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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항문침'에서 배우는 특허 전략

by 변리사 허성원 2021. 10. 7.

'항문침'에서 배우는 특허 전략

 

** 최근 모 대통령 후보의 '항문침 시술'과 관련한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를 밀착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문침 시술 전문가는 그의 명의로 '항문침 침구'에 대해 특허를 취득한 적이 있습니다. 다소 좀 유쾌하지 못한 용어이긴 하지만, 이 기회에 특허제도를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남의 특허를 아무나 찾아볼 수 있는가?

1-1.
특허 등록이 되면 특별한 사유(국방상, 공익상)가 없는 한 모두 공개됩니다.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출원 계속중인 건들은 출원일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나면 공개됩니다.
등록 후의 공개는 '특허공고'라고 하고, 미등록상태의 공개는 '특허공개'라 부릅니다. 

특허 조사는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데이타베이스인 키프리스에서 누구나 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므로 참고 자료를 찾는 데는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도 쉽게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공개 혹은 공고 공보를 보면 다양한 정보가 보입니다.
그 표지에는 발명자, 특허권자(출원인), 대리인 등 인적 사항과 출원일, 우선권주장일, 등록일 등과 같은 절차상의 일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허의 심사에 인용된 선행기술들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이 특허가 그런 선행기술들에 비해 새롭고 진보적임이 증명되었기에 특허등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발명의 내용을 기재한 명세서도 함께 공개된다는 것입니다. 특허권으로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의하는 '특허청구의 범위'와, 그 기술을 설명하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 및 도면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보의 전체 내용이 담긴 PDF파일을 아래에 첨부해 두었으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특허 출원은 발명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특허 등록은 출원된 발명에 대해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여 특허권이 발생하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1-2.
그런데.. 특허는 왜 공개할까요?
특허 명세서는 권리문서이자 기술문헌입니다.
남의 땅이 어디까지인 줄 알아야 그 땅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남의 특허를 사전에 확인하고 회피하여 안전하게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허 내용이 공시됩니다.

한편으로는, 공개된 특허내용을 잘 학습하고 활용하면 남의 기술을 공짜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사실은 특허를 공개하는 진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의 특허를 보고 배우면 국가의 기술은 더욱 발전하게 되고 산업 역시 그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특허 공개는 특허제도의 기본 철학입니다.

 

1020130001496_항문침_이병환.pdf
0.43MB

 

2. '항문침' 특허는 어떤 내용인가?

- 발명의 명칭 : '뇌신경 마비 치료 또는 중풍 치매 예방 및 치료용 항문침 침구'

- 특허청구위 범위 제1항
"시침을 하는 시술자의 손가락에 감싸서 장착되고, 침이 고정되는 침 고정부와, 손가락에 탈착가능하게 결합되는 탈착부를 포함하는 밴드부와; 상기 밴드부에 고정되는 과; 상기 침이 고정된 밴드부 외부의 손가락을 감싸는 탄성 커버를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뇌신경 마비 치료 중풍 치매 예방 및 치료용 항문침 침구."

특허의 핵심요지는 '특허청구의 범위'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명세서의 나머지 부분은 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라 여겨도 좋습니다.
청구범위의 기재 내용에 따른 발명의 요지는, 간단히 말하면, 침을 밴드로 손가락에 고정하고 그 외부를 탄성 커버로 둘러쌉니다. 그렇게 침을 고정한 상태로 손가락을 밀어넣어 특정 부위에 침을 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으~ 상상해보니.. 시술하는 사람이나 시술 당하는 사람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 한 번 만들어 써보고 싶은데, 특허 때문에 안되나요?

아닙니다.
꼭 쓰고 싶으면 특허가 존재하여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권의 효력은 특허발명을 '업으로써' 생산, 사용, 양도 등의 실시 행위에만 미치기 때문입니다.

'업으로써'만 아니라면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업으로써'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여기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본다든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한다든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설마 직접 실험해보시려는 것은 아니시죠?

 

4. 특허 회피 방법은 없나요?

저 제품을 굳이 '업으로서' 실시해보고 싶으시다구요?
그렇다면 제가 꿀팁을 하나 알려드리죠.

특허의 필수구성요소는 앞에서 설명드렸던 바와 같이 세 가지 요소입니다.
바로 '침', '밴드' 및 '탄성 커버'입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특허침해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허청구의 범위'는 특허의 권리문서라고 말씀드렸죠?
권리문서는 계약서와 같은 것입니다. 계약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계약에 구속되지 않는 것과 같이, 특허 침해 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특허의 필수구성요소가 '침', '밴드' 및 '탄성 커버'이니까, 그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버리시겠습니까?
'침'은 어쩔 수 없으니, 밴드와 탄성커버 중 어느 하나를 없애면서, 양쪽 기능을 다하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성요소 중 일부를 버리는 것!
이것이 특허 회피 방안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 툴입니다.
잘 기억해두셨다가 꼭 시행해보시기 바랍니다.

 

5. 그런데 확인해보니.. 이제는 저 특허를 마음놓고 사용하여도 괜찮습니다.

특허가 소멸되었더군요.

앞에서 언급한 키프리스에는 특허공보뿐만 아니라 특허의 '등록원부' 내용도 공시하고 있습니다.
등록원부는 부동산의 등기부등본과 같습니다. 권리의 생성, 소멸, 변동, 담보설정 등의 사항이 등재됩니다.

거기에 확인해보니 2017년 4월 부로 소멸되었군요. 소멸 원인은 등록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저 '항문침 침구'를 업으로써 생산, 사용, 양도하실 수 있습니다.

특허가 최초 등록되려면 3년치의 등록료를 내야합니다.
그 이후에는 매년 등록유지료(연차료)를 납부하여야만 특허가 유지됩니다.
연차료는 해가 갈수록 많이 비싸집니다.
잘 활용되지 않는 특허는 적절한 시기에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포기의 방법은 등록료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이것은 특허제도가 노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급적이면 특허를 조기에 소멸시켜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한편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특허라면 비싼 연차료를 내면서도 유지할테니,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요.

소멸된 특허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멸되어 공짜 기술로 된 특허가 엄청나게 많이 있겠지요.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게는 보물창고와 다름 없습니다. 다들 한 때 잘나가던 기술이었을테니까요.

여러분들을 보물창고로 적극 안내합니다~
여기 키프리스에 들어가셔서 관심 있는 기술을 키워드로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황홀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6. 왜 '치료방법'에 대해 특허를 받지 않았을까요?

항문침 시술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치료방법입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뇌신경 마비 치료 중풍 치매 예방 및 치료을 통한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 기상천외한 '치료방법' 그 자체를 특허로 받아둔다면 최고의 특허전략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어떤 침구를 사용하든 해당 부위에 침을 놓기만 하면 특허침해로 잡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왜 그 치료방법에 대해 특허를 받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특허를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료방법은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산업상 이용 가능성'은 특허 요건입니다.
그외에도 특허대상에서 제외되는 발명에는 공서양속을 문란하게 하는 발명, 공공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발명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의료행위에 관하여서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특허 때문에 좋은 치료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륜에 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행위를 의사만 하는 게 아닙니다. 로봇 등 기계가 의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더 늘어나 겁니다.
그래서 특허제도도 불가피하게 변화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특허청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가 "의료방법 특허"에 관한 최근 이슈를 비교적 잘 정리하고 있다.

<수술·치료·진단하는 '의료방법 발명' 특허 대상으로 포함되나>

"의료방법 발명은 인체를 필수요소로 하는 수술, 치료 또는 진단하는 방법에 대한 발명을 의미하며, 의료행위를 포함한다. 의료방법 발명의 특허 여부는 국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방법 발명을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으로 취급해 불특허 대상으로 규정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의료행위는 인간의 존엄 및 생존에 깊이 관계됐다는 점 ▲모든 사람은 의사의 도움을 통해 질병의 진단, 치료, 경감 또는 예방할 의료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 ▲의사가 의료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특허의 침해여부를 신경써 자유로운 접근이 어렵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이 융합됨에 따라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진단 방법과 로봇에 의한 수술방법이 환자의 진료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허청은 의료방법 발명의 특허 포함을 논의하기 위해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우선 제1안은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했다. 이 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특허 침해에 대한 우려 없이 의료행위를 실시할 수 있도록 특허권 효력을 제한한다.
.. 1안은 AI를 활용한 진단방법, 디지털 치료방법 등 효과적인 의료 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부여해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의료인의 임상적인 경험이나 개인적인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는 전통적인 수술·치료방법에 대한 특허 부여 가능성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의료인과 의료 행위의 범위 설정이 모호하다는 한계점도 있다.
2안은 의료 방법 발명 중 수술·치료 방법 발명에 대해선 불특허하고, 진단 방법을 특허하는 방안이다. 1안과 마찬가지로 의료인이 진단방법 발명에 대한 침해 우려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특허권 효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허청은 "주로 의료인의 숙련도에 좌우되는 수술·치료방법에 대해 불특허해 국민 법감정을 완화할 수 있다"며 "진단방법에 대해 의료인의 면책조항을 둬 인도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장점을 기대했다. 다만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 수술 방법의 분류가 애매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점이다. 또한 기술 개발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지 모르는 치료·수술·방법 발전을 제한하는 입법이 될 수 있고, 유전자 치료 등 바이오 분야 관련 치료방법에 대한 보호도 미흡하다."

(추가할 내용이 생각나면 더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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