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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버지

[아버지] 가죽나무

by 변리사 허성원 2019. 8. 18.
2018. 08. 18

오늘 할머니 제사라, 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시외버스로 오시는데 근 너댓시간은 걸린다.
아버지는 올해 만 90세가 되시는데, 3년 전에 제사를 내게로 옮겨온 후 4대의 기제사와 두 번의 명절까지 거의 빠지지 않으신다. 동생 가족이 생업 때문에 함께 오지 못할 때가 많으니 대체로 혼자 다니신다.

아버지를 뵈니, 작년부터 신경쓰이던 집 마당 가의 가죽나무가 생각났다.
20 수 년전에 새로 집을 지으면서, 그 전에 있던 가죽나무를 베었는데, 그 곁뿌리에서 올라온 것이 지금은 아름드리 고목이 되었다. 
이 나무가 자라서 가지가 무성해지니 바람이 불거나 하여 일부가 부러질 우려가 생겼다. 그 가지가 낮은 지붕의 옆집을 덮치면 재앙이다.


나 : " 가죽나무 그거 아직 그대로 있지요?"
아버지 : "그렇잖아도 더위가 좀 가시면 태풍이 오기 전에 자를려고 마음 먹고 있다."
나 : "제가 일간 들러서 자르겠습니다."
아버지 : "너그들은 위험해서 안된다. 내가 올라가서 잘라야된다."
나 : "네? ......."


실제로 아버지는 몇 년전에도 나무에 올라가서 가지를 쳐내기도 하셨다.
내가 마침 보았기에 기겁을 해서 올라가 교대하기는 했지만,
사실 아직도 일머리는 나보다 훨씬 나으시다.
몸을 써서 하는 일은 환갑이 지난 이 아들도 미덥지 않으신 거다.
하기사 20대의 조카나 아들이 나무에 올라간다고 하면.. 나도 애들을 말리고 내가 올라갈 것 같기는 하다.

90의 아버지에게는 60의 아들이 아직 어려보이시니.. 그 참..
아버지가 미처 나무를 손보시기 전에 이번 주에 서둘러 가서 처리를 해야겠다. 에궁..