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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45 돌로 돌을 치려해서야

by 변리사 허성원 2024. 1. 21.

돌로 돌을 치려해서야 

 

어릴 때 동네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왈패가 한 사람 있었다. 마을 들머리에 살며 삯일을 하는 김군이라 불리는 떠돌이였다. 그는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술만 한잔 들어가면 사람이 변해서 아래위 가리지 않고 시비를 걸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행패를 부렸다. 잘생긴 얼굴에 눈이 퉁방울 같고 목소리가 우렁차서 삼국지의 장비가 연상되었는데, 힘도 워낙 장사라 웬만한 장골 몇이 붙어도 힘으로는 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큰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어디에나 기꺼이 나서주는 동네의 실한 일꾼이기도 했다. 어쩌다 내 방학숙제와 한자 쓰기를 도와준 적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배운 바도 얕지 않았던 것 같다.

김군이 행패를 부릴 땐 눈빛마저 변하여 제정신이 아닌 듯하였기에 사람들은 앞 다투어 피했다. 그러면 그는 더 날뛰었다. 그런데 그 거친 사람을 신통하게 잘 다루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그가 아무리 날뛰어도, 아버지가 나서서 몇 마디 말로 달래면 금세 수그러들며 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종종 해결사로 나서시곤 했다. 그 비결을 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속의 응어리..' 혹은 '저 놈도 정이 고픈거야' 등의 말씀을 하신 것을 보면, 다들 괴물을 본 듯 피할 때, 아버지만이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의 아픔에 공감을 해주었던 것이 주효했던 듯하다.

어느 날 김군이 소리를 지르며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자, 동네 청년들이 더 이상 도저히 참고 볼 수 없으니 힘을 모아 그 버릇을 고쳐보려 했던 모양이다. 그때 아버지가 그들에게 하신 말씀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똑똑히 남은 가르침이 있다. '성이 나 마구 날뛰는 황소를 힘으로 다스리려 하는 건가?' '돌로 돌을 치면 뭐가 남아나겠나?' 등이다.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선택은 없다는 말씀이다. 설사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더라도 결국 나도 상하고 상대도 상할 것이며, 그 힘겨루기라는 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더 큰 폭력을 불러오는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김군은 아버지의 설득으로 동네를 떠났고, 마을에는 심심한 평화가 왔다.

'돌로 돌을 친다'라는 말을 얼마 전에 친구들과의 식사자리 대화에서 쓴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북한의 핵무장에 걸맞게 우리도 핵을 무장해야 하고, 저쪽에서 핵을 쓰면 우리도 맞대응하여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남북이 무력 경쟁을 하고 그것으로 싸우는 것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다. 특히 핵으로 싸우면 그 결말은 우리 한반도의 멸망이 되고 말 거다. 이 땅에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말에 친구가 "그러면 북한이 핵폭탄을 쓸 때 가만히 앉아서 당할 거냐?"고 다그쳐 물었다. 나는 외교 등 어떤 수를 써서라도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하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로 핵무기를 쏘아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가 항복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런 논의는 우리에게 정말 어려운 주제다. 남북이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하겠지만, 아무리 이긴다 한들 우리 민족이 죽어 사라지고 이 땅이 죽음의 방사능 천지라면 그 승리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나라가 수십 번 바뀌고 수많은 통치자가 왔다 가더라도 우리 후손들은 이 땅에 남아 그들의 역사를 수수만대 써내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고 승리가 아니면 차라리 파멸을 택할 수 있다는 필승의 의지는 당연히 옳다. 우월한 무력을 갖추고 상대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심리적 지배력까지 행사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무엇을 아끼겠는가.

하지만 잘 알다시피 전쟁은 보유한 무기의 양이나 무게를 달아보고 일으키는 것이 아니며, 그 승패도 반드시 힘의 크기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더 강한 무력, 더 많은 핵이 승리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어떤 전쟁이든 일단 벌어지면 당사자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비극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놀라운 뉴스가 있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에서 양측 군대가 서로 돌을 던지고 쇠몽둥이를 휘둘러 싸웠고, 그 결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최대 공룡 국가들이 석기시대 원시인들처럼 돌과 몽둥이를 들고 싸웠다고 하니,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핵무기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살상력이 뛰어난 첨단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어찌 그렇게 야만스럽게 돌과 몽둥이로 싸운단 말인가. 기가 막힌 이야기였다.

핵을 가진 중국과 인도는 그들 간의 전쟁이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 간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에서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하지 않기로 1996년에 합의해 두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국경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난투극이나 투석전이 종종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무기를 개량(?)하여 못이 박힌 쇠몽둥이를 만들어 무장하였고, 국경에서의 작은 다툼에서 이것을 휘두르는 바람에 인도군의 사상자가 늘어난 것이다.

못이 박힌 쇠막대로 사람을 공격하다니,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한 번에 수십 명 내지 수십만 명이 죽을 수 있는 핵무기 등 거대 전쟁 무기에 비한다면 쇠막대는 오히려 귀여운 장난감 정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연초에 우리 한반도의 남북 정상이 금방 전쟁이라도 일으킬 듯 독설을 주고받으며 새해를 시작했다. 그저 엄포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들 어깨에 얹힌 민족의 운명과 이 땅의 무게를 체감하며 신중히 처신해주길 간곡히 빈다.

시인 바이런은 이렇게 말했다. " 나라를 세우는 데 천 년의 세월도 부족할 수 있지만, 그 나라를 한 줌 흙먼지로 만드는 데에는 한 시간이면 족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말했다. "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울지는 모르겠지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필경 몽둥이와 돌로 싸우게 될 것이다." 돌로 돌을 치는 어리석음은 이 지구를 돌을 들고 싸우는 석기시대로 되돌리고 말 것이라는, 귀 기울여 들어두어야 할 따끔한 경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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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울 지는 모르겠지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필경 몽둥이와 돌로 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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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세우는 데 천 년의 세월도 부족할 수 있지만, 그 나라를 한 줌 흙먼지로 만드는 데에는 한 시간이면 족하다. _ 조지 고든 바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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