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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철학에서의 '타자(他者)'는 어떤 개념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5. 9. 28.

철학에서의 '타자(他者)'는 어떤 개념인가

(* '타자(他者, The Other)' 개념은 철학, 특히 20세기 현상학, 실존주의, 포스트구조주의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타자' 개념은 단순히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넘어, 주체성 확립의 근본 전제이자 사회정치적 현상인 '타자화(Othering)'를 이해하는 이론적 기반이다.
이 개념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발전해왔다.
1. 인식론적 구성: 에드문트 후설은 타자를 자아와의 유사성을 통해 인식적으로 구성되는 '타자-자아(Alter Ego)'로 파악하여 유아론(솔립시즘, solipsism)을 극복하고자 했다.
2. 존재론적 투쟁: 헤겔과 사르트르는 타자를 자기의식의 완성을 위한 '인정 투쟁'의 대상이거나, 주체의 자유를 위협하고 객체화하는 '갈등'의 상대로 보았다.
3. 윤리적 초월: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얼굴'로 제시하며, 주체에게 무조건적이고 비대칭적인 '무한 책임'을 부과하는 윤리적 명령의 근원으로 격상시켰다.
4. 구조적 원리: 라캉, 데리다, 들뢰즈와 같은 포스트구조주의 사상가들은 타자를 개별 인간을 넘어 주체의 욕망과 무의식, 나아가 의미 자체를 생성하는 언어적·구조적 원리('대타자', '차연')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철학적 논의는 현대 사회의 차별, 배제, 정체성 갈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최근에는 신경과학 등 타 학문 분야와 융합하여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I. 서론: 타자 개념의 정의 및 철학적 문제설정

A. 타자(他者, The Other) 개념의 정의: Alterity와 철학적 필요성

'타자'라는 개념은 철학, 특히 20세기 현상학과 실존주의, 포스트구조주의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주체성(Subjectivity) 확립의 근본적인 전제 조건을 형성해왔다. 철학 및 인류학에서 타자성은 라틴어 alter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자신 또는 자신의 집단과 구별되는 '다름'이나 '별개의 존재'의 상태를 의미한다.1 이는 단순한 개체의 구분을 넘어, 자아의 인식적, 존재론적 지평 바깥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지칭한다.

서구 근대 철학은 데카르트 이래로 사유하는 주체(Ego)를 모든 인식의 확실성으로 삼았으나, 이러한 주체 중심의 접근 방식은 필연적으로 '솔립시즘적 주관주의(Solipsistic Subjectivism)'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2 솔립시즘은 주체 자신의 생각과 경험 외에 다른 존재의 객관적 외재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철학적 입장이다. 따라서 '나는 어떻게 나의 바깥에 존재하는 또 다른 주체를 확신하고,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타자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타자의 개념을 인식론적 구성, 존재론적 투쟁, 윤리적 초월, 그리고 포스트구조주의적 해체라는 네 가지 핵심 축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B. 타자화(Othering)의 사회적 함의

철학적 논의를 넘어, 타자 개념은 사회정치적 영역으로 확장되어 '타자화(Othering)'라는 강력한 프로세스로 나타난다. 타자화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타자'로 규정하고 분류하는 행위로서, 종종 권력 불균형을 강화하고 배제, 주변화(marginalization), 심지어 차별을 초래한다.3 타자화는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관계와 개인 경험을 형성하는 강력한 사회적 힘으로 작용한다.3 따라서 타자 개념에 대한 이해는 사회적 억압과 정체성 갈등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II. 제1 단계: 인식론적 타자 -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현상학적 구성

A.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솔립시즘의 극복과 타자-자아 (Alter Ego)

현상학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은 인간 경험의 가장 두드러지고 기본적인 유형 중 하나인 상호주관적 경험에 대한 탐구를 피할 수 없었다.2 그러나 모든 경험의 근거를 주체의 관점에서 찾으려는 그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주체 바깥의 객관적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솔립시즘의 비판에 직면했다.2

후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자를 Alter Ego (타자-자아)로 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타자는 자아에게 단순히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Paarung (짝지움)이라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이 과정은 타자의 외적 현존인 Leib (산 몸)이 나의 원초적 경험 및 신체와 유사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4 자아는 신체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타자의 심리적 삶을 유추하여 Appresentation (제시 보완)이라는 의도적 인식 행위를 통해 타자를 파악한다.4 즉, 타자의 심리적 삶은 직접적으로 제시(Presentation)되지 않고, 현존하는 것(타자의 신체)과 더불어 공동으로 제시(Co-presentation)되거나 유추적으로 전유되는 구조를 갖는다.

B. 후설적 타자의 한계와 비판

후설의 타자-자아 구성은 솔립시즘을 극복하려는 시도였으나, 내재적인 한계를 가진다. 제시 보완된 타자의 심리적 삶은 자아의 원초적 영역에서는 결코 현존할 수 없다는 특수한 구조를 지니기 때문이다.5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타자성을 자아의 인식론적 지평 내부로 환원할 위험을 내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후설의 타자는 궁극적으로 자아의 유사성(analogy)에 기반하여 유추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타자의 급진적인 다름(급진적 타자성)이 상실될 수 있다. 알프레드 슈츠와 모리스 메를로-퐁티 같은 후대의 현상학자들은 후설이 솔립시즘을 완전히 우회하지 못했다고 보고 그의 접근법을 넘어서고자 했다.2 특히 메를로-퐁티는 타자 이해의 매개 항을 신체적 유사성이 아닌, 자아와 타자가 공유하는 '세계 속의 공통된 의도적 대상'으로 이동시키며 5 타자 연구의 방향을 존재론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III. 제2 단계: 존재론적 타자 - 투쟁, 인정, 그리고 실존적 갈등

A. 헤겔(G.W.F. Hegel): 자기의식의 상호 인정 (Mutual Recognition)

헤겔에게 타자는 자기의식(Self-consciousness)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자기의식의 발전은 고립된 상태가 아닌, 자신과 구별되는 또 다른 자기의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6 개체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욕구를 가지며, 이는 『정신 현상학』에 서술된 주-노 변증법(Master-Slave Dialectic)으로 상징되는 인정 투쟁을 수반한다.6

이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자와의 관계가 자유의 제한이 아니라 조건임을 깨닫고, 상호적 인정을 통해 타자 속에서 '집에 있음(being at home in the other)'을 경험하는 변증법적 종합에 도달하는 것이다.8 헤겔의 상호 인정 개념은 사회 내 개인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역사 발전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는 거시적인 문제와 연관된다.7

B.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객체화와 비관적 실존주의

장 폴 사르트르는 헤겔의 주-노 변증법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9, 타자와의 관계를 극복 불가능한 비관적 갈등으로 재해석했다.11 사르트르에게 타자를 주체로 파악하는 핵심적인 경험은 '시선 (Le Regard, The Look)'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타인의 시선은 나를 **객체(Object)**로 환원시키고 고정시킨다. 타인의 시선은 내가 가진 초월성(transcendence)과 자유로운 가능성을 대상화하여 나로부터 소외(alienation)시킨다.9 이 객체화의 경험은 **수치심(Shame)**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데, 수치심은 "타자가 바라보고 판단하는 바로 그 대상이 나 자신임을 인식하는 것"이며, 이 시선 앞에서 나의 자유가 나를 벗어나 주어진 객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9

사르트르는 타자와의 관계를 주체성을 쟁취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으로 보았지만, 동시에 "나의 존재의 모든 구조를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타자가 자기 인식의 근본적인 매개체임을 역설했다.9 이러한 갈등 이론은 반유대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 등 여러 형태의 억압에 대한 도덕적 비판으로 확장되었는데, 그는 억압을 의도적 행위(praxis)인 동시에 초개인적인 사회 구조(process)로 파악했다.10

C. 인식론적 타자에서 존재론적 타자로의 전환

후설과 사르트르의 타자 개념은 타자 논의의 근본적인 전환점을 보여준다. 후설은 솔립시즘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자아의 '유사성'에 기반하여 인식적으로 구성하려 했다.4 그 결과 타자는 자아 내부로 흡수되거나, 적어도 자아의 지평에 종속되는Alter Ego로 남게 된다.5

반면, 사르트르는 타자를 '나의 확장'이 아닌 '나의 부정'으로 경험한다. 타자는 시선을 통해 자아를 외부로 객체화시키는 존재론적 위협으로 등장한다.9 이는 타자의 본질을 다루는 방식이 '나의 인식적 구성 가능성'에서 '나의 존재론적 자유를 침탈하는 급진적인 외재성'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사르트르의 시선은 후설이 회피하려던 타자의 급진성을 강조하지만, 주체와 타자 사이의 관계가 화해나 종합 없이 끊임없는 충돌로 고착화되는 비관적 결과를 초래한다.

IV. 제3 단계: 윤리적 타자 - 초월성과 무한 책임 (The Ethical Other)

A.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évinas): 존재론에 대한 윤리의 선차성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 개념을 인식론이나 존재론의 영역에서 벗어나 윤리적 영역으로 급진적으로 전환시켰다. 그는 윤리적 관계가 존재에 대한 탐구(Ontology)에 선행하며, 존재 너머의 의미를 긍정하는 Meontology (비존재론)를 언급한다.12

레비나스에게 타자는 맨 먼저 **얼굴 (The Face)**로서 나타난다. 이 얼굴은 주체에게 '너는 나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직접적이고 무방비한 윤리적 명령을 부과하는 신적 계시의 장소이다.13 얼굴은 무한(Infinity)을 표현하며, 자신의 절대적 솔직함과 직접성을 통해 주체의 모든 정복적 척도를 넘어서 대항하는 진정한 외재성(Exteriority)이다.13

타자와의 **대면 (face-to-face)**은 주체를 타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접성 (Proximity)**의 상태, 즉 수동성의 감성 속으로 이끈다.13 이러한 감성은 곧 타인의 인질이 되고, 타자의 고통과 불안에 사로잡히는 **대속적 주체 (代贖的主體)**를 요구한다. 레비나스는 윤리성의 근원은 타자에 대한 사랑과 **무한 책임 (無限責任)**으로부터 생기며, 타자에 대한 책임성 그 자체가 "주체성의 바탕을 이루는 제일 구조"라고 주장한다.13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비대칭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주체가 일방적 책임짐을 자처해야 하는 도덕적 명령을 통감하는 것을 의미한다.13

B. 레비나스 윤리의 정치적 문제: 제3자 (The Third Party)의 딜레마

레비나스는 윤리(Ethics)를 원초적인 타자와의 대면 상황으로 보고, 도덕(Morality)을 이 사회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합의된 규칙이나 법적 체계로 분리했다.12 레비나스 철학에서 윤리와 정치가 교차하는 지점은 **제3자 (The Third Party)**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다.14 제3자가 등장함으로써 주체는 더 이상 단일한 타자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다수의 타자에 대한 책임과 정의(Justice)의 문제에 직면한다.14

그러나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가 항상 비대칭적인 무한 책임을 수반하는 반면, 정치는 대칭적 평등과 분배적 정의의 영역이므로 이 둘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15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과 같은 비평가들은 레비나스의 윤리가 구체적인 정치적 실천 방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타자의 얼굴에 대한 집착이 구체적인 '제3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16 진정한 윤리적 행위는 얼굴의 속박을 넘어 제3자를 위해 선택하는 순간에 있다는 반론은, 레비나스의 급진적 윤리적 절대성이 정치적 현실 앞에서 어떻게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C. 타자의 윤리적 초월성

레비나스의 사상은 타자 개념의 계보학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곡점을 이룬다. 이전의 논의들, 즉 헤겔과 사르트르가 타자를 주체성이 완성되거나 좌절되는 '인정 투쟁'이라는 존재론적 틀 안에 두었다면, 레비나스는 이 존재론적 틀 자체를 거부한다. 그는 타자성(얼굴)이 주체의 존재 기반을 뒤흔드는 초월적 명령 주체로 격상되어 주체에게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비대칭적 사건으로 정의한다.13 이는 타자를 자아의 인식 내부로 환원하려 했던 후설적 구성과, 타자를 부정적 거울로 보았던 사르트르적 갈등 모두를 무력화시킨다. 이로써 타자의 개념은 인식과 존재의 문제를 넘어 책임과 응답이라는 윤리적 차원으로 중심 이동하게 된다.

V. 제4 단계: 포스트구조주의적 타자 - 구조, 차이, 그리고 해체

20세기 후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는 타자를 단순히 주체와 대면하는 타인(인간)이 아닌, 주체 바깥에서 주체를 구성하는 언어적/존재론적 시스템으로 전환시켰다.

A. 자크 라캉(Jacques Lacan): 대타자 (Big Other)와 욕망의 구조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게 '타자'(Other)는 두 가지 층위를 지닌다. 소타자(petit autre)는 거울 단계에서 만나는 타인(거울상)을 의미하지만, **대타자 (Big Other, A)**는 언어와 상징계(Symbolic Order)의 구조 자체를 가리키며, 이는 주체를 예속시키는 강력한 기표(Signifier)의 영역이다.17

라캉은 인간의 욕망이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타자는 상징계의 기표를 의미하며, 이는 주체의 욕망과 무의식을 구성하는 외적인 장소로 작용한다.17 주체(Subject)는 항상 이러한 외적인 타자성(Otherness)에 의해 형성되며, 무의식은 타자의 또 다른 무대이자 현장이다.18

B.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차연 (Différance)과 다가올 타자

자크 데리다는 해체 철학을 통해 '차이'를 사유의 근본 요소로 삼는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19 데리다의 핵심 개념인 **차연 (

Différance)**은 언어와 의미를 지연시키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운동으로서, 동일성이나 현전(Presence)에 앞서는 타자성의 근본적인 조건이다.

데리다의 후기 작업은 윤리적 함의를 강화하며 '사건(Event)'과 '타자성'의 개념을 발전시킨다.19 유대교적 메시아 사상에 영향을 받은 **'다가올 타자' (L'autre à-venir)**는 예측 불가능하며, 아직 오지 않은 개방된 타자성의 미래를 지향한다.19

C. 질 들뢰즈(Gilles Deleuze): 차이 그 자체 (Difference in Itself)

질 들뢰즈는 기존 철학이 동일성에 종속된 차이(차이점)만을 다뤘다고 비판하며, 동일성 개념보다 논리적/형이상학적으로 선행하는 차이와 반복의 철학을 제시한다.20 들뢰즈는 타자를 이미 식별된 항들 사이의 차이로 환원하지 않고, '차이 그 자체'를 사유하려 시도했다.20

그는 미적분학의 미분 dx 개념을 통해 차이를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도함수 dy/dx가 곡선의 구조를 결정하듯, 차이는 식별 가능한 항들 사이의 관계를 현실화하는 추상적인 기계이다.20 들뢰즈에게 차이는 근본적으로 부정(negation)이 아니라 **긍정(affirmation)**의 대상이며 21, 현실의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본질을 강조한다.

D. 타자의 구조적 전환

현상학 및 실존주의가 타자를 '나와 대면하는 인간'(Alter Ego, Look, Face)으로 간주한 데 반해, 포스트구조주의는 타자를 주체 바깥에서 주체를 구성하는 구조나 원리로 승격시킨다. 라캉의 대타자나 들뢰즈/데리다의 차이/차연은 타자성이 인간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욕망과 무의식, 그리고 존재와 의미의 생성 원리임을 확립한다. 이러한 전환은 철학적 질문을 '타자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에서 '타자/차이성이 나를 어떻게 구성하고 세계를 어떻게 생성하는가?'로 변화시켰다.

VI. 결론: 타자 개념의 현대적 함의 및 종합

A. 핵심 사상가별 '타자' 개념 종합 및 비교

철학적 '타자' 개념의 계보학은 주체의 자기 이해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윤리와 사회 구조를 재설정하려는 근본적인 시도였다. 후설이 타자를 인식적으로 구성하여 솔립시즘을 극복하려 했지만 타자성을 환원했다면, 헤겔과 사르트르는 타자를 자기의식 확립을 위한 존재론적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레비나스에 이르러 타자는 인식이나 존재의 대상을 넘어 주체에게 윤리적 명령을 부과하는 초월적 원천이 되었다. 포스트구조주의는 타자를 인간에서 구조적, 생성적 원리로 전환시킴으로써 사유의 지평을 확장했다.

다음 표는 주요 사상가별 타자 개념의 핵심적 특징과 기능, 그리고 자아와의 관계 성격을 비교 분석한다.

주요 철학자별 '타자' 개념 및 기능 비교

철학자 타자를 지칭하는 핵심 용어 타자와 자아의 관계 타자의 근본적 기능/역할 관계의 본질적 성격 관련 개념
후설 (Husserl) 타자-자아 (Alter Ego) 인식적 구성 및 전유 (Appresentation) 상호주관성 확립 및 솔립시즘 회피 인식론적, 유사성 기반 짝지움 (Paarung), 산 몸 (Leib)
헤겔 (Hegel) 타자로서의 자기의식 상호 인정 투쟁 (Recognition) 자기의식의 완성 및 자유의 조건 변증법적, 종합 지향 주-노 변증법, 집에 있음
사르트르 (Sartre) 시선 (Le Regard)을 보내는 타자 갈등 (Conflict) 및 객체화 자아를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자유를 박탈하는 위협 존재론적, 비관적 수치심 (Shame), 자기 소외
레비나스 (Lévinas) 얼굴 (The Face), 무한 (Infinity) 근접성 (Proximity) 및 무한 책임 윤리적 명령의 근원, 주체의 대속적 탄생 비대칭적 윤리적, 초월적 대속적 주체, 비존재론
라캉 (Lacan) 대타자 (Big Other, A) 주체를 예속시키는 기표 주체의 욕망과 무의식을 형성하는 상징계의 구조 구조적, 정신분석학적 상징계, 욕망의 욕망
데리다 (Derrida) 다가올 타자 (L'autre à-venir) 차연 (Différance) 및 해체 의미의 생성 원리, 현전의 지연 및 개방성 탈-존재론적, 차이의 원리 사건 (Event), 메시아니즘

 

B. 현대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타자화' (Othering)의 분석

철학에서 확립된 타자 개념은 현대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타자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타자화는 특정 집단을 '다르다'는 틀에 가두어 사회의 주류나 중심에서 배제하고 마진화(marginalization)하는 과정이다.3 이러한 행위는 권력 불균형을 강화하고 차별을 야기하며, 이는 사르트르가 분석한 억압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사르트르는 억압을 의도적인 행위(예: 차별적 정책)와 초개인적인 사회 구조(예: 제도화된 인종주의)가 결합된 현상으로 보았으며 10, 현대의 정체성 정치나 이주민 문제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타자의 존재론적 및 사회정치적 투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C. 향후 연구 방향 제언

타자 개념에 대한 현대 연구는 인문학을 넘어 자연과학과의 접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데카르트적, 솔립시즘적 관점에서 자아를 독립된 단위로 보아왔으나, 최근에는 자아와 타자 간의 역동성(Self-Other dynamics)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22 이러한 맥락에서, 헤겔이 제시한 상호주관성 이론은 신경인지적 수준에서 자기-타자 역동성이 어떻게 고차원적인 사회적 기능을 촉진하는지를 해명하기 위한 통합적인 철학적 틀을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22 이는 타자 개념이 인간 경험의 근본 구조를 밝히는 데 있어 앞으로도 계속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시사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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