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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허성원 변리사 칼럼] #44 모방하라, 다만 그 출처를 숨겨라

by 허성원 변리사 2021. 9. 24.

모방하라, 다만 그 출처를 숨겨라

 

“서시(西施)가 가슴에 병을 앓아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 그 마을의 추녀가 그녀의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고 여겨, 돌아가 자신도 가슴을 손으로 받치며 찡그리고 다녔다. 그것을 보고 마을의 돈 많은 사람은 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은 아내와 자식을 이끌고 마을을 떠났다. 그 여자는 찡그린 것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을 뿐, 찡그려도 아름답게 보인 까닭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 서시는 고대 4대 미녀 중 한 사람이다. 본래 대단한 미인이니 찡그리고 다녀도 여전히 아름답다. 추녀는 그저 서시의 찡그림만을 보고 무턱대고 흉내 냈기에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고사에서 '효빈(效嚬, 찡그림을 흉내 내다) 혹은 '빈축(嚬蹙, 얼굴 찡그림)'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고, '빈축을 사다'라는 표현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이 고사를 보면 장자의 대단한 유머감각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흉내 내어 찡그리고 다니는 모습이 아무리 보기 싫기로서니, 문을 잠그고 출입을 삼가며, 심지어는 가족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다니. 장자는 이 고사를 들어 공자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비판한다. 공자가 옛날 주나라의 이상 정치를 춘추시대 말기의 난세에 부흥시키고자 노력한 것을 두고, 성인의 가르침이라 하여 무턱대고 흉내 내는 것은 시대 변화를 망각한 망상임을 지적하면서, 제도나 도덕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장자에는 또한 추수편(秋水篇)에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고사가 있다. 연나라에서 온 한 젊은이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새로운 걸음걸이를 미처 터득하기도 전에 옛 걸음걸이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돌아갈 때는 엎드려 기어서 겨우 갔다고 한다. 어설프게 남의 흉내를 내다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이야기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효빈 혹은 한단지보는 카피캣(Copycat)이라 불린다. 남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모방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때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를 그렇게 부르며 비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방은 인간의 태생적 본능이다. 우리의 모든 언어, 행동, 동작, 지식 등은 누군가의 것을 모방하여 습득한 것이다. 기업 활동도 마찬가지다. 남의 마케팅 전략, 기술, 경영방법 등을 분석하고 배워서 활용한다. 이를 우리는 좋은 말로 학습, 벤치마킹 혹은 리버스엔지니어링이라 부른다.

피카소가 "유능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하고, 아무리 모방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그저 맹목적으로 베낀다면 세인의 빈축(嚬蹙)을 피할 수 없다. 심하면 장자의 말처럼 고객들이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거나 식구들을 데리고 달아날지도 모른다. 혹은 한단지보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원래 가진 것마저 잃어버리고 바닥을 기어 다녀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인의 빈축이 아닌 칭송을 받을 수 있는 모방은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런 모방을 창조적 모방이라 부른다. 창조적 모방은 비록 그 기초가 모방이지만 이 세상에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그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창조적 모방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 그런 '연결'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응당 칭송받아야 마땅하다. 애플의 스마트폰은 기존에 존재하던 서로 다른 디지털 기기들을 하나로 연결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스마트폰이 이 시대 세상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머리 숙이고 경배하게 만들었지 않은가.

"창의력의 비밀은 그 출처를 숨기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모방의 출처를 숨기는 방법'은 잡스가 말한 '연결'의 다른 말이다. ‘연결’에 의해 새로이 창출된 창의적 가치가 현저하면, 사람들은 그 현저한 가치에 매혹되어 모방의 소재가 된 기존의 가치들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망각하게 된다. 새 가치에 비해 기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방의 출처는 자연스레 창의적 가치 속에 숨겨지고, 비로소 빈축이 아닌 칭송을 받게 된다.

그러니 마음껏 모방하라, 다만 출처를 숨기는 새로운 '연결' 방법을 찾으라! 그것이 바로 참다운 창의력이며 칭송받는 모방이다.

 

<西施 浣紗圖, 서시가 빨래하는 그림>

** 효빈(效嚬)

서시(西施)가 가슴에 병을 앓아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 그 마을의 추녀가 그녀의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고 여겨, 돌아가 자신도 가슴을 손으로 받치며 찡그리고 다녔다. 그것을 보고 마을의 돈 많은 사람은 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은 아내와 자식을 이끌고 마을을 떠났다. 그 여자는 찡그린 것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을 뿐, 찡그려도 아름답게 보인 까닭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西施病心而嚬其里(서시병심이빈기리) 其里之醜人(기리지추인) 見之而美之(견이미지) 歸亦捧心而嚬其里(귀역봉심이빈) 其里之富人見之(기리지부인견지) 堅閉門而不出(견폐문이불출) 貧人見之(빈인견지) 挈妻子而去之(설처자이거지) 彼知嚬美而不知嚬之所以美(피지미빈이부지빈지소이미) _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

** '한단지보(邯鄲之步)'

"그대는 수릉(壽陵, 燕의 수도)의 젊은이가 한단(邯鄲, 趙의 수도)에서 걸음걸이를 배웠던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미처 터득하기 전에 옛 걸음걸이를 잊어버리고 말았다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때 엎드려 기어서 겨우 갈 수 있었다네."

且子獨不聞 壽陵餘子之學行於邯鄲與(차자독불문수릉여자지학행어한단여)
未得國能 又失其故行矣 直匍匐而歸耳(미득국능 우실기고행의 직포복이귀이)
_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

 

유능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창의력이란 것은 그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냈는지 물으면 그들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들은 그저 무언가를 보았을 뿐 실제로 뭔가를 이루어낸 게 없기 때문이다. 잠깐만 있으면 그들에게는 뻔한 것이 된다.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연결하면 새로운 것을 조합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고 혹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그런 사람들은 매우 귀하다. 우리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연결할 충분한 '점'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폭넓은 시야로 문제를 보지 못하고 매우 직선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뿐이다.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넓을수록 우리는 좀더 좋은 설계를 해낼 수 있다." _ 스티브 잡스 출처:  https://athenae.tistory.com/1475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창의력의 비밀은 그 출처를 숨기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_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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