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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43 _ 리더의 덕목, 사자와 여우

by 변리사 허성원 2024. 1. 6.

리더의 덕목, 사자와 여우

 

케이론이라는 켄타우로스 족 현자가 있다. 켄타우로스 족은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의 종족으로서 동물로서의 야성적 본능이 강하다. 하지만 케이론은 그들과 달리 선량하고 지혜로웠다. 아폴론의 친구로서 그로부터 의술, 궁술, 음악, 예언 능력을 전수받아,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킬레우스 등 많은 그리스 영웅들을 가르친 스승이 되었다.

케이론은 특히 아킬레우스와의 인연이 깊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와 특별한 친분이 있어 인간인 그가 여신 테티스 여신과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아킬레우스가 갓 태어났을 때 엄마 테티스가 그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려는 과정에 남편과 뜻이 맞지 않아 다치게 된 다리를 고쳐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킬레우스를 어릴 때부터 맡아 길러 그리스 최고의 영웅으로 성장시켰다.

이 케이론이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에 등장한다. 16세기에 출간된 군주론은 군주가 어떤 덕목을 가지고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너무도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특히 '필요에 따라 잔혹하고도 비열한 비도적적인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군주론 제18장에서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언급하면서 케이론이 언급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군주론의 내용을 옮겨본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고대의 많은 군주들이 반인반수인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육되고 교육받았습니다. 반인반수를 스승으로 모셨다는 것은, 군주가 이러한 두 가지 성품을 모두 갖춰야 하며 어느 한 가지를 갖추지 못하게 되면 그 지위를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주라는 리더는, 자신의 지위를 제대로 지킬 수 있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성품과 짐승으로서의 성품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앞서 설명하고 있다.

"싸우는 데에는 두 가지 수단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법률에 따른 것이며 다른 하나는 힘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짐승에게 어울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 방법만으로는 다양한 상황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 방법에 의존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짐승과 인간의 성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대단히 직설적이고도 실용적인 조언이다. 인의를 강조한 동양의 제왕학이나 왕도정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십을 말하고 있다. 짐승과 인간의 성품을 겸비하여야 한다는 것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드러움으로 부리고 강함으로 다스려라(令之以文 齊之以武)'라는 가르침과 가깝다. 아무리 법과 질서를 강조하여도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그리고 인의를 도외시하고 오직 무력만으로 통치하는 것은 위태롭고 지속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인성과 야성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은 적절하다.

그러면서 짐승의 성품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짐승들 중에서도 여우와 사자의 성품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사자는 함정을 피할 수 없으며 여우는 늑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우가 될 필요가 있으며 늑대를 깜짝 놀라게 하려면 사자가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자의 역할만 하려는 군주는 모든 일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힘은 단순히 강하기만 하여서는 위태롭다. 그래서 사자의 강함에 여우의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우의 기질은 필요에 따라 사악한 처신도 불사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는 군주 자신이 언급한 약속도 과감히 어길 수도 있어야 한다. 상황이 불리해지거나 약속의 이유가 사라지게 되면 약속을 파기하여야 하며, 그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들을 언제나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우의 기질을 잘 활용한 군주들이 언제나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그 기질을 교묘하게 감추는 방법을 알고서 위선적으로 행동하고 거짓말을 능숙하게 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한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사악함까지 활용하라는 말 때문에 군주론이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마키아밸리는 리더의 인간적인 성품과 미덕을 부정하거나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사악함과 같은 야성적 성품은 필요할 때에만 활용하여야 하며, 평소에 그런 성품을 마구 드러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자비롭고 신의가 있으며 인간적이고 정직하며 근엄하게 보이는 것이 좋으며 실제로 그런 성품을 갖추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품을 보이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정반대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리더는 자신이 리더로서 취할 수 있는 좋고 올바른 태도를 잘 알고 평소에 실천하여야 하며, 그와 동시에 비열하고 사악한 태도는 잘 체득해 두었다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이면에 사악함을 숨겨두고는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한마디로 입에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은 구밀복검(口蜜腹劍), 혹은 양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리더십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기회에서 위기를 보고 위기에서 기회를 항상 함께 생각하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그러니 강력한 사자의 힘에다 사악함마저도 불사하는 여우의 지혜를 겸비하라. 이는 항상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면서 최악을 대비하여야 하는 숙명을 가진 리더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덕목이 아닌가.

 

아킬레우스에게 리라 연주법을 가르치는 케이론. The centaur Chiron teaching Achilles how to play the lyre.   Roman fresco from Herculaneum,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Naples.
케이론, 펠레우스, 아기 아킬레우스. Chiron,  Peleus  and infant Ach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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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추구하면서 최악에 대비한다. I am prepared for the worst, but hope for the best. _ 영국 작가 및 총리 벤자민 디즈레일리.

** 손자병법(孫子兵法) 제8편 구변(九變) 중에서

是故智者之慮, 必雜於利害. 雜於利而務可信也, 雜於害而患可解也.
그러니, 지혜로운 자는 반드시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헤아린다.
불리할 때 유리함을 고려하면 해야 할 일에 믿음을 가질 수 있고,
유리할 때 불리함을 고려하면 재난을 해결할 수 있다.

조조는 이 부분에 대해 ' 이로움이 있을 때 해로움을 생각하고, 해로움이 있을 때 이로움을 생각한다(在利思害, 在害思利.)라고 해설하였다. 즉 위기에서 기회를 보고 기회에서 위기를 보는 현대의 시나리오 경영이나 리스크 관리에 해당한다.

 

출처: https://athenae.tistory.com/1971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티스토리]

** 군주론 제18장

싸움을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수단이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중 한 가지는 법률에 따른 것이며 다른 한 가지는 힘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것이며 두번째 방법은 짐승에게 어울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첫번째 방법만으로는 다양한 상황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두번째 방법에 의존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짐승과 인간의 성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고대의 저술가들은 이러한 정략을 군주들에게 비유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고대의 많은 군주들이 반인반수인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육되고 교육받았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반인반수를 스승으로 모셨다는 것은 군주가 이러한 두 가지 성품을 갖춰야만 하며 어느 한 가지를 갖추지 못하게 되면 그 지위를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짐승의 성품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짐승들 중에서도 여우와 사자의 성품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사자는 함정을 피할 수 없으며 여우는 늑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우가 될 필요가 있으며 늑대를 깜짝 놀라게 하려면 사자가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자의 역할만 하려는 군주는 모든 일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통치자라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해지거나 약속하도록 만들었던 이유가 사라지게 되면 약속을 지킬 수도 없을 뿐더러 지켜서도 안됩니다. 만약 모든 인간이 선하다면 이 교훈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사악하여 군주에게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군주 역시 그들에게 했던 약속들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군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들을 언제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협정과 약속들이 신의없는 군주들로 인해 파기되고 무효화되었는지에 대한 최근의 예들은 수없이 많이 제시할 수 있으며, 그들 중 여우의 기질을 가장 잘 활용한 군주들이 가장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여우의 기질을 교묘하게 감추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며 가장 위선적이어야 하며 거짓말을 능숙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매우 단순하여 눈앞의 필요에 따라 쉽게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속이고자 하는 자는 언제라도 속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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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군주는 앞에서 언급한 모든 성품을 다 갖출 필요는 없겠지만 마치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성품을 모두 갖추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은 군주에게 해롭지만,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비롭고 신의가 있으며 인간적이고 정직하며 근엄하게 보이는 것이 좋으며 실제로 그런 성품을 갖추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품을 보이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정반대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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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군주는 운명의 방향과 자신에게 닥쳐오는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급했듯이 가능하다면 올바른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필요성이 생기면 사악한 태도를 보일 수 있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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