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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허성원 변리사 칼럼]#78 골프 퍼팅 방법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by 변리사 허성원 2022. 8. 15.

골프 퍼팅 방법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골프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프로인 최경주는, 2010년 브리티시오픈에 독특한 퍼터와 희한한 자세로 퍼팅을 하여 큰 화제가 되었었다. 긴 샤프트의 중간과 상단을 양손으로 나누어 잡고, 오른발의 바깥쪽에 둔 공을 볼링을 하듯 미는 것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내는 통상의 퍼팅과는 진행 방향이 직교한다. 그의 인상적인 도전과 시도는 큰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몇 경기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이내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이러한 앞으로 밀기 퍼팅은 말안장에 앉은 듯해서 말안장 퍼팅’(Saddle putting)이라 부른다. 이런 자세는 최경주가 처음은 아니다. 원래 공을 앞으로 밀면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많은 골퍼들이 시도한 바 있다. 특히 PGA 역사상 최다승 기록(82)을 보유한 샘 스니드가 1966년에 이 방식을 사용하여 유명해졌다.

샘 스니드는 최경주와 달리, 소위 스트래들링 스탠스(Straddling Stance)라 불리는 퍼팅라인 걸치기 자세를 취했다. 즉 공을 양발 사이에 두어 퍼팅라인 양측에 걸치고 서서, 퍼터로 공을 앞으로 미는 것이다. 상상해보면 그 모습이 적잖이 민망하다. 샘 스니드는 그를 통해 퍼팅 입스를 탈출하며 한동안 재미를 보긴 했지만, PGA는 이내 그 품위 없는 자세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최경주는 공을 발 바깥에 두므로 그 규정에 걸리지는 않는다.

자 그럼, 이런 특이한 퍼팅 동작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제법 경륜이 있는 변리사들도 선뜻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통상 접하는 기술 발명에 대해서는 신규성이나 진보성만 따져보면 된다. 그런데 이 사안은 그보다 선행되는 요건들 즉 특허제도의 보호 대상인 발명으로서 성립하는지, 산업상 이용가능한 발명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먼저 골프는 그 자체로서 스포츠 산업의 한 축을 이루므로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명의 성립성은 해당 발명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 요건은 특허제도가 자연법칙에 위배(영구기관 등)되거나 오로지 인간의 정신활동(최면술 등) 혹은 인간 간의 약속(금융기법, 회계방법 등)에 의존하는 것 혹은 개인의 기량에만 해당하는 것 등을 배제하고, 반복적이고 객관적인 실시가 가능한 기술에 대해서만 특허를 허여한다는 취지다. 퍼팅방법은 퍼터라는 물건을 다루는 기법에 해당하므로 자연법칙에 부합된다. 그리고 동일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타인에게 전달 가능한 객관성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술성발명의 성립성의 요건도 갖춘 것으로 인정된다.

이들 산업상 이용가능성발명의 성립성의 문턱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특허를 받을 수는 없다. 이제 신규성과 진보성의 관문이 남아있다. 도대체 얼마나 독특한 자세와 동작이어야 할까. 통상의 알려진 퍼터를 이용하여 기술적으로 신규하고 진보적인 퍼팅방법을 고안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 특허에서는 특이한 그립방법에 관한 퍼팅방법 특허가 제법 발견되지만, 국내 특허에서는 거의 모두가 특별히 고안된 새로운 타입의 퍼터나 퍼팅 연습기구 혹은 보조기구들을 사용하는 퍼팅방법에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퍼팅방법 그 자체로서 특허 가능한 진보된 기술을 창안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

여하튼 퍼팅방법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특허는 과연 실질적인 효력이 있기는 할까? 실제에서 전혀 힘을 못 쓰는 특허도 많다. 사안에 따라 침해의 입증, 권리의 행사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 혹은 세계의 수많은 골프장에서 누가 그 퍼팅방법을 사용하는지 일일이 잡으러 다녀야 한다면 무척 곤란한 문제다.

그런데 특허권의 효력은 업으로서실시하는 자에게만 미친다. 그래서 아마추어 골퍼는 특허 받은 퍼팅방법을 개인적으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골프를 으로 하는 프로골퍼들에게만 특허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특허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니, 침해 확인의 부담이 대폭 줄고 비교적 용이하다. 그런 만큼 프로선수들이 앞 다투어 사용하고 싶은 기막힌 퍼팅방법이 아니라면 경제적인 수익성은 그다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특허 받은 퍼팅 방법이라면, 동반자 등의 호기심이나 취미감을 자극하는 이야기꺼리로서 나름 재미가 있을 듯하다.

<클릭하면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샘 스니드의 스트래들링 스탠스(Straddling Stance) 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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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스윙을 매우 난해하게
(?) 하는 친구가 있다. 심한 상하 위빙, 업라이트 8자 스윙, 오른발 뒤로 빼기 등 여러 희한한 동작들을 한 스윙 중에 모두 해낸다. 그런 희한한 동작을 해도 스코어는 그리 나쁘지 않다. 정작 그 스윙의 효과는 동반자들의 집중력을 흩트려 스윙을 망가뜨림으로써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에서 나타난다. 한 친구가 내게 물어본다. 저 스윙 동작을 특허 받을 수 있냐고

질문을 받는 순간 잠시 당황했다. 수십년 변리사 노릇을 했지만, 허릴 찔린 듯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충 답을 얼버무리고 돌아와서, 자료도 좀 찾아보고 곰곰히 하나씩 따져보며 정리하였다. 이 글에서 '퍼팅방법'을 예로 들은 것은 최경주의 퍼팅 사례를 끌어오기 위한 것이다.  

혹 퍼팅 자세가 아닌 기발한 스윙 동작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가 궁금하다면, 퍼팅방법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고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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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방법에 관한 미국 특허 사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