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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경영 리더십

펩시콜라의 전투기 경품 사건

by 변리사 허성원 2022. 2. 6.

펩시콜라의 전투기 경품 사건

 

1995년, 펩시콜라는 사은품 이벤트를 열었다.
를 위한 상업광고가 법적 논란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펩시는 광고 내용이 농담이었다고 하며 스스로의 말을 부정하였지만, 대단한 사회적 관심을 끌며 단단히 혼쭐이 났던 사건이다.

경품이벤트는 통상 알려진 것과 같이 펩시의 라벨에 있는 포인트를 모아 오면 티셔츠, 선글라스 등을 경품으로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는 놀라운 경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700만 포인트를 모아오면 해리스 전투기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TV 광고에서는 학생이 전투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는 장면도 있었다.
700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70만달러(약 8억4천만원) 어치의 콜라를 마셔야 한다. 그것은 1680만 캔에 해당한다.

존 레너드라는 한 대학생이 그 광고에 주목했다.
해리스 전투기의 가격이 3400만달러 정도였으니,
70만달러만 있으면 약 50배 가까운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그는 몇몇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70만달러를 마련했다.
펩시 라벨 15장과 함께 
콜라값 70만달러 수표를 펩시에 보내면서 전투기를 달라고 요구했다.

레너드의 요구에 대해, 펩시는 그 광고 내용은 농담이었다고 응답했다.
"수천만 미국인과 세계 사람들이 그 광고를 봤지만 모두 농담이라 여기고 웃어넘겼다"고 하면서,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레너드는 비즈니스 조언가, 법률가 등을 고용하여 펩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펩시는 레너드의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또 누군가가 전투기를 요구하는 일이 생길까봐 전투기를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7억포인트로 대폭 높였다.

소송에서 법원은 펩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객관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업광고가 실제로 고객들에게 해리스 전투기를 줄 것이라는 합리적인 결론을 결코 내리지 않을 것이다."
"No objective person could reasonably have concluded that the commercial actually offered consumers a Harrier Jet."

결국 이 사건은 양측 모두의 어리석은 짓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펩시의 경솔한 장난 광고도 문제였고, 그것을 믿고 전투기를 요구한 대학생도 무모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돌아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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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의표시(非眞意表示)

펩시의 광고처럼 스스로 농담이라 여기고 한 의사표시를 '진의아닌 의사표시' 즉 비진의표시(非眞意表示)라 한다. 심리유보(心裡留保) 혹은 단독허위표시(單獨虛僞表示)라 부르기도 한다.

당사자가 스스로 진의가 아님을 알고 한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무효가 된다.
군사용 전투기를 개인에게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명백히 농담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펩시의 광고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었고, 전투기를 요구한 레너드는 패소하였다.

비진의표시의 무효는 그런 농담류의 의사표시를 주고받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 의사표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행동한 선의의 제3자가 존재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의사표시의 무효를 이유로 대항하지 못한다. 선의의 제3자의 이익은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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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펩시콜라의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