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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읽은책

[서평] 용인(用人) _ '제왕의 사람들'

by 변리사 허성원 2022. 12. 26.

[서평] 용인(用人) _  '제왕의 사람들'

 

이번에는 서평이다. 사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사마천학회 김영수 이사장이 새로이 낸 용인(用人)에 관한 책 '제왕의 사람들'을 읽고 정리하였다. 저자는 내 지식 여정의 상당 부분을 이끌어주셨던 분이다. 그동안 사기의 가르침에 기초하여 리더십에 관해 다양한 주제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많은 책을 출간했었다. 지난 책들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온갖 덕목들에 대해 다양하게 다루어졌지만, 정작 중요한 용인술에 대해서는 이제야 비로소 책으로 출간되었다.

리더가 뜻을 세우고 그것을 널리 펼치기 위해서는 그 뜻을 받들고 실행해줄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한 최적의 인재를 여하히 구하고 활용하는가가 일의 성공을 좌우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이 그 용인이라는 주제를 넓고도 깊게 다루고 있다. 그 철학과 가르침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반드시 충분히 체화해 두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용인의 기술을 단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먼저 좋은 인재를 구하고(득인得人), 그 인재가 재능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용인用人), 인재의 역량이 더욱 성숙하게 자라도록 하고(육인育人), 그렇게 잘 성장시킨 인재가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무르게 하여야 한다(유인留人). 그 각 용인 기술에 대해 고사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그 종합적 인재 관리 철학이 서로 유기적으로 가동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용인의 요체는 한비자 주도편의 말로 정리된다. "현명한 군주의 통치술은 지혜로운 자를 부려 그 지혜를 다 짜내고 군주는 그에 따라 일을 결단하므로 군주의 지혜는 무궁해진다. 또 유능한 자의 능력을 다 발휘시키고 군주는 그에 따라 맡기면 되기에 군주의 재능은 무궁해지는 것이다." 이 말은 '아름다운 꽃은 푸른 잎사귀를 필요로 한다'라는 속담으로 더욱 간명하게 압축할 수 있다.

한편으로 '용인(用人)'은 항상 아래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 방향으로 상향 발휘되어야 할 때가 있다. 리더가 인재를 쓸 때가 아니라, 그 반대로 인재가 리더를 활용하고자 할 때에도 용인의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그를 알아주고 이끌어줄 리더가 없거나 아둔하면 그 인재는 재능을 온전히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그가 따를 주군을 까다롭게 고르고, 그리하여 대업을 이룬 사례가 적지 않다. 정말 뛰어난 인재는, 자신이 의탁할만한 리더를 구하고, 그 리더가 리더십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를 더 성숙되게 성장시키며, 리더의 역할과 지위가 오래 유지되도록 보좌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래서 절정의 용인술은 리더와 인재가 동시에 손을 뻗어 만나는 줄탁동시의 용인이다. 이와 관련하여 책은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리더를 나무, 인재를 새에 비유했다. 여기서 '나무(리더)가 새(인재)를 선택한다''택조(擇鳥)'라는 전통적인 인재관이 나왔다. 이후 이 인재관은 '인재가 리더를 선택한다''택목(擇木)'으로 발전했고, 다시 '인재가 리더를 발전시킨다''육목(育木)'으로까지 진전했다. 물론 '인재를 기른다''육조(育鳥)'도 필요하다.”

책을 읽다 눈에 띄는 키워드 몇 가지를 옮겨본다. 이들 키워드들만으로도 위대한 리더들의 용인술에 대해 상당한 통찰을 느낄 수 있다.

'각박해서 성공한 리더 없고, 포용해서 실패한 리더 없다.' '높음은 낮음을 기초로 한다.' '왕의 재목은 사람을 많이 가진 자다.' '사람이 많으면 하늘도 이긴다.' '재능은 덕의 밑천이요, 덕은 재능을 이끄는 장수와 같다.' '유능한 사람을 임용하면 다스려질 수밖에 없고, 못난 자를 기용하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재능을 헤아리고 능력을 살피는 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다.' '사람이 거울 없이 어찌 옷차림을 단정히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역사를 거울로 삼지 않고 어찌 흥망성쇠의 교체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지 않고 어찌 득실을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잡으려 하면 잃고 나누려 하면 커진다.' '독단은 독의 다른 말이다.' '수레의 높이를 높이고 싶다면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문의 문턱을 높이라.' '태산은 단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자잘한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 '의심이 가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책 속의 지식으로 말을 모는 자는 말의 속성을 다 이해할 수 없고, 낡은 법도로 현재를 다스리는 자는 사리의 변화에 통달할 수 없다.' '법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 '리더의 도덕이란 아랫사람의 마음을 정복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