것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영혼의 변혁에 관한 이야기이다.

플라톤의 『향연』을 통해 우리가 '플라토닉 러브'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던 세 가지 핵심적인 진실을 파헤쳐본다. 이제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방식이 영원히 바뀔지도 모른다.

Takeaway 1: 사랑의 신 에로스는 '신'이 아니라, 결핍과 풍요 사이의 영원한 방랑자다.

흔히 사랑의 신으로 알려진 에로스(Eros)가 사실은 완벽한 '신'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시작해야 한다. 플라톤은 디오티마의 말을 빌려, 에로스가 신도 인간도 아닌 그 중간적 존재, 즉 '다이몬(daimon)'이라고 정의한다.

이 독특한 정체성은 에로스의 출생 신화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에로스는 '결핍'과 '곤궁'을 상징하는 어머니 페니아(Penia)와 '풍요'와 '기지'를 상징하는 아버지 포로스(Poros)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부모의 조합은 에로스를 영원한 '역동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한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늘 무언가가 부족하고 결핍된 상태에서 그것을 갈망한다. 동시에 아버지를 닮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지혜롭게 계책을 세우고 자원을 찾아 나서는 능력을 지녔다. 그는 가진 것도 없고, 완전히 무지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가진 현자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철학하는 인간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 인간 역시 완전한 지혜를 소유하지 못했지만, 무지하지도 않기에 지혜(sophia)를 사랑하고 추구(philo)한다. 이처럼 결핍을 자각하고 더 나은 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역동적인 욕망, 이것이 바로 디오티마가 말하는 사랑의 본질이자 철학의 시작이다. 따라서 사랑과 철학은 도달해야 할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결핍을 동력으로 삼아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역동적인 '활동' 그 자체인 셈이다.

Takeaway 2: 사랑의 궁극적 목표는 상대방이 아니라 '불멸'을 향한 욕망이다.

그렇다면 이 역동적인 사랑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단순히 아름다운 상대방을 얻는 것일까? 디오티마는 사랑의 목적을 훨씬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정의한다. 사랑이란 "좋은 것이 자신에게 늘 영원히 있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영원히 소유하고 싶다'는 이 갈망은 자연스럽게 불멸성(Immortality)에 대한 추구로 이어진다.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것을 손에 넣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디오티마에 따르면, 인간은 '아름다운 것 속에서의 출산'을 통해 이 불멸성을 성취하려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 첫째, 육체적 출산이다. 이것은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녀를 낳아 자신의 생물학적 연속성을 확보하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는 욕망이다. 늙고 사라지는 자신을 대신해 자신과 닮은 새로운 존재를 남기는 것이다.
  • 둘째, 정신적 출산이다. 디오티마는 이것이 훨씬 더 우월한 형태의 불멸성이라고 말한다. '영혼이 임신한' 사람들은 육체적 자녀 대신,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낳는다. 바로 덕(德), 지식(知識), 위대한 예술, 그리고 정의로운 법률 같은 것들이다. 육체적 자녀가 유한한 생물학적 연속성을 보장하는 반면, 위대한 사상이나 정의로운 법률 같은 정신의 산물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는 불멸의 '형상계'에 더 가깝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디오티마는 위대한 법이나 심오한 지식과 같은 정신적 창조물이 육체적인 자녀보다 훨씬 더 영속적이고 우월한 형태의 불멸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사랑의 행위는 단순한 쾌락이나 소유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가 영원한 가치를 창조하여 불멸에 도달하려는 거룩한 시도인 것이다.

Takeaway 3: '플라토닉 러브'는 금욕이 아니라,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체계적인 '사다리'다.

마지막으로 '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바로잡을 차례이다. 플라톤의 사랑은 육체적 아름다움을 부정하거나 억제하는 금욕적인 태도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 아름다움을 가장 첫 번째 디딤돌로 삼아 더 높은 차원의 아름다움으로 올라가는 체계적인 상승 과정, 즉 '사랑의 사다리(Ladder of Love)'이다.

이 사다리는 총 6단계로 이루어진 영혼의 교육 과정과 같다.

  • 1단계: 한 사람의 육체적 아름다움 모든 사랑은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에 강렬하게 이끌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가장 원초적인 출발점이다.
  • 2단계: 모든 육체의 아름다움 연인은 곧 한 사람에게서 느꼈던 아름다움이 다른 모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되는 같은 종류(동종)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개별적인 감각 경험을 보편적인 개념으로 일반화하는, 첫 번째 지적 추상화의 단계이다.
  • 3단계: 영혼의 아름다움 연인은 겉모습의 아름다움보다 훌륭한 인격, 지혜, 덕과 같은 영혼의 아름다움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육체에 대한 집착에서 정신적 가치로 넘어가는, 사다리의 가장 중요한 존재론적 전환이다.
  • 4단계: 제도와 법의 아름다움 개인의 아름다운 영혼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체에서 그러한 덕을 길러내는 정의로운 법, 관습, 제도의 아름다움으로 확장된다. 개인의 덕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집단적 일반화가 이루어진다.
  • 5단계: 지식의 아름다움 이제 사랑은 구체적인 대상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적인 원리, 즉 수학이나 철학 같은 학문과 지식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향한다.
  • 6단계: '아름다움 그 자체'의 발견 (Tò Kalón) 마지막으로, 연인은 이전의 모든 단계를 초월하여 그 어떤 개별적인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수하고 영원하며 불변하는 **'아름다움 자체의 형상(Tò Kalón)'**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이 궁극적인 실재를 직관할 때, 비로소 인간은 참된 덕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플라토닉 러브는 아름다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구체적인 아름다움에서 시작해 가장 추상적이고 완전한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영혼의 대장정인 셈이다.

Conclusion: 당신의 사랑은 사다리의 어디쯤에 있는가?

정리해 보자. 플라톤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은 결핍을 느끼기에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역동적인 힘이며, 그 궁극적 목표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불멸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감각적인 아름다움에서 시작해 절대적인 진리를 향해 올라가는 체계적인 사다리의 형태를 띤다.

이는 우리가 알던 수동적이고 금욕적인 '플라토닉 러브'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을 연료로 삼아 영혼을 성장시키고 변혁시키는, 지극히 능동적이고 야심 찬 철학적 여정이다.

우리의 열정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는 어떤 불멸의 것들 - 육체의 자녀이든, 영혼의 자녀이든-을 낳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가?

Socrates with a disciple and Diotima, ca. 1810; painting by Franc Caucig.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Ljublj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