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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허성원 변리사 칼럼]#75 반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the anticommons)

by 변리사 허성원 2022. 7. 5.

반공유재의 비극

 

마을에 공동 목초지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한정된 목초지에 맞게 적절히 할당된 수의 소를 방목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소를 늘린다고 하자. 그 개인의 이익은 잠시 늘겠지만, 과잉 방목으로 공유지는 황폐화하고 그 피해는 모두가 나눠야한다. 개인이 소를 늘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개인의 합리는 집단의 합리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비극적인 딜레마다. 

이 이야기는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로이드의 1833년 에세이에서 언급되고, 개릿 하딘의 논문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에 인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거기에 비극이 있다. 각 개인은 한정된 세계 내에서 자신의 소떼를 무한히 늘리도록 강요받는 시스템 속에 갇혀 있다. 공유지의 자유를 믿는 사회에서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은 파멸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는 짓이다." 개인과 공공의 이익 충돌을 설명하는 이 개념은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해양생태계 보존, 조세제도와 같은 경제나 환경 분야의 이슈에서 자주 거론된다. 

'공유지의 비극'로부터 '반(反)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the anticommons)'이라는 말이 파생되었다. 공유재의 남용과는 달리, 반공유재 즉 사유재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유용한 자원이 사유물화 되었을 때, 공공은 그 자원을 원활히 활용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피해를 반공유재의 비극이라 한다.

이 개념을 마이클 헬러는 1988년 논문에서 중세 독일의 '강도 귀족'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신성로마제국의 통제력이 약해지자 라인 강변의 귀족들이 강을 분할 점유하여 톨게이트를 설치하고는 지나가는 배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하였다. 그런 약탈적 통행료의 부담으로 인해 선박들은 라인강을 통한 물자 수송을 포기하게 되어, 라인강의 수운 산업은 극도로 쇠퇴하였고,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고 독일 연방이 성립된 19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되살아났다. 

'반공유재의 비극'은 사유지의 통행제한, 알박기 등의 예에서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특허, 저작권,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의 존재 의미나 그 과잉보호를 비판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특허권 등은, 일반의 유체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이용을 배제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능을 갖는다. 그 배타적 권능이 공공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의 팬데믹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보유한 코로나 백신 특허로 인해 백신 공급이 지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특허 덤불(patent thickets)’의 이슈도 있다. 특허들이 촘촘하게 중첩되게 얽혀 그물 형태의 덤불을 형성하여, 새로운 시장 진입이나 혁신을 방해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반공유재의 비극’은 종종 그리드락(Gridlock)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그리드락은 교차로에서 차들이 뒤엉켜 움쩍할 수 없는 정체상태를 뜻하며, 마이클 헬러 교수가 저서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에서 반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끼리 서로 상대의 특허를 침해하여 자신의 기술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그러한 모습이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드락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충돌은 특허 강제 실시, 크로스라이센스, 공동 특허풀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특허의 면제에 관한 협의조차도 팬데믹이 2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명쾌한 결론이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이해 조절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그 과정에서의 비극은 공공이 감내해야할 몫이다.

반공유재의 비극을 즐기는 자들이 있다. 특허괴물이다. 그들은 특허를 보유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실시하여 적극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다른 기업들의 특허발명 이용을 방해하거나 특허침해를 공격함으로써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노리는 것이 그들의 핵심역량이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그들이 제기한 수백 건의 특허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타인 혹은 공공의 비극은 그들에게는 희극인 셈이다.

특허괴물이 공공의 비극을 즐긴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천사도 존재한다. 그들은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특허,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을 이타적으로 공공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코로나 백신 등 특허의 무상 공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카피레프트(Copyleft) 등이 그러하다. 그 덕분에 사회는 행복한 ‘공유재의 희극’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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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유재의 비극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생활에서도 가볍게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아파트는 입주 당시부터 개별 주차 위치를 할당하였었다. 지정주차제를 채택하여 추첨을 통해 각 가구마다 독자의 주차공간을 배정한 것이다. 지정주차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주차영역은 지정주차 대수를 초과한 차를 누구나 주차할 수 있는 공용 주차 영역으로 하였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니 문제가 드러났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차를 복수 대 보유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가족의 차를 배려하여, 자신의 지정주차 공간은 가급적이면 비워놓고 공용주차 공간에 차를 먼저 대는 것이다. 결국 공용 주차 공간은 항상 빈 자리가 귀하고, 지정 주차 공간은 항상 빈 곳이 많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은 곧 풍요속의 빈곤이라 할 것이다. 
지정주차를 철폐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차를 한 대만 가지고 있는 집은 반대가 컸다. 자신들의 편리를 희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긴 토론과 투표 끝에 얼마 전 지정주차 철폐를 결의하고 지금은 자율주차제로 변경되었다.
지금은 아파트 내 주차공간은 항상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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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wikipedia.org/wiki/Tragedy_of_the_anticommons

 

Tragedy of the anticommon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Type of resource coordination breakdown Scientists are often reluctant to share their data.[1] 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 is a type of coordination breakdown, in which a commons do

en.wikipedia.org

 

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

Adding the idea of ‘underuse’ sets the stage for the anticommons. Looking back at figures 3–7,you can see there is a gap in our labeling scheme.We have seen the complete spectrum of use, but not the analogous spectrum of ownership. What form of ownership typically coincides with squiggly underuse? The force of symmetry helped reveal a hidden property form. Figure 8 shows my path to the anticommons.

I coined the term tragedy of the anticommons to help make visible the dilemma of too fragmented ownership beyond private property. Just as the idea of ‘underuse’ transforms the continuum of resource use, ‘anticommons’ transforms the continuum of ownership. It shows that the move from commons to private can overshoot the mark (figure 9).When privatisation goes too far, resources can end up wasted in an unfamiliar way.

Seeing the full spectrum of ownership has another benefit.Our understanding of commons ownership may help inform solutions to anticommons tragedy.To start, consider the distinction between open access (anarchy open to all) and group access (property that is commons to insiders and private to outsiders).This distinction can do some work on the anticommons side of the spectrum as well. The conventional wisdom has often overlooked group access, but we don’t have to. Under the right conditions, groups of people succeed at conserving a commons resource without regulation or privatisation.18 Cooperation can get us to optimal use. Under what conditions does cooperation work, and what does that teach us about fixing underuse dilemmas? At the extreme of open access, group norms don’t stick. For example, anyone can fish for tuna on the high seas.Tuna fleets work in relative isolation, and their catches can be sold anonymously to diverse buyers. Conservation norms, such as voluntary limits on fishing seasons, may gain little traction. Gossip and other low-cost forms of policing don’t work for wide-ranging international fleets. Unless states intervene, overuse is hard to avoid.Whales were saved from extinction more through naval powers enforcing international treaties than through gossip at the harbor bar

 

https://www.fnnews.com/news/202205081824332348

 

한국기업 노리는 '특허괴물'… 미국내 피소 78% 차지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지난해 미국 내에서 우리기업의 특허소송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우리기업의 소송은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NPE·N

ww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