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 문화의 위기
동아일보의 <20년 반도체맨이 말하는 삼성전자 위기론> 기사는, 최근 다양한 경고 신호가 뜨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관련하여 삼성전자에 근무 중인 한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니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가 많이 노화되어 있고 그 상태가 적잖이 심각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여기 지적된 문제들은 단지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고 있는 만성적인 고민 거리일 것입니다.
크든 작은 기업들의 내부에서 지금도 상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죠.
기업의 리더들이라면 이 사례를 꼭 읽어두고 고민해보아야 할 매우 교육적인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문제의 핵심은 3가지로 정리됩니다.
- 절대 실패하지 않으려는 안전제일주의
- 기술과 현장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재무 라인의 손에 휘둘리는 기술 경시 주의
- 중간 관리자들에게 만연한 책임 회피 보신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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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패를 없애기 위해 도전도 없앴다
"지금은 답이 정해져 있다. 실패를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새로운 건 아예 안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 없이 세상이 얘기하는 기술 트렌드는 일단 다 하기도 한다."
"원래 잘하던 걸 계속 더 잘하려고만 하다 보니, 다른 걸 놓친 듯하다."
“실패를 하더라도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다.”
#2 기술보다 재무 라인이 우위
"보고서 쓸 때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쓰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 수준의 기술 지식을 가진 경영진이 결정하는 게 말이 되나."
“기술용어를 최대한 쓰지 않아야 한다. 그게 도저히 안 돼서 기술용어를 써야 하면, 그걸 쉽게 풀어서 밑에다 써준다.”
"보고 라인이 매우 길어졌다. 파트→그룹→팀→개발실→총괄→서초, 이렇게 보고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결정도 느리고 중간에 변형이 된다. 만약 실무진이 ‘이 일은 10가지 리스크 중 8~9개가 빨간색(위험하단 뜻)’이라고 보고를 올리면 ‘빨간색을 좀 노란색으로 바꿔’라고 한다. 그래서 노랑으로 바꿔서 한 번 더 보고가 올라갔다 오면 ‘굳이 노란색으로 해야 해. 좀 파랗게 바꿀 수 있는 거 없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올라가면 ‘저거 하나를 꼭 노랗게 해야 해. 너무 거슬린다. 조건을 좀 달아서 파랗게 한번 해봐’라고 한다.”
“임원들은 당장 내년에 (공급에) 들어가야 자기 실적이 되니까 빨리 가려고만 한다. 어차피 망가지는 건 후임자 때니까. 부서 간 장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러 부서가 함께 일할 때, 가능한 한 자기네 부서 문제는 계속 숨긴다. 그러다 다른 부서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것 때문에 안 된다’면서 묻어가려고.”
#3 보신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
“중국으로 가면 돈을 3~5배, 많게는 9배까지도 준다는 얘기가 있다. 주로 공정 쪽 엔지니어를 많이 빼가는데, 지난해엔 설계 쪽도 제안이 오더라. 특히 AI 관련된 인력은 많이 빠져나갔다. 회사에서 대접을 잘해주면 왜 나가겠나. 일을 잘해도 보직자한테만 상위고과를 깔아주니, 실무자는 고과를 잘 받을 수가 없는 구조다.”
“52시간제가 문제라면, 52시간을 꽉 채우고도 일을 더 하려는 사람이 90%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차서 못 하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는 포괄임금제라 주당 16시간까지는 초과근무 해도 시간외수당이 없다. 그러니까 젊은 직원은 ‘내가 왜 공짜로 일을 하지?’라며 40시간만 채우면 가버린다."
"정말 바뀌려면 중간관리자를 대거 바꿔야 한다. 지금은 아예 결정을 안 하고 보고만 올린 뒤 저 꼭대기만 쳐다보고 있다. 원래 팀장이 ‘내가 책임질 테니 이거 해보자’ 해야 하는데, 팀장 본인이 ‘난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한다. 그럼 팀원들이 어떻게 힘이 나겠나.
지금 경영진이 보기엔 ‘난 잘하는데 왜 밑에 애들은 치열한 토론을 안 하지?’라고 할 거다. 알고 보면 그동안 자기들이 보고 받고 리젝트시키길 반복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직원들은 ‘토론해봤자 어차피 안 들어준다’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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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조직 문화에도 최근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죠.
"최근 일본 최대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토요타의 잇단 부정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며 개발 시간 단축에 따라 현장 직원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자회사의 품질 인증 조작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경직된 조직문화가 품질 및 부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https://www.carguy.kr/news/articleView.html?idxno=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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