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이슈, 그 주요 쟁점 이해하기
I. 개요 및 핵심 요약
배임죄 폐지/개정 논의의 현황 및 주요 쟁점
지금 정치권에서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배임죄 폐지 및 개정 이슈에 대해 법적,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본다. 이 논의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혁신을 촉진하려는 요구와, 소액주주 및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법적 안전망 유지 필요성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배임죄 폐지론이 급부상하면서, 경제 제도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의 핵심 분석 결과 및 주요 제언 요약
분석 결과는 현행 배임죄 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첫째, '임무 위배'나 '재산상 손해'와 같은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기업 경영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형사 처벌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둘째,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도전적 투자와 인수·합병(M&A)과 같은 활발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한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라 배임 행위에 대해 살인죄에 준하는 가혹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법제와 비교했을 때 현저한 괴리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논의는 '경제 활성화'와 '특정 정치인 구하기'라는 이분법적 정치 프레임에 갇혀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향 모색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배임죄의 단순 폐지 또는 유지라는 이분법적 논쟁의 한계를 벗어나,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언한다.
첫째,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여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확립된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법률에 명문화하여 선의의 경영 실패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
셋째, 형사적 책임의 과도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 도입 등 민사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여 이해관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II. 배임죄의 법적 본질 및 구성요건
배임죄의 개념 및 형법상 규정
배임죄는 타인의 신임 관계를 배반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1 이 법률은 횡령죄와 함께 형법상 '배신범죄'로 분류된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행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이 개념은 법률적 위임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신의칙에 따라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모든 지위를 포괄한다. 대법원 판례는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뿐만 아니라, 회사 부동산 권리 이전 약정에 서명한 주요 주주 및 대표이사까지도 이 주체에 포함시킨다.2 이러한 광범위한 해석은 일반적인 경제 주체에게도 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어 법적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둘째, '임무 위배 행위'가 있어야 한다. 판례는 임무 위배 행위를 "사무의 성질, 내용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원칙에 비추어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 정의한다.3 이 중 '신의성실원칙'에 대한 판단은 상당한 주관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 기업 경영진의 행위가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는지 임무 위배 행위였는지에 대한 판단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셋째,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한다. 배임죄는 이득범이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더라도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면 성립할 수 없다.4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판례는 이 손해를 현실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도 성립하는 '위험범'으로 해석한다.3 이러한 '위험범'으로서의 해석은 기업 경영의 본질적 특성인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지 못해, 경영진의 도전적인 결정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횡령죄와의 관계 및 구별 실익
횡령죄와 배임죄는 모두 타인의 신임 관계를 배반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유사성을 가진다. 그러나 양자는 행위의 주체와 객체에서 구별된다.7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며 객체는 '재물'인 반면,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며 객체는 '재산상 이익'이다.7
이러한 구별은 두 죄의 성격 차이를 명확히 한다. 횡령죄는 정해진 재물을 보관하다가 처분하는 정적인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반면,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 관련 사무를 처리하며 일정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동적인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8 이러한 역동적 특성은 배임죄를 경영 판단의 문제와 깊이 연관시킨다.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재물이 개념상 재산상 이익에 포함되므로 배임죄가 횡령죄에 대해 일반법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 따르면, 횡령죄가 성립하면 배임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8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가중처벌 규정
한국의 배임죄 처벌 수준은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했을 때 매우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특경법은 배임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9 이는 살인죄와 동일한 수준의 형량으로, 배임죄를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을 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과도한 형량은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10 더욱이, 특경법상 가중처벌의 기준 금액은 1990년 제정 이후 30년 넘게 조정되지 않고 있다.9 이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11.4배 증가하는 등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처벌 기준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9
심층 분석
1. 법적 모호성과 기소 남용의 악순환.
배임죄의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은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유발한다. 최근 10년간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사건 평균 기소율(39.1%)보다 현저히 낮은데, 이는 배임죄 고소·고발이 과도하게 남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9 이러한 현상은 법적 규정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근거로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 간 분쟁, 주주 분쟁 등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형사 문제로 전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수사기관은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되면서, 법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분쟁 해결의 부적절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2. 위험범 이론과 기업의 혁신 위축.
배임죄는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도 성립하는 위험범으로 해석된다.3 그러나 기업 경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하는 행위이다. 신규 사업 진출, 해외 투자, M&A 등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도전적인 결정이다. 현행 법제는 경영 판단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행위 당시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었다는 이유로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판례가 손해 발생의 '위험'을 기수(旣遂)로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 실제 미수범으로 유죄 판결이 나는 사례는 거의 없다.11 이러한 엄격한 법 해석은 경영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인 결정을 꺼리게 만드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오며, 결국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된다.
III. 배임죄 폐지/개정 논의의 배경과 주요 논거
가. 폐지/완화 주장의 주요 논거 (기업계 및 학계)
폐지/완화 주장의 핵심은 현행 배임죄 제도가 가진 법적 불확실성과 과도한 형벌이 기업 경영 활동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 기업 경영의 위축 및 리스크 테이킹 저해: 경제계는 배임죄의 과도한 남용이 기업 경영의 창의성과 리스크 테이킹을 억제한다고 지적해왔다.12 대통령실 또한 "배임죄 남용으로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13 특히 복잡한 거래인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차입매수(LBO) 방식이 배임죄로 기소되는 사례(하이마트 사건 등)가 발생하면서 14, 합리적인 경영 판단조차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모호하고 광범위한 법 적용: 배임죄의 모호한 법규정은 '무모한 투자 행위'나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같은 행위가 구체적인 기준 없이 '임무 위배'로 판단될 가능성을 높인다.16 이러한 불확실성은 경영진이 예측 가능성 없이 법적 위험에 노출되게 만들고, 결국 도덕적 해이가 아닌 합법적이고 도전적인 경영 활동마저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9
- 국제적 기준과의 괴리: 한국의 배임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가혹한 처벌 수준과 규정의 불명확성을 보인다.10 일본의 경우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라는 '목적'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여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반면 18, 한국에는 그러한 주관적 요건이 없어 법 적용이 광범위하다.19 이는 한국의 배임죄 법제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주요 근거가 된다.
나. 유지/반대 주장의 주요 논거 (시민사회 및 일부 정치권)
배임죄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은 주로 주주 및 채권자 보호라는 법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주주 및 채권자 보호 공백 우려: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특히 소액주주와 서민 피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형사적 안전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20 실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사례에서 배임죄는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22 배임죄는 계주가 곗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등 일반적인 경제 거래에서 피해를 입은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도 수행한다.20
- 정치적 목적의 입법 논란: 배임죄 폐지 논의는 '이재명 방탄 입법'이라는 정치적 공방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20 야당은 배임죄 폐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23, 여당은 특정 정치인의 재판(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을 염두에 둔 '면소(免訴) 판결'을 위한 시도라고 비판한다.20 형사소송법 제326조는 범죄 후 법률 개정 또는 폐지로 형이 폐지될 경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면소'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논란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24
심층 분석
3. 정치적 프레임이 가린 본질적 딜레마.
배임죄 폐지 논의는 '경제 활성화'와 '법치 유린'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20 여당은 배임죄 폐지 시도가 특정 정치인의 사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은 이를 재계의 숙원을 외면하는 '자기모순'이라며 반박한다.23 이러한 정치적 대립은 배임죄가 가진 본질적인 정책적 딜레마(기업 경영의 자유 대 이해관계자 보호)를 가리고, 전문가와 국민이 합리적인 논의에 참여할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리적 제도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입법 지연과 개혁의 좌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노출한다.
IV. 기업 경영 활동과 관련된 배임죄 판례 분석
경영 판단의 원칙 (Business Judgment Rule)
- 원칙의 개념 및 해외 사례: '경영 판단의 원칙'은 기업의 이사가 합리적이고 선의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에 대해, 설령 그 결과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 법리이다.9 이는 기업 경영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존중하여, 경영진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미국은 횡령죄와는 별개로 배임죄를 형사 처벌하지 않으며, 이 원칙을 판례법으로 확고하게 정립하고 있다.28 독일 또한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19
- 한국 판례에서의 수용 및 제한적 적용: 한국의 사법부는 2004년 판례를 통해 경영 판단의 특성을 배임의 고의를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원칙을 제한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29 그러나 이 원칙은 법률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판례에 의해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다.9 이러한 불확실한 법 적용은 경영진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10
- 주요 경영판단 관련 대법원 판례 분석:
다음 표는 경영 판단과 관련된 유죄 및 무죄 판례를 비교하여, 배임죄 적용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 구분 | 주요 판례 | 판결 내용 | 시사점 |
| 유죄 사례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29 | 채무 변제 능력이 없는 타 기업(계열회사 포함)에 회사가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선 경우. | 경영진의 임무 위배가 명백한 사익 추구 또는 무모한 행위로 판단. |
| 무죄 사례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2484 판결 30 | 회사가 정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시장 유통가격에 맞춰 제품을 판매한 영업사원의 경우. | 회사의 손해는 발생했으나,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으로 인정. |
| 무죄 사례 | 로엘 법무법인 성공 사례 31 | 회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구매카드 할인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나, 횡령이나 사리 추구 목적이 없었던 경우. | 사익 추구 목적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 행위로 판단하여 무죄. |
이러한 사례들은 경영 일선에서 흔히 발생하는 의사결정이 '유죄'와 '무죄' 사이에서 오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실적 제고를 위한 덤핑 판매'나 '자금난 해소를 위한 할인'과 같은 행위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 인수·합병(M&A)과 배임죄
복잡한 기업 인수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차입매수(LBO)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행위가 피인수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다.14 즉, 거래 가격 자체는 적정하더라도, 과도한 대출을 통해 피인수회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되면 배임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 동향은 M&A와 같은 대규모 경제 거래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미수범 처벌 규정의 실효성 문제 및 기소율 현황
현행법은 배임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어도 '기수'로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 실제 재판에서 배임 미수로 유죄 판결이 나는 사례는 거의 없다.11 이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배임 행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최근 10년간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범죄 기소율(39.1%)보다 현저히 낮다.9 이는 배임죄 고소·고발이 과도하게 남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12년 기준, 특경법상 배임죄의 무죄율은 12%로, 일반 형법상 범죄의 무죄율(2.7%)보다 두 배 이상 높은데 32,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여 유무죄 판단이 어렵고, 기소의 무분별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V. 국제적 비교: 주요 선진국 사례
미국: 횡령(Embezzlement) 및 횡령범죄 가중처벌
미국은 한국의 배임죄와 같은 포괄적인 처벌 규정을 형법에 두고 있지 않다.28 대신, '횡령(Embezzlement)' 등 재물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재산 가치에 따라 중죄로 분류하여 가중처벌한다.33 뉴욕주의 경우, 가장 심각한 횡령죄(Grand Larceny)에 대해 최대 25년까지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35 그러나 기업 경영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확고한 판례법으로 정립하여, 경영자가 선의로 회사를 위해 내린 합리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민·형사 책임을 면제해준다.28
일본: 제한적 처벌 범위와 '목적범' 성격
일본 또한 한국과 유사하게 형법상 배임죄와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모두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 범위는 한국보다 제한적이다.19 일본 형법상 배임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라는 '목적'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18 이러한 엄격한 요건 때문에 법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며,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이 연평균 31명에 불과할 정도로 그 수가 적다.10
독일: 역사적 기원 및 기업 경영 판단 존중
독일은 1532년 '카롤리나 형법'에 배임죄의 시초격인 조항을 규정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배임죄를 법제화했다.36 초기에는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후 나치 시대에 사회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36 그러나 현재는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19
한국과 주요국 배임죄 형량 및 법 적용 요건 비교
다음 표는 한국의 가혹한 배임죄 형량 및 모호한 법 적용 요건이 국제적 기준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 구분 | 한국 | 미국 | 일본 |
| 법률 | 형법, 특경법, 상법 | 횡령 관련 법규 | 형법, 상법 |
| 구성요건 | 임무 위배 행위 + 재산상 손해 및 이익 취득(위험범) | 재물 횡령 (경영 판단은 민사 영역으로 분리) | 임무 위배 행위 + 이익/손해 '목적' |
| 최대 형량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 50억 원 이상 시) 9 | 최대 20년(버지니아주), 25년(뉴욕주) 징역 등 34 | 최대 10년 징역 (일반 배임죄) 10 |
VI. 배임죄의 대안적 접근: 민사적 책임 강화 방안
배임죄 폐지 시 예상되는 법적 공백
배임죄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불공정 거래나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로부터 소액주주와 채권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사적 안전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20 이는 기업의 일탈을 방지하는 배임죄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단순히 폐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법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37
대체 입법으로 논의되는 주요 방안
배임죄 폐지/완화 논의와 함께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38 이는 기업의 도전적 경영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논의된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손해액 이상의 배상을 명령함으로써 재발을 막는 제도로, 미국 등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가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하여 효율적인 피해 구제를 도모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민사적 제도가 강화된다면, 배임죄가 가진 '주주 보호'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37
-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확대: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를 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로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22 이는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치우친 결정을 막고 소액주주 이익을 명문화하려는 시도로, 배임죄 폐지에 따른 주주 보호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39
배임죄 존속/폐지 주요 논거 및 대안 비교
| 구분 | 배임죄 존속 | 배임죄 폐지 | 대안적 접근 | |||
| 주요 논거 | 주주 및 채권자 보호 공백 방지, 지배주주 견제 수단 | 기업 경영 위축, 무분별한 고소 남용, 국제적 기준과의 괴리 | 기업 활성화와 이해관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 | |||
| 주요 지지층 | 시민단체, 일부 정치권 | 경제계, 일부 학계, 정치권 | 법무부, 학계, 정치권 일부 | |||
| 제시되는 대안 | 없음 | - 경영판단의 원칙 법제화 10 | - 특경법상 배임죄 폐지 9 |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38 | - 집단소송제 도입 37 |
-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확대 22 |
VII. 종합적 평가 및 정책적 제언
배임죄 논의의 본질적 딜레마 재조명
배임죄 폐지 논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기업인의 도전적 경영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한 엄격한 형사적 책임을 부과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현행법은 양자의 균형을 상실한 채, 불명확한 법규정과 과도한 형벌을 통해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시에, 배임죄가 가진 주주 및 채권자 보호 기능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순 폐지 또는 유지라는 이분법적 논의의 한계
배임죄의 낮은 기소율과 높은 무죄율은 법의 남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법제도임을 시사한다.9 그러나 배임죄의 완전한 폐지는 소액주주와 채권자 보호에 대한 심각한 법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따라서 단순 폐지론 또는 현상 유지론이라는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한국의 경제 현실과 법제도적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3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실정에 맞는 합리적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
분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정책적 제언을 통해 한국의 법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의 혁신과 이해관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것을 제안한다.
- 배임죄 구성요건의 구체화 및 명확성 제고: 일본 사례와 같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목적'과 같은 주관적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여, 정당한 경영 판단과 사적 이익을 위한 사익 추구 행위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18 이는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 활동의 불필요한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선 방향이다.
- 경영 판단의 원칙 법제화: 판례에 의존하는 제한적 적용을 넘어, 경영 판단의 원칙을 법률로 명문화하여 선의의 경영 실패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9 이 원칙은 기업의 도전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신사업 진출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 형사 책임 완화와 민사 책임 강화의 병행: 특경법상 과도한 처벌 기준을 경제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동시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민사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여 민사적 책임이 형사적 책임을 상당 부분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37 이는 기업의 도전적 경영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형사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시장 경제에 부합하는 법제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 www.law.go.kr, 9월 24, 2025에 액세스,
-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 9월 24, 2025에 액세스,
-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경영판단의 원칙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9월 24, 2025에 액세스,
- 재산상 이득죄로서 배임죄 - 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9월 24, 2025에 액세스,
- 판례 > 업무상배임 - 국가법령정보센터, 9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mode=0&precSeq=23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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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특검은 한학자 정교유착 밝혀달라…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 찬성 유무 밝혀라" - 대구 MBC, 9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dgmbc.com/article/Ln3EHkLc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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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투자 발목잡는 배임죄] "독일, 나치시대 사회기강 잡으려 만든 법" - 한국경제, 9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5091376681
- 與, 정기국회서 '기업인 배임죄 완화하되 민사책임 강화' 추진(종합) - 연합뉴스, 9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80953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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