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저작권자가 될 수 있을까?
에콰도르의 지식재산권청에 희한한 청원이 하나 접수되었다.
에콰도르의 보호 숲인 '로스 세드로스 구름 숲(Los Cedros cloud forest)'을 노래의 저작자로 인정해달라는 청원이다.
물론 숲이 스스로 그런 청원을 했을 리가 없다.
청원자는 'MOTH(More Than Human Life Project)'라는 단체이다.
MOTH에 소속된 작곡가들은 'Song of the Cedars'(삼나무들의 노래)를 작곡하면서, 노래 속에 '로스 세드로스 구름 숲'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을 채집하여 노래에 포함시켰다.
벌새, 긴팔원숭이, 새, 매미, 개구리, 강, 잎사귀 등이 참여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숲을 그 노래의 공식적인 공동 저작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에콰도르 지식재산권청은 그에 대해 논평을 요청받았으나 즉각적인 응답은 하지 않고 있다.
숲이 과연 저작권자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저작물의 창작자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동물이나 인공지능 등의 비인간 혹은 기계는,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
숲이 저작권자로 된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가능한 재산권적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MOTH가 요구하는 것도 저작재산권이 아닌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상징적 혹은 도덕적 권리를 요구할 뿐이다.
이러한 생각이 과연 황당하거나 터무니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주장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그들도 낙관하고 있다.
에콰도르 헌법에는 "자연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헌법의 조항의 취지에 따라 2021년 에콰도르 최고 법원은 로스 세드로스 숲에서 구리와 금을 채굴하려던 계획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에콰도르는 이미 숲에게 상당한 법적 인격을 부여한 전력이 있는 것이다.
MOTH의 청원은 그러한 헌법과 판례를 더욱 발전시켜 동식물이나 자연의 권리를 진전시켜보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들은 말한다. “숲에게 인정될 수 있는 다른 잠재적 권리가 있는지 알아보자는 거죠. 노래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가 그 중 하나입니다,”
여하튼 참 멋진 움직임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과 남용을 생각하면서,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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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의 도움으로 위 내용을 참고한 포스팅을 번역하였다.)
Can a forest write a song? Ecuador copyright claim puts 'rights of nature' to the test
이 년 전,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acfarlane)과 그의 친구들은 에콰도르의 열대우림 속 모닥불 주위에 앉아 생명으로 가득한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온갖 소리들의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서 가사를 적기 시작했어요,”라고 이 영국 작가는 'As It Happens'의 진행자 닐 쾩살에게 말했다. “그 씨앗에서 노래 하나가 자라난 거죠.”
'Song of the Cedars'라 불리는 그 곡에는,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높은 서식지 중 하나이며 보호 구역인 '로스 세드로스 구름숲(Los Cedros cloud forest)'에서 녹음된 오디오도 들어 있다. 이 곡의 작곡가에는 맥팔레인, 음악가 코스모 쉘드레이크, 야생 균류학자 줄리아나 푸르치, 법학자 세사르 로드리게스-가라비토와 함께, 그들이 주장하는 숲 자체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에콰도르 저작권 당국에 로스 세드로스 숲을 그 노래의 공식적인 공동 저자로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 이 노래에는 벌새, 긴팔원숭이, 새, 매미, 개구리, 강, 잎사귀 등이 참여했다. 그들을 포함한 여러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자연 그 자체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지식재산권청은 논평 요청에 대해 즉각적인 응답은 하지 않았다.
숲은 이미 헌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숲이 저작권을 보유한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2021년 에콰도르 최고 법원은 로스 세드로스에서 구리와 금을 채굴하려던 계획을 중단시킬 때, 그 채굴 허가가 숲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 역사적인 판결은 에콰도르 헌법에 명시된 "자연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일부 법학자들은 이를 숲에 법적 인격을 부여한 것으로 간주했다.
로드리게스-가라비토는 이번 청원이 그 판결을 더욱 진전시키는 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숲에게 인정될 수 있는 다른 잠재적 권리가 있는지 알아보자는 거죠. 노래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가 그 중 하나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로드리게스-가라비토는 'MOTH (More Than Human Life Project)'의 창립 디렉터로서 이번 청원을 이끌고 있다. 이는 뉴욕 대학교 법학대학의 'Earth Rights Research and Action'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간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방식으로 법을 재구상하고자 하고 있다.
MOTH가 에콰도르 저작권 당국에 요구하는 것은 숲에 “상징적인(도덕적)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일종의 인격권적 권리를 의미한다. 만약 그 청원이 승인된다면, 숲은 공식적으로 노래의 공동 저작권자로 간주되지만, 로열티는 지급되지 않을 것이다. 맥팔레인은 재산권적 저작권은 양도가 가능하지만 인격권적 저작권은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청원이 승인되지 않으면, 로드리게스-가라비토는 항소할 것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에콰도르 저작권청이 그 청원을 단번에 거부하지 않고 심사숙고해보겠다고 했기에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일이 어떻게 되든, 맥팔레인은 노래의 스트리밍 수익을 로스 세드로스 숲을 보존하기 위한 신탁에 쓸 계획이라고 했다. 맥팔레인은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철학적 신념은 거대하고 강렬하며 무한한 숲의 창조력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법의 재구성
'자연의 권리' 전문가인 그랜트 윌슨(Grant Wilson)은, 이번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단체의 청원이 "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지구법센터(Earth Law Center)의 윌슨(Wilson) 전무이사는, “이 사건이 성공한다면 다양한 법률 분야의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전통적인 관행을 확장하여 자연의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CBC에 이메일을 통해 말했다.
“가능성은 엄청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체 법률 시스템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대표하도록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상호 연결된 광대한 생명망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우리 법체계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자연의 권리' 운동이 전 세계에 걸쳐 여러 전선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예는 2011년에 셀카로 입소문을 크게 탔던 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일 것이다.
그 이미지들로 인해, 해당 이미지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야생 동물 사진가 David J. Slater와 해당 이미지가 나루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동물 권리 단체 PETA 사이에 길고도 시끄러운 저작권 분쟁이 부발되었다.
PETA는 그 사건에서 패소했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권리를 보장하려는 다른 노력들은 성공적이었다고 윌슨은 말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왕가누이 강은 2017년에 여러 마오리 부족과의 조약을 통해 법적 인격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2024년에는 유엔 산하 단체인 'Sounds Rights'가 "자연"을 스포티파이의 자체 아티스트 페이지에 개설하고, 그 수익을 보전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
COP16에서의 데뷰
저작권법이 복잡하긴 하지만, 맥팔레인은 이번 사건을 "매우 단순한 일"로 본다고 말했다.
'Song of the Cedars'는 새로운 균류 종을 채집하고 명명하기 위해 로스 세드로스를 탐험하던 중에 작곡되었다. 자연에 대한 집필가로 알려진 맥팔레인은 곧 출간될 그의 책 'Is a River Alive?'(강은 살아있는가?)의 자료조차를 위해 그곳에 있었다. 그는 로스 세드로스 없이는 이 노래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며, “숲이 이 노래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말하였다.
쉘드레이크는 화요일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COP16 유엔 생물다양성 회의에서 이 노래를 라이브로 공연하였다. 맥팔레인은 그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데뷰였다고 말했다. “세계가 COP에서 모여 생명의 다양성과 그 번영이 우리와 우리 이외의 수많은 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는 정말 중요하고 상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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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직접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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